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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노동

배달기사 ‘노동자’ 아니게 하는…플랫폼종사자 보호법?

등록 2021-07-14 19:14수정 2021-07-15 02:46

장철민 민주당 의원 발의 법안 공청회
플랫폼 업체에 노무계약서 제공 등 규정
권오성 교수 “자영업자 분류 현실부터 교정을”
경영계 “단순 중개 플랫폼에도 과도한 규제”
노동계 “입법 대신 근로기준법 적용범위 확대를”
한겨레 자료 사진
한겨레 자료 사진

음식배달앱 등 플랫폼 기업에 노무계약서를 제공할 의무 등을 규정한 ‘플랫폼종사자보호법’ 제정이 추진되는 가운데, 해당 입법이 배달기사 등 사실상 노동자로 볼 수 있는 이들까지 ‘노동자가 아닌 자’로 잘못 분류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에 플랫폼 업계가 이들을 ‘자영업자’로 분류하는 현실 관행부터 제동을 걸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권오성 성신여대 교수(법학과)는 14일 플랫폼종사자보호법 국회 공청회에 참석해 “입법에 앞서 플랫폼 업계가 노동법을 회피할 목적으로 플랫폼 노동자를 자영업자로 분류하려는 문제를 (정부가 나서) 교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만, 그는 “법안이 궁극적으로 모든 ‘일하는 사람’을 노동법의 범주에 포섭하려 하는 점은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장철민 의원(더불어민주당)이 지난 3월 발의한 이 법안은 플랫폼 기업이 종사자에게 노무계약서를 반드시 제공하고 계약 해지 시기 등도 미리 알리도록 해 종사자 보호를 강화하는 내용이 담겼다.

권 교수는 플랫폼 노동자를 업무 지시자에 따라 두 유형으로 나누었다. 배달기사처럼 플랫폼이 노동자에게 일감을 할당하는 ‘기업’ 형태와, 돌봄교사처럼 고객이 플랫폼을 통해 노동자에게 일감을 할당하는 ‘시장’ 형태다.

권 교수는 “플랫폼이 일감을 할당하고, 업무 방식을 통제하는 ‘기업’ 형태로 일하는 노동자는 기존 노동법의 적용 범위에 포섭하는 게 맞다”며 “배달이나 유사택시처럼 노동법 영역에 들어와야 마땅한 사람들까지 노동자가 아닌 것으로 전제하는 방향으로 간다면 (해당 입법이) 노동자의 찬성을 얻기 어려울 것”이라고 짚었다. 남궁준 한국노동연구원 부연구위원도 “(법안이) 기존 노동법이나 사회보험법을 누구에게 적용할지 같은 ‘근로자성 문제’를 정면으로 다루지 않고 주로 절차적 권리에 초점을 맞췄다”며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봐야 하는 이들을 잘못 분류하지 않도록 법을 섬세하게 설계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경영계는 플랫폼이 업무를 단순 중개하는 ‘시장’ 형태에서까지 노무계약서 제공이나 노무관리 등의 부담을 지우는 게 기업에 과도한 규제라고 주장한다. 이준희 한국경영자총협회 팀장은 “아이티 인력이 플랫폼을 통해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보수를 제공받는 경우 플랫폼 사업자에게 차별적 처우나 괴롭힘 방지 등의 의무를 지우는 것이 타당하지 않다”며 “법 실효성이 매우 낮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노동계는 플랫폼 종사자를 노동자가 아닌 자로 보는 관행이 굳어질 우려를 들어 이번 입법 대신에 근로기준법의 적용 범위를 넓힐 것을 요구하고 있다. 앞서 안경덕 고용노동부 장관은 지난달 배달의민족 본사를 방문해 “배달기사들은 플랫폼종사자보호법을 적용받을 것”이라고 말해, 노동계의 반발을 사기도 했다. 노동계는 배달기사에게 근로기준법을 적용해야 한다고 본다. 전날 플랫폼 배달기사 노동조합인 라이더유니온은 성명을 내어 “플랫폼종사자보호법은 노동자가 아니라 ‘플랫폼 종사자’라는 제3의 지위를 별도로 만들어 보호하겠다는 것이며, 이는 위험한 발상”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따라 플랫폼 종사자 가운데 누구에게 근로기준법을 적용할지 기준을 더 명확히 하자는 제안도 나온다. 발의된 법안은 이를 판단하기 위해 고용노동부에 자문기구를 둘 것을 규정했다. 유정엽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 정책본부장은 “자문기구를 심의기구로 전환하고 노동법 적용 대상을 판단할 기준을 적극적으로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노동자 지위 판단 기준을 구체적으로 제시한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검증 제도나 플랫폼 종사자가 노동자가 아니라는 점을 사용자에게 증명하도록 한 독일의 ‘입증책임 전환’ 제도를 참고할 만한 사례로 들었다.

신다은 기자 down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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