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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노동

석탄산업 종사자 고용유지책 없이…“재교육”만 강조한 정부

등록 2021-07-22 19:49수정 2021-07-23 02:44

2025년까지 10만명 종사자
신산업 직무전환 훈련에 초점
사업주에 고용유지 요구 없어
민주노총 “구조조정 전제” 지적
“당사자 참여 없이 졸속” 비판도
안경덕 고용노동부 장관이 지난 19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고용노동 위기대응TF 대책회의를 주재하며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안경덕 고용노동부 장관이 지난 19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고용노동 위기대응TF 대책회의를 주재하며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공정한 노동 전환’이라는 이름을 내걸고 저탄소·디지털 산업으로의 전환에 따른 일자리 감소 대책을 처음으로 내놨지만, 주로 실직을 앞둔 노동자의 재교육 방안에 초점을 맞춰 사용자의 고용 유지 노력을 이끌어내는 데 벌써부터 소극적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22일 ‘산업구조 변화에 대응한 공정한 노동 전환 지원방안’을 관계부처 합동으로 발표했다. 최근 기후위기가 부각되면서 화력발전소가 단계적으로 폐쇄되고 내연기관차가 전기차로 바뀌는 등 기존 산업의 일자리가 줄어들기 시작하면서 이와 관련된 ‘정의로운 전환’ 대책이 필요하다는 시민사회 요구에 따른 것이다.

정부는 이번 지원방안에서 산업 전환이 이미 진행 중인 내연기관차와 석탄화력발전업 종사자에게 재교육 기회를 주는 데 주력했다. 2025년까지 10만명의 석탄산업 종사자들에게 신산업 분야 직무 전환 훈련을 받게 하고 현재 운영 중인 산업별 인적자원개발위원회(ISC)도 관련 훈련 과정을 운영하는 데 활용할 방침이다. 훈련에 필요한 돈과 시간을 따로 투입하기 어려운 노동자에겐 연 1%대 금리로 생계비를 대출할 수 있게 하고, 육아 등으로 제한된 근로시간 단축 사유에도 ‘전직·재취업 준비’ 사유를 추가하기로 했다.

하지만 정부는 사업주가 화력발전소 및 내연기관차 종사자들의 고용을 유지하게 만드는 대책은 구체적으로 내놓지 않았다. 노동자에게 장기유급휴가 등을 가도록 보장하는 기업에 임금과 훈련비를 지원하거나, 고용 유지에 필요한 조처를 한 기업에 기숙사 등을 제공하는 방식의 인센티브만 내놨다. 김유진 노동부 노동시장정책관은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기업 자체가 유지되지 않으면 노동자 일자리도 불투명해질 수 있기 때문에 고용 유지 의무를 대책에 명시하지는 않았다”며 “개별적으로 기업을 지원할 때 고용 유지 노력을 한 기업을 우대하는 식은 검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프랑스, 르노에 공적 자금 투입하며 고용 유지 받아내

저탄소·디지털 산업 전환에 있어 정부가 기업에 연구개발(R&D)자금을 지원하는 등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정부가 사업주 쪽에 고용 유지 노력을 요구하는 건 무리가 아니다. 지난해 프랑스 정부도 대규모 구조조정을 실시하려던 르노에 공적 자금을 투입하면서 고용 유지를 조건으로 내걸어 르노의 약속을 받아냈다. 민주노총 금속노조는 “이미 한국 자동차산업 공급망을 사실상 지배하는 현대차가 미래차 부품 공급망을 무노조 공장 위주로 마련하고 하청업체를 일방적으로 ‘낙점’하는 일을 하고 있다”며 “이런 행태에 제동을 걸고 부품업체와 함께 일자리 보호를 할 방안을 논의해야 하는데 정부 정책은 고용 안정을 위한 노력보다는 구조조정을 전제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한국노총도 이날 논평을 내어 “노동계 참여를 언급하는 등 이전 안보다 진전됐다”면서도 “반드시 고용 유지를 전제로 하청 부품업체 비정규직의 지원방안을 강화해야 하고 석탄화력발전과 내연기관차 등 위기 업종에 대한 고용영향평가도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이는 정부가 저탄소·디지털 산업 전환의 이해당사자인 노동계, 지역 주민 등과 협의하는 기구를 만들지 않았을 때부터 예견된 일이다. 학계와 시민단체는 산업 전환이 일반 행정 절차와 달리 일자리를 잃거나 상권이 침체되는 식의 피해를 동반할 수밖에 없다며 노동자와 지역 주민들을 정책 구성 단계부터 참여시킬 것을 요구해 왔다. 이는 국제노동기구(ILO)가 2017년과 2019년 지침을 내어 권고한 사항이기도 하다. 석탄화력발전소 노동자인 이태성 발전비정규연대회의 간사는 “고용 불안이 큰 현장 비정규직들은 직무교육을 먼저 하기보다 일단 액화천연가스(LNG) 발전소에 취업한 뒤 차차 배워가길 원한다”며 “이런 사안을 정부와 논의하려 해도 제대로 된 소통창구가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부는 이번 대책에서 “중앙과 지역 단위의 노사정 사회적 대화를 활용하겠다”는 입장만 냈다. 김유진 노동시장정책관은 백브리핑에서 “중앙 차원에서 대화하면 좋겠지만 그게 안 되면 지역이나 업종 차원의 논의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종진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선임 연구위원은 “산업 전환 논의를 먼저 시작한 아이엘오나 유럽연합이 이해 당사자를 정책 구상 때부터 참여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는데 정부가 그것을 고민하지 않은 게 가장 아쉽다”며 “저탄소 대전환을 할 거면 이렇게 정책부터 급하게 내놓기보다 당사자와 논의하는 틀을 만들고 영역별로 안건을 자세히 검토하는 게 맞다”고 지적했다. 그는 정부가 내놓은 저금리 대출에 대해서도 “산업 전환은 노동자 개인만의 문제가 아니므로 전환 기금 방식으로 운영하는 게 더 적절하다”고 평가했다. 정부와 달리 충남도는 지난 6월 석탄발전소 폐쇄에 따른 지역 주민과 노동자 피해를 보전하기 위해 100억원의 기금을 조성하기로 했다.

신다은 기자 down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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