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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의료·건강

혈우병 환자 ‘나이 차별’ 서럽다

등록 2006-02-01 19:30

혈우병 환자 모임인 한국코헴회 회원들이 지난달 26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초동 한국혈우재단 사무실에서 혈우병 치료제 교체와 관련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이종근 기자 <A href="mailto:root2@hani.co.kr">root2@hani.co.kr</A>
혈우병 환자 모임인 한국코헴회 회원들이 지난달 26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초동 한국혈우재단 사무실에서 혈우병 치료제 교체와 관련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치료제 보험 출생연도 빠르면 적용안돼?

“1988년보다 두 달 앞서 태어났다고 혜택을 못 받는다니, 말이 됩니까?”

혈우병 환자들은 두 부류가 있다. 유전자제제 치료제를 쓰면서 보험을 적용받는 환자와, 그러지 못하는 환자다. 유전자제제는 값이 비싸지만 혈액제제보다 안전해 환자들이 선호한다.

1988년생 이후만 안전한 ‘유전자제제’ 가능
복지부 “예산탓”…환자들 “나이로 따지다니”

그런데 두 부류를 나누는 기준은 병세의 위급함이나 소득수준과 전혀 상관없다. 출생연도에 따라 1988년 이후에 났으면 보험 적용을 받고, 그 이전에 태어나면 받지 못한다. 1987년 10월생인 ㅇ씨는 보험 적용을 받지 못해 유전자제제 치료약 값을 부담하기가 힘든 실정(?5c표 참조)이다.

88년 1월1일 이후 태어난 혈우병 환자들에게만 보험이 적용되는 것은 예산 문제 때문이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혈우병 환자의 90% 이상이 건강보험과 국고 보조를 통해 무료로 치료받고 있는데, 좀더 비싼 치료제를 쓸 경우 건강보험 예산 부담이 더욱 늘어나 어쩔 수 없이 출생연도로 제한해 지원하고 있다”며 “2004년에만 혈우병 환자 6천여명에게 92억여원의 예산이 들어갔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혈우병 환자는 “나이로 따져 혜택을 주는 것은 명백한 차별 아니냐”고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혈우병 환자들이 또 분통을 터뜨리는 일이 있다.



지난해 9월 에이즈에 감염된 혈액이 치료제를 만드는 데 쓰인 것으로 드러나면서 불거진 ‘4108’ 문제다. ‘4108’은 에이즈 감염 혈액으로 만들어진 혈우병 치료제의 일련번호로, 이 약으로 치료받은 환자들끼리 에이즈에 감염됐을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시달리며 자조적으로 부르는 이름이다.

국내 유일의 혈우병 환자 모임인 한국코헴회는 이 문제 때문에 지난달 9일부터 매일 혈우병 전문병원인 한국혈우재단의원 앞에서 천막농성을 벌이고 있다. 이 의원이 지난해 9월 에이즈 감염 혈액으로 만들어진 것으로 드러난 녹십자사의 혈액제제를 계속 쓰고 있어 불안하므로, 환자들이 안심할 수 있게 다른 약으로 바꿔달라고 요구하는 것이다. 이 의원은 혈우병 환자들을 일단 무료로 검진한 뒤 의료비를 복지부로부터 지급받는 식으로 운영돼, 국내 혈우병 환자들의 70%가 이용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혈우병 환자는 “한국혈우재단의원이 환자들의 요구를 무시하고 이 병원의 최대 후원자인 녹십자사 제품을 쓰고 있는 것은 명백한 유착관계라는 의혹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한국혈우재단의원 쪽은 “4108 약을 사용한 환자 150여명을 대상으로 에이즈 감염 여부를 검사했지만 전혀 이상이 없었다”며 “치료제를 갑자기 바꾸면 항체가 생겨 위험하기 때문에 쉽게 바꿔주지 않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처럼 혈우병 환자들과 대표적 병원 사이의 분쟁이 한달 가까이 이어지고 있지만, 보건복지부는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기보다는 방관하는 형편이다. 익명을 요구한 복지부 관계자는 “병원과 환자들 사이의 문제는 당사자들끼리의 싸움으로, 복지부가 관여할 일이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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