[의사 집단행동, 그 이후]
‘공공의료 정책 추진 전망’ 의료계 전문가 4명 좌담
①첩첩산중 ‘의-정 협의체’의 앞날
②의료취약지 의사 증원 방안, 어떻게?
③환자 볼모 ‘집단휴진’, 재발방지 대책
‘공공의료 정책 추진 전망’ 의료계 전문가 4명 좌담
①첩첩산중 ‘의-정 협의체’의 앞날
②의료취약지 의사 증원 방안, 어떻게?
③환자 볼모 ‘집단휴진’, 재발방지 대책
의료계 집단휴진 사태가 일단락되면서, 향후 ‘공공의료 확충’에 대한 논의와 관련한 좌담이 13일 오전 서울 마포구 공덕동 한겨레신문사에서 열리고 있다. 왼쪽부터 좌훈정 대한개원의협의회 기획부회장, 성종호 대한의사협회 정책이사, 최하얀 <한겨레> 기자, 김윤 서울대 의대 교수(의료관리학), 정형준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위원장. 사진을 찍기 위해 잠시 마스크를 벗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①첩첩산중 ‘의-정 협의체’의 앞날 김 “정부·의사외 시민들 배제돼 사회적 합의기구 구성해야”
좌 “의료 정책은 전문적 영역 정부가 국민의견 듣고 오면 돼” 지난 4일 대한의사협회(의협)와 보건복지부의 합의문에는 정부가 추진하려던 4대 정책인 △의대 증원 △공공의대 신설 △첩약 급여화 시범사업 △비대면진료 관련 사안을 서로 협의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를 위해 ‘코로나19 안정화’ 이후 의-정 협의체를 꾸리기로 했지만, 이 협의체가 본궤도에 오르기까지는 갈 길이 멀다. 무엇보다 의-정 협의체를 언제, 어떻게 구성할지 아무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인 탓이다. 합의 내용과 별도로, 시민사회는 국민 모두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 의료정책을 결정하는 데 ‘공급자’인 의협과 정부만 참여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사회 의-정 협의체 구성은 어떤 방식으로 되어야 하나?
김윤 서울대 의대 교수
좌훈정 대한개원의협의회 기획부회장
②의료취약지 의사 증원 방안, 어떻게? 정 “공공의료기관 확충이 핵심 착한 적자 해결책부터 만들어야”
성 “필수·중증 의사들 지원 늘리면 지금 인력으로 지역의료 강화 가능” 이번 의-정 갈등은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 정책에서 촉발됐다. 정부는 2022학년도 입학생부터 지역의사 전형으로 10년간 해마다 400명씩 의대 정원을 늘려, 지역 간 의료 불균형을 해소한다는 방침이었다. 하지만 의협은 이런 정부 정책이 얻을 수 있는 성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해왔다. 사회 지역의사제 정책이 원점에서 재검토될 예정이다. 의협과 시민단체가 각기 다른 이유로 반대하고 있는데. 좌 읍 단위에서 개원의를 한 적이 있다. 의원이 많게는 10개가 넘었고 응급실이 딸린 중소병원도 있었다. 지역주민들에게 모든 의료 서비스가 부족한 것은 아니다. 부족한 것은 대도시에 있는 대형병원급 서비스다. 지역의사 한두명 배치된다고 이런 문제가 해결되겠나. 중부권 지방의료원에서도 근무한 적이 있는데, 전문의를 딴 공보의들이 와서 ‘여기서 3년 있으면 실력이 퇴보하겠다’고 한탄한다. 수술을 해볼 기회가 별로 없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정부 정책은 지역 표심을 잡기 위한 정치적 행위로 전락하고 있다. 정 애초 정부가 정책을 낼 때, 중증·필수 의료 취약지 문제를 해결할 충분한 대안을 제시하지 못했다. 핵심 문제는 공공의료기관 등 ‘인프라’ 부족이다. 지역으로의 의사 배치 등 ‘소프트웨어’ 문제는 다음 과제다. 일할 병원이 없는데 누가 지역으로 가겠나. 취약지에 공공의료기관을 확충하고, 공공의료기관의 ‘착한 적자’를 해결할 대안을 먼저 만들어야 한다. 이런 것들을 위한 구체적인 대안, 예산 투입 계획이 함께 나오지 않으니 지역의사제가 공공의료 강화를 위한 것이란 정부 말에서 진정성을 느낄 수 없는 것이다. 더욱이 증원하려는 의대 정원 1년 400명 가운데 50명은 의과학자로 양성하겠다고 하는데, 이것은 의료 영리화에 복무할 의료산업체 종사자를 정부 장학금으로 양성하겠다는 것이었다. 이번 정부안은 의사단체로부터도, 시민사회나 노동단체로부터도 지지를 받지 못한 매우 보기 드문 경우였다.
정형준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위원장
성종호 대한의사협회 이사
③환자 볼모 ‘집단휴진’, 재발방지 대책 김 “응급실·중환자실 방치 큰 문제 국민생명 위협 막는 안전장치 필요”
정 “공공의료기관 늘리고 이 기관 일하는 사람에게 공적 지위·책임 부여” 전공의·전임의 집단휴진이 19일이나 이어지면서, 그 여파는 환자들이 떠안을 수밖에 없었다. 응급처치를 제때 받지 못하거나 수술이 미뤄지면서 피해를 본 환자들이 생겨났다. 1994년 의료법 개정으로 정부가 ‘업무개시명령’을 의사들에게 내릴 수 있지만, 이번 사태에서 나타난 것처럼 실효가 크지 않다. 이에 따라 일부에선 노동관계법에 따라 쟁의행위가 금지되는 필수유지업무, 즉 응급의료와 중환자 치료, 분만, 수술, 투석 등의 업무에 대해서는 집단행동이 금지되도록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사회 다시 협상이 열리더라도 이번 집단휴진 사태가 재발되어선 안된다는 목소리가 높다. 특히 환자단체들은 적극적인 재발방지 대책을 요구하고 있는데? 정 정부가 7월23일 의대 정원 확대 방안을 발표하고 첫 전공의 집단휴진이 8월7일에 벌어지는 등 집단행동을 결정하고 추진하는 속도가 굉장히 빨랐다. 코로나19 국면에서 파업에 들어가면서, 왜 이런 단체행동을 하려 하고, 정부 정책에 어떤 점이 무엇인지에 대한 충분한 설명을 먼저 하지 않았다. 강대강으로만 부딪치면 한국 의료시스템 전체에 대한 불신이 커질 것이다. 좌 집단휴진 사태의 궁극적 책임은 갈등을 조정할 의무가 있는 국가에 있다. 집단행동은 공적 언로가 막혔을 때 하는 몸부림이다. 정부가 애초부터 의사들의 말에 더 귀 기울임으로써 이런 상황을 만들지 말았어야 했다. 지금 만들기로 한 협의체를 한달 전에 만들었다면 파업을 안 했을 것 아닌가. 정부가 의사들을 집단행동으로 내몬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법으로 단체행동을 규제한다면 또다시 (거리로) 나오게 될 것이다. 김 의사들에게도 단체행동을 할 권리가 있지만, 전공의들이 응급실과 중환자실까지 방치한 것은 큰 문제다. 다른 노동자들이 파업을 하더라도 필수유지업무는 인력을 남기는 것처럼, 의사들도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위협을 줄 정도의 단체행동을 할 수는 없도록 안전장치가 필요하다. 이번 파업으로 정부의 항복을 받아내는 데는 성공했지만 의사들에 대한 국민 신뢰는 많이 잃었다는 점도 기억해야 한다. 성 법으로 통제하려고 해서는 안된다. 이런 식으로 단체행동을 규제한다면 이번에는 의사이지만 다음 번에는 다른 직역에서도 규제를 받게 될 것이다. 정 집단행동을 하더라도 응급실, 중환자실을 비워선 안 된다는 건 기본적인 윤리의 문제다. 공공의료기관을 늘리고 최소한 이 기관에서 일하는 사람에게 공적 지위와 책임을 부여해야 (집단휴진을) 막을 수 있다. 사회 마지막으로 강조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해달라. 김 의협이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하는 것이 아니라면, 앞으로 열릴 의-정 협의에서 보여주면 좋겠다. 의료취약지를 포함해 모든 국민이 적절한 필수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의협이 정부를 견인해달라. 이번에 정부한테는 ’항복’을 받아냈지만 (의협이) 국민 신뢰는 잃어버렸다. 이를 회복할 수 있는 전향적 자세, 자성의 목소리가 의사들 사이에 나와서 국민들이 받은 상처를 보듬어줘야 한다. 성 우리가 하는 파업이 밥그릇 싸움으로 비춰지는게 염려가 된다. 젊은 의사들이 분노한 가장 큰 이유는 의대 정원 확대인데, 사실 이야기를 하다보면 절차상 문제에 더 분노한 것 같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정부 정책 추진에 있어) 논의 과정의 투명성이나 공정성을 담보할 수 있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좌 이번 사태로 의사 집단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도가 낮아졌다고 하지만, 저는 오히려 올라갔다고 보고 있다. 의사들의 주장이 국민들에게 SNS 등을 통해 많이 전달됐다. 이해를 높이는 측면이 있었다. 정 내년 혹은 내후년에도 계속 ’강대강’ 국면으로 가서는 안된다. 의사 집단 내부에서는 좀더 정제된 토론이 이루어지는 게 필요하며, 정부는 공공병원에 대한 투자를 아껴서는 안된다. 앞으로 민주적인 논의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정리/최하얀 기자 ch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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