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현 국립중앙의료원 원장이 3일 오전 서울 중구 코로나19 중앙 예방접종센터 G동에서 열린 국립중앙의료원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고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유족들이 상속 재산 가운데
7000억원을 감염병 극복을 위해 기부하기로 한 데 대해 정기현 국립중앙의료원 원장이 “대한민국의 중앙감염병병원이 여전히 온전히 국가의 책임만으로 되는 게 아니라 민간기업의 지원으로 만들어져야 한다는 것이 쑥스럽고 부끄럽기도 하다”고 밝혔다.
정 원장은 3일 서울 중구 코로나19 중앙예방접종센터에서 연 기자간담회에서 “코로나19 위기 속에서 선뜻 큰 뜻을 내어준 기부자의 선의에 더할 수 없이 감사한 마음”이라면서도 정부에 대해선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정 원장은 “지금까지 국가는 위기 때마다 임기응변, 상황 모면에만 그쳤을 뿐 정작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는 투자에는 인색했다”며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메르스·코로나19에 이르기까지 계속되는 위기에도 불구하고 국격에 걸맞은 공중보건 위기 대응 시스템을 갖추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중앙감염병병원 건립 등 감염병 대응을 위한 공공보건의료체계 강화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인 정부를 비판한 것이다. 그는 “삼성의 기부는 그동안 공공보건의료의 기틀 마련에 미적대고 주저해온 모두에게 경종이 돼야 한다”며 “방역체계는 행정기관을 동원하는 것으로 가능할지 모르지만, 의료 대응의 국가 체계는 보이지 않는다. 국가 감염병 대응 역량을 강화하고 연구 인프라를 확충하는 것은 그 체계를 만드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지난달 28일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 유족은 감염병 위기 대응 시스템 구축을 위해 국립중앙의료원에 기부금 7000억원을 전달한 바 있다. 이 가운데 5000억원이 중앙감염병병원 건립을 포함한 국립중앙의료원 신축·이전에 사용된다. 나머지 2000억원은 백신과 치료제 개발 연구 지원 등 감염병 대응을 위한 인프라 확충에 사용될 예정이다. 정부는 특별위원회를 만들어 기부금 사용 방식을 일임할 계획이다. 정 원장은 “삼성 쪽은 (기부금) 사용과 관련된 특별위원회에는 참석하지 않고, (3자가) 잘 협의해서 운용하기를 바라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서혜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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