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훈 고려대학교 의료원장 등 주요 병원장들이 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의대생들이 의사국가고시에 응시하지 않은 것에 대해 사과하는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이날 발표에는 김영훈 고려대학교 의료원장, 김연수 서울대학교병원장, 윤동섭 연세대학교 의료원장, 김영모 인하대학교 의료원장 등이 참석했다. 연합뉴스
주요 대학병원장들이 8일 “의대생들에게 의사 국가고시 응시 기회를 허락해달라”며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했다. 병원장들의 ‘대리사과’에도 시험을 봐야 할 당사자인 의대생들은 침묵을 지켰다. 정부는 또다시 재응시에 선을 그었다.
김영훈 고려대 의료원장은 이날 서울 광화문 정부서울청사에서 발표한 대국민 사과 성명을 통해 “코로나19로 매우 힘든 시기에 심려를 끼쳐드려 송구하다”며 “의대생들이 미래 의사로서 국민 곁을 지킬 수 있도록 국가고시 기회를 허락해주시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밝혔다. 또 “(내년에) 당장 2700여명의 의사가 배출되지 못하는 상황은 심각한 의료공백”이라며 “국민 건강을 책임지고 있는 의료인으로서, 또 선배로서 깊이 반성하고 있다”고도 했다. 이 자리엔 김연수 서울대 병원장, 윤동섭 연세대 의료원장 등 주요 대학병원장들도 함께 참석해 머리를 숙였다. 이들은 성명서를 발표한 뒤 전현희 국민권익위원장을 만나 재응시 기회를 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당사자인 의대생들은 이날까지도 아무런 유감 표명을 하지 않았다. 이들의 공식적인 의사 표현은 지난달 24일 ‘의사 국시에 응시하겠다’고만 밝힌 성명이 전부다. 대학병원장들뿐만 아니라 의대 교수들, 이윤성 한국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 원장까지 국민권익위를 찾아 문제 해결을 부탁하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이날 보건복지부 국정감사에서 허종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대학병원장들이 의대생을 대신해 대리사과를 했는데, 국민들이 이를 어떻게 지켜볼지 두고 보겠다”고 말했다.
정부는 이날도 재응시에 선을 그었다. 박능후 복지부 장관은 “이 문제는 복지부와 의료계 간의 관계가 아니라 대국민 관계의 문제”라고 말했다. 이창준 복지부 보건의료정책관은 브리핑에서 “의사들만 의료행위를 하는 독점적·배타적 권리에 수반되는 의무를 다하지 않고 단체행동을 한 것에 국민들의 우려가 해소되지 않았다. 주요 병원장이 사과해도 국민이 양해를 했는지 어떻게 파악하느냐”며 “정부 입장은 달라진 점이 없다”고 말했다.
황예랑 권지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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