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9월9일 ‘정치하는엄마들’이 연 천안 아동학대 사망사건 책임자 고발 기자회견. 장철규 선임기자 chang21@hani.co.kr
학대 피해 의심 아동을 부모 등 학대 행위자와 즉시 분리해 보호하는 ‘즉각분리’ 제도가 오는 30일부터 시행된다. 초동 대응인력의 신속한 분리보호 결정이 가능한 제도를 마련해 ‘제2의 정인이 사건’을 만들지 않겠다는 목표인데, 일각에서는 기계적인 분리보호 결정으로 되레 아동 권익이 침해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보건복지부는 23일 아동복지법에 신설된 ‘즉각 분리제도’가 30일부터 시행됨에 따라 현장 대응인력 등을 위한 관련 수칙을 정비했다고 밝혔다. 수칙을 보면, 1년에 2번 이상 학대신고가 접수됐거나 현장조사 과정에서 학대가 의심되는 경우, 보호자가 아동에게 답변을 못 하게 하거나 거짓 답변을 유도하는 경우 지방자치단체의 판단으로 즉각 분리 조처가 이뤄진다. 분리 결정된 아동은 시설에 일시 보호되고, 지자체는 7일 안에 학대 행위(의심)자 등을 조사해 아동을 원가정에 복귀시킬지, 양육시설이나 ‘그룹홈’에 보낼지 등을 결정한다.
학대 피해 의심 아동 분리보호 조처는 기존 아동학대처벌법에서도 가능했다. 아동학대처벌법상 아동학대가 강하게 의심되면 최대 72시간의 응급조치(분리보호)를 할 수 있고, 법원에서 피해아동보호명령을 받으면 중장기 분리보호도 가능했다. 그러나 이 제도로는 한계가 있다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지난해 12월 아동복지법 개정 때 법원의 판단이 없거나 늦어져도 아동을 분리보호할 법적 근거를 만들었다.
정부는 각 시·군·구에 지난해 10월부터 새로 배치하고 있는 아동학대 전담공무원과 경찰 사이의 책임을 명시한 공동업무수행 지침안도 마련했다. 경찰과 전담공무원이 협의해 피해아동 즉각분리를 협의하고, 최종 판단은 전담공무원이 내리게 하는 안이다. 전담공무원이 판단하기 어려우면, 의료인 등 전문가가 참여하는 통합 사례회의에서 자문할 수 있다.
일각에선 전문성이 쌓이지 않은 전담공무원과 경찰에 의한 ‘기계적인 분리’가 잇따를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앞서 국제아동인권센터 등 관련 시민사회 단체들은 “위기가정 지원대책 없는 즉각 분리제도는 아동인권에 정면으로 반한다”며 “국제인권규범은 아동 분리는 원가정 지원을 위한 필요한 모든 조치를 다 한 뒤에도 필요한 예외적인 경우에 이뤄져야 하고, 대안양육은 가정과 유사한 환경이어야 함을 강조하고 있다”는 성명을 냈다.
학대 피해 아동들을 변호해온 김예원 변호사도 “최근 즉각분리가 일단 답인 분위기가 현장에 확산되면서 경찰은 신고된 사건을 바로 입건하고, 관할 지자체는 지역 내 어느 시설로든 아동을 일단 보내 대법원 판결까지 수년 동안 시설에 머물게 되는 상황이 생기고 있다”며 “분리 결정을 할 때뿐 아니라 분리 이후에도 반드시 아동의 의사를 지속적이고 구체적으로 묻는 것이 함께 제도화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최하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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