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2명의 노동자가 숨지는 등 산업재해 사망사고가 해마다 잦았던 대우건설이 최근 안전보건 예산을 되레 대폭 삭감했으며, 일부 현장에선 안전보건관리자조차 두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정부는 대우건설 본사·현장에 대한 특별감독에 나서 203건의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사항을 적발하고, 안전보건체계 개선을 권고했다.
고용노동부는 지난 4월28일부터 진행한 대우건설 본사·현장 특별감독 결과를 29일 발표했다. 이번 특별감독은 대우건설에서 잇단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한 데 따른 조처다. 노동부 조사 결과, 대우건설의 안전보건 관련 예산액은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지속해서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8년 14억3천만원(편성 15억7천만원)이었던 안전예산 집행액은 2019년 9억7천만원(편성 11억원), 지난해에는 5억3천만원(편성 6억9천만원)까지 대폭 줄었다. 사실상 3분의 1 토막이 난 셈이다. 또 현장의 안전관리비를 본사의 품질안전실이 안전목적이 아닌 운영비로 쓴 경우도 있었다.
아울러 협력업체 관련 안전관리도 부실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협력업체 작업의 안전성을 원청이 제대로 점검하지 않은 데다, 협력업체 선정 때 안전문제는 제대로 반영하지 않고 ‘최저가 낙찰제’를 운영한 것으로 드러났다.
앞서 대우건설 작업 현장에선 지난 2월 경북 청도군 운문댐 현장 노동자가 암석에 깔려 숨졌고, 지난 14일에는 부산 해운대구 주상복합 신축현장에서 이동식 크레인에 노동자가 끼여 숨졌다. 또 2019년 6건, 지난해 4건의 노동자가 사망한 것을 포함해 지난 10년 동안 모두 57명이 숨졌다. 정부는 올해 건설사에서 사망자 발생 등 단 한 건의 중대재해만 발생해도 본사와 전국 건설현장을 감독하기로 했던 터다.
이에 노동부는 특별감독을 통해 대우건설의 안전보건관리 인력, 조직, 경영진의 의지, 예산, 교육 등 전반적인 안전보건 관리 체계를 점검하고 개선을 권고했다. 먼저 노동부는 대우건설 안전보건에 대한 경영진 의지가 부족했고, 인력 투입도 미흡했다고 지적했다. 대우건설은 안전보건 활동을 검토하는 최종 권한을 대표이사가 아닌 사업본부장 등에게 위임하고 있었다. 최근 10년 동안 품질안전실장은 모두 안전보건 분야 비전공자로 임명됐고, 평균 근무 기간은 1년 이내로 전문성, 연속성 등이 미흡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 공사 수주가 증가하며 현장감독자 배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충원되는 관리자마저도 비정규직으로 채용되고 있었다.
노동부는 대우건설 본사와 전국 현장에 대해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사항도 무더기로 적발했다. 본사 감독에선 산재 보고의무 위반, 해당 기간 준공된 현장의 안전보건 관계자 미선임과 직무교육 미이수 등 110건의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사항을 적발했다. 이 위반사항에 대해 모두 4억536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했다. 또 노동부는 대우건설의 전국 현장에 대해서도 62개 현장을 감독해 36개 현장에서 모두 93건의 위반사항을 적발(사법처리 27건, 과태료 51건, 시정지시 68건)했다. 조사 결과를 보면, 대우건설의 일부 현장은 안전보건관리자를 규정대로 선임하지 않는 등 관리자가 부재했다. 또 개구부 덮개·안전난간 미설치, 낙석 방지 조처 미실시 등이 위반사항으로 지적됐다.
권기섭 노동부 노동정책실장은 “대우건설의 수주액이 지난해 크게 증가해 향후 1~2년 사이 본격적인 공사가 진행되면, 더 촘촘한 재해예방 노력이 병행돼야 할 것”이라며 “대우건설은 내년 시행될 중대재해처벌법(중대재해처벌 등에 관한 법률)에 대비해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에도 힘을 쏟아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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