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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노동

사내하청 비정규직 7천명 ‘자회사 채용’…현대제철의 ‘꼼수’

등록 2021-07-08 04:59수정 2021-07-08 09:54

간접고용 3500명 불법파견 주장
‘근로자지위 확인’ 소송 여럿
광주고법, 2년전 “직접고용” 판결
대법 확정땐 수천명 직접고용 해야

사쪽, 직접고용 회피·비용절감 노렸나
비정규직 노조 “응할 생각 없다”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불법 파견을 두고 법정 소송에 휘말린 현대제철이 사내하청업체 비정규직을 자회사를 통해 고용하겠다고 나섰지만, 이는 관련 소송에 잇따라 패소함에 따라 이들을 향후 본사에서 직접고용해야 하는 법적 부담을 회피하려는 것이란 논란이 일고 있다.

7일 현대제철은 인천·포항·순천·당진 제철소에서 이른바 ‘간접고용 비정규직’인 사내하청 직원 7천명을 대상으로 채용 절차를 마련해 오는 9월까지 이들을 자회사 직원으로 고용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들을 본사에서 직접고용했을 때 노무비와 노무관리 등의 부담이 크다고 판단해 이런 결정을 한 것으로 보인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주주를 비롯한 회사 이해관계자의 비용 부담 우려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최선의 결정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앞서 현대제철은 지난 10여년간 사내하청업체 소속 직원들을 파견인력처럼 쓰다가, 이들 3500여명이 사업장별로 청구한 ‘근로자지위 확인 소송’ 여러 건에 휘말렸다. 지난 2019년 광주고등법원은 현대제철 순천 공장 비정규직 109명이 제기한 항소심 소송에서 “현대제철에 직접고용 의무가 있다”고 판결했다. 이어 또다른 순천 공장 노동자 400여명, 당진 공장 노동자 3000여명도 각각 같은 취지 소송을 제기해 1심이 진행 중이다. 광주고등법원 판결을 봤을 때, 향후 대법원이 현대제철과 사내하청 소속 직원의 파견근로관계를 인정할 가능성이 상당하다. 이런 경우 다른 재판 건에도 영향을 미쳐 현대제철은 수천명을 직접고용해야 할 상황에 맞닥뜨린다. 현행 파견법은 현대제철 같은 제조업은 파견 허용업종이 아닌데도 다른 회사 직원을 파견인력처럼 쓰는 행위를 사용자가 직접고용 의무를 회피하는 것이라고 보아서, 법으로 금지하고 있다. 또 이런 사실이 적발되면 사용자가 파견노동자를 직접고용해야 한다.

현대제철은 앞으로 세울 자회사 직원 임금은 본사 정규직의 80% 수준으로 책정할 방침이다. 이럴 경우 직접고용과 견줘 인건비 부담도 줄고 정규직 노조원 증가에 따른 노무관리 부담도 줄게 된다.

노동계는 이런 현대제철의 움직임이 불법 파견이 적발됐을 때 직접고용 의무를 명시한 파견법의 입법 취지를 무너뜨리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현대제철 비정규직지회는 회사 쪽이 비정규직들이 최종적으로 승소할 공산이 큰 현재 소송을 취하해야 자회사 채용 절차에 지원할 자격을 부여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비정규직 문제를 연구하는 정흥준 서울과학기술대 교수(경영학)는 “현대제철이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사례를 벤치마킹한 것으로 보이는데, 공공부문이야 지나친 비대화 우려로 차선책으로 자회사를 택했다지만 민간은 그런 문제가 전혀 없는데도 순전히 비용 절감과 노동유연화를 이유로 ‘꼼수’를 썼다”며 “이는 파견법상 고용 의무의 취지를 못 살리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권오성 성신여대 교수(법학과)도 “원·하청 차별을 자회사라는 엄폐물을 통해 제도화한 것”이라며 “민간의 다른 불법파견 사업장들도 법률 리스크를 피하기 위해 이런 전략을 택할 가능성이 있다”고 짚었다.

박은정 인제대 교수(공공인재학부)는 “처음에야 두 회사 처우를 비슷하게 맞춰주겠지만 나중에 본사가 자회사 일감을 차차 줄이거나 자회사 사업 구조조정을 하는 등 불확실성을 감내해야 할 것”이라며 “본사를 상대로 단체교섭을 요구하기도 쉽지 않다”고 말했다.

현대제철의 이런 제안에 사내하청 소속 비정규직 개개인들과 사내하청업체 사업자들이 앞으로 어찌 대응할지는 불투명하다. 현대제철 회사 쪽은 자회사 채용절차에 지원 인원과 상관없이 자회사를 만들 방침이지만, 대다수가 소송을 이어가면 애초 자회사 설립 목적은 달성하기 어렵다. 현대제철 비정규직지회 비상대책위원회는 이날 투쟁결의문을 내어 “무늬만 정규직인 자회사 전환은 평생 비정규직으로 살라는 말이므로 응할 생각이 없다”고 밝혔다. 일부 하청업체 대표들도 사업체를 아예 내줘야 한다는 점에서 반발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신다은 기자 down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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