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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의료·건강

백신 이상반응 ‘회색지대’…“인과성 불충분해도 의료비 지원”

등록 2021-05-10 19:29수정 2021-05-11 02:14

정부, 이상반응 의료비 한시적 지원사업
17일부터 시행…“국가 책임 강화”
40대 사지마비 간호조무사도 지원

늘어난 추가지원 대상은 5명 그쳐
백신 불안 잠재우기엔 미흡 지적도
지난달 2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접십자병원에서 의료진이 경찰 공무원에게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접종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2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접십자병원에서 의료진이 경찰 공무원에게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접종하고 있다. 연합뉴스

코로나19 백신과의 인과성을 인정하기도 배제하기도 어려운 ‘회색지대’에 속하는 일부 중증 이상반응 의심 신고 사례에 대해서, 정부가 최대 1천만원의 의료비를 지원하기로 했다. ‘피해 보상’은 아니더라도 의료비 일부를 ‘지원’해서 접종에 대한 국가 책임을 강화한다는 차원이다. 그러나 이는 일부 소수 사례에 대한 현금성 지원을 강화하는 수준이라, ‘피해 치료도, 보상도 어렵다’는 불안 여론을 잠재우기엔 미흡할 것으로 보인다. 당장 중증 이상반응을 의심하는 초기 단계에서 병원을 찾아 헤매는 환자와 가족들을 지원할 의료체계 보완방안도 나오지 않았다.

코로나19 예방접종 대응 추진단은 10일 “백신과 인과성 인정 근거 자료가 불충분해 보상 대상에서 제외된 중증 환자에 대한 의료비 지원사업을 한시적으로 신설해 17일부터 시행한다”고 밝혔다. 지원 대상은 세계보건기구(WHO)의 이상반응 분류 사례 5가지(①인과성이 명백한 경우, ②인과성에 개연성이 있는 경우, ③인과성에 가능성이 있는 경우, ④인과성이 인정되기 어려운 경우, ⑤명확히 인과성이 없는 경우) 가운데 네번째에 속하는 사례 중 일부다.

추진단은 전문가들과 논의해 네번째 분류를 ‘자료 불충분으로 판단이 어려운 경우’(④-1) ‘백신보다 다른 이유에 의한 가능성이 더 높은 경우’(④-2)로 세부 분류했고, 치료비는 이 가운데 ④-1에만 지원된다. ①∼③은 인과성이 인정돼 원래 보상 대상이 되며, ④-2와 ⑤는 보상과 지원 둘 다 받을 수 없다. 이날 박영준 이상반응조사지원팀장은 “인과성 판정은 (발생한 질환에 대한 백신 요인과 연령·기저질환 등 다른 요인을 두고 하는) 상대평가“라며 “④-1은 그런 상대평가를 하기 위한 근거가 현재로선 불충분한 경우”라고 말했다.

추진단은 현재까지 피해조사반의 심의를 거쳐 분류가 끝난 사망 79건, 중증 77건 가운데 추가로 5건이 이번 의료비 지원 대상에 들어가게 됐다고 밝혔다. 지난달 20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 뒤 사지마비 증상(진단명 급성파종성뇌척수염)을 호소했던 40대 간호조무사도 지원 대상에 포함됐다. 추진단은 추후에라도 피해조사반이 ④-1로 분류할 경우 즉시 당사자에게 연락해 지원을 신청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조처로 의료비를 지원한 뒤 추후 인과성이 없다고 판단되어도 지원금은 회수하지 않는다. 반대로 인과성이 있다고 판단되어 감염병예방법상 ‘보상’ 대상이 되면, 기존에 지급된 의료비 지원금을 제외한 나머지 진료비와 간병비 등을 보상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앞서 전문가들은 ‘선 지원, 후 인과성 판단’을 주문하며, 중증 사례는 적절한 치료가 가능한 상급종합병원 등을 정부가 연계해주는 방안을 대안으로 제시하기도 했지만 이런 내용은 이날 대책에 포함되지 않았다. 지원금 상한을 1천만원으로 한 것에 대해서는, 정은경 추진단장은 이날 “진료비 대부분이 건강보험으로 지원이 되고, 본인부담금 상한제라는 제도가 있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런 의료비 지원엔 간병비와 기존 기저질환에 대한 치료비 등은 제외돼 있어, 중증 이상반응 의심 사례에 지원이 이뤄져도 개인 몫으로 돌아가는 부담은 여전히 남는다.

이날 0시까지 이상반응 신고 수는 두통, 근육통 등 경증을 포함해 총 1만9625건(신고율 평균 0.5%)이다. 예방접종이 시작된 첫주(2월26일∼3월6일)에는 1.8%로 높았지만, 접종이 진행되면서 차츰 낮아져 이달 첫 주(5월2∼8일)에는 0.1%까지 낮아졌다. 다만 백신 종류별로 보면 아스트라제네카는 전체 기간 평균 0.81%, 화이자는 0.15%로 차이를 보인다. 아스트라제네카를 중심으로 안전성 논란이 불거지며 신고율이 더 높았던 것으로 풀이된다. 피해조사반이 살핀 사망 79건, 중증 77건 중 인과성이 인정된 사례는 지금까지 2건(뇌정맥동혈전증, 발열 뒤 경련으로 인한 혈압저하)에 그친다.

최하얀 서혜미 기자 ch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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