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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의료·건강

정기현 국립의료원장 “중앙감염병병원 민간 지원으로 건립, 부끄러워”

등록 2021-05-03 16:00수정 2021-05-04 02:43

3일 국립중앙의료원 기자간담회
“사스·메르스·코로나19 등에도
국격 맞는 공중보건위기 대응체계 없어”
정기현 국립중앙의료원 원장이 3일 오전 서울 중구 코로나19 중앙 예방접종센터 지(G)동에서 열린 국립중앙의료원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기현 국립중앙의료원 원장이 3일 오전 서울 중구 코로나19 중앙 예방접종센터 지(G)동에서 열린 국립중앙의료원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고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유족들이 상속받은 재산 가운데 감염병 극복을 위해 7천억원을 기부하기로 한 데 대해 정기현 국립중앙의료원 원장이 “대한민국의 중앙감염병병원이 여전히 온전히 국가의 책임만으로 되는 게 아니라, 민간기업의 지원으로 만들어져야 한다는 것이 쑥스럽고 부끄럽기도 하다”고 밝혔다.

정 원장은 3일 서울 중구 코로나19 중앙예방접종센터에서 연 기자간담회에서 “코로나19 위기 속에서 선뜻 큰 뜻을 내어준 기부자의 선의에 더할 수 없이 감사한 마음”이라면서도 정부에 대해선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정 원장은 “지금까지 국가는 위기 때마다 임기응변, 상황 모면에만 그쳤을 뿐 정작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는 투자에는 인색했다”며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메르스·코로나19에 이르기까지 계속되는 위기에도 불구하고 국격에 걸맞은 공중보건위기 대응시스템을 갖추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정 원장은 중앙감염병병원 건립 등 감염병 대응을 위한 공공보건 의료체계 강화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였던 정부에 대해 작심한듯 비판에 나섰다. 그는 “삼성의 기부는 그동안 공공보건 의료의 기틀 마련에 미적대고 주저해온 모두에게 경종이 돼야 한다”며 “방역 체계는 행정기관을 동원하는 것으로 가능할지 모르지만, 의료 대응의 국가 체계는 보이지 않는다. 국가 감염병 대응 역량을 강화하고, 연구 인프라를 확충하는 것은 그 체계를 만드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지난달 28일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 유족은 감염병 위기 대응시스템 구축을 위해 국립중앙의료원에 기부금 7천억원을 전달했다. 이 가운데 5천억원이 중앙감염병병원 건립을 포함한 국립중앙의료원 신축·이전에 사용된다. 나머지 2천억원은 백신과 치료제 개발 연구 지원 등 감염병 대응을 위한 인프라 확충에 쓰일 예정이다. 국립중앙의료원과 질병관리청, 보건복지부 등은 이 기부금과 관련된 특별위원회를 만들어 기부금 사용 방식을 일임할 계획이다. 정 원장은 이날 “삼성 쪽은 (기부금) 사용과 관련된 특별위원회에는 참석하지 않고, (3자가) 잘 협의해서 운용하기를 바라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간담회에서는 새 건물 건립 등 단순한 외형뿐 아니라, 감염병 대응을 강화할 수 있도록 인력 양성 등 ‘내실’이 소홀해선 안 된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오명돈 국립중앙의료원 신종감염병 중앙임상위원회 위원장(서울대병원 감염내과 교수)은 “큰돈이 있기 때문에 훌륭한 건물이나 최첨단 의료장비, 연구시설을 만들 수 있을 것이 분명하지만, 이 기회를 충분히 살리자면 능력 있는 의료진과 연구원이 모여들 수 있는 인력 프로그램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정부는 지난달 26일 ‘제2차 공공보건의료 기본계획안(2021~2025년)’을 발표하며 필수의료 제공 체계를 확충하기 위해 20개소 이상의 지역 공공병원 신·증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으나, 시민사회는 정부의 계획이 여전히 미흡하다며 비판했다. ‘좋은공공병원만들기 운동본부’는 지난달 27일 “5년 중기 계획에 겨우 신축 3개 계획만을 내놓았다”며 “신축 3개도 이미 예타(예비타당성조사) 면제가 결정된 병원들이라는 점에서 하나마나한 계획을 내놓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서혜미 기자 ha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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