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상황에 따른 우울증(‘코로나 블루’)에 대한 우려가 큰 가운데, 올해 상반기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이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4% 줄어든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하지만 코로나19 상황의 장기화로 경제적·심리적인 어려움이 쌓이면 극단적인 선택이 늘 수 있다는 우려는 여전하다.
보건복지부는 22일 올해 1~6월 극단적인 선택으로 사망한 이가 6278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견줘 7.4%가량 줄어든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다만 정부는 “사회적 고립 및 경제적 어려움의 심화가 자살 위험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있다”며, 코로나19 장기화가 자칫 극단적인 선택으로 이어질 위험을 대비하겠다고 밝혔다.
과거 신종 감염병이 유행했던 시기엔 이런 사망자가 전년 같은 기간에 견줘 늘기도 했으나, 이는 “감염병의 영향보다는 기존 추세의 영향으로 추정된다”는 것이 정부 쪽 풀이다. 중동급성호흡기증후군(사스)이 유행했던 2003년 4월~7월 자살 사망자 수는 전년보다 21.4% 늘었으나, 여기엔 2002~2003년 ‘카드대란’의 영향이 컸다는 것이다. 신종인플루엔자(신종플루)가 유행했던 2009년 5월~2010년 10월에는 전년보다 7.2% 늘었으나, 이는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2011년까지 자살률이 지속적으로 증가하던 시기에 속한다.
서일환 보건복지부 자살예방정책과장은 “2003년, 2009년까지만 해도 우리나라 자살률이 계속 증가하던 때이고, 지금 코로나 시기와 비교해 행동의 제한이나 경제에 대한 파장이 상대적으로 굉장히 적었던 시기로 보인다. 지금 코로나 상황과는 파급력 측면에서 상당히 다를 수 있어서 직접 비교하기는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코로나19 피해가 집중되는 계층에 대한 민생경제 대책, 코로나19 대응인력 등에 대한 심리지원 대책 등을 지속적으로 추진해나가겠다고 밝혔다.
한편, 2019년 사망원인통계를 보면, 지난해 자살 사망자는 전체 1만3799명으로 전년보다 129명(0.9%)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인구 10만명당 자살 사망자 수인 자살률은 26.9명으로 전년보다 0.9%포인트 늘었다. 남성 자살률은 38명, 여성 자살률은 15.8명인데, 전년에 견줘 남성은 1.4% 줄고 여성은 6.7% 늘었다. 월별로는 12월과 10월에 전년보다 각각 19.7%, 9% 늘어났다. 특히 중앙심리부검센터의 ‘자살 사망자 전수조사’를 보면, 1~9월 평균 25명이었던 20대 여성의 자살 사망이 10~12월 평균 43.7명으로 급증하는 추이를 보였다. 이에 대해 정부는 “유명 연예인 자살 사건이 발생한 달이나 그 다음달에 급등세를 보이는 것으로 봐서는, 유명 연예인의 자살이 일부 영향을 준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백종우 중앙자살예방센터장은 “2000년대 발생한 연예인 자살 사건에 비해 파급력은 굉장히 적어졌다. 다만 사망자 수는 40~50대 남성이 많고 사망률은 노인이 높은데, 여성 사망자는 증가율이 높아 우려가 있다. 양육에 대한 부담, 남성보다 높은 25살 여성 실업률, 사회적 지지를 받을 수 있는 네트워크의 단절 등을 이유로 추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최원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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