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4월 서울 중구 서울고용복지플러스센터 실업급여창구에서 실업급여 신청자들이 실업급여 신청 상담을 받기 위해 기다리는 모습.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내년 7월부터 노사가 부담하는 고용보험료율이 1.8%로 현행 요율보다 0.2%포인트 오른다. 고용보험료율 인상은 2019년 이후 3년 만인데, 여전히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중위값에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박화진 고용노동부 차관은 1일 브리핑을 열어 “정부가 상당한 재정을 투입하고 노사는 보험료율을 인상하는 ‘재정건전화를 위한 공동 노력’을 실천하고자 재정건전화 방안을 마련했다”며 인상 요율을 발표했다. 이는 고용보험위원회가 노사가 부담하는 보험료율을 현행 1.6%에서 1.8%로 올리는 안건을 이날 의결한 데 따른 것이다. 다만 사업장 규모에 따라 사업주가 부담하는 고용안정 및 직업능력개발사업 보험료율(0.25~0.85%)은 동결했다.
이번 인상은 2019년 10월 실업급여 보장성을 확대하면서 보험료율을 1.4%에서 1.6%로 인상한 뒤 처음 이뤄진 것이다. 이번에 오른 0.2%포인트는 노동자와 사용자가 각각 0.1%씩 나눠서 내게 된다. 상용근로자 월평균 급여 288만6천원(사업체노동력조사)을 기준으로 보면, 노동자는 이전보다 월 2886원을 더 부담하게 되는 셈이다. 정부는 보험료율 인상으로 연간 1조5천억원을 추가로 걷을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고용보험료율 1.8%는 오이시디 고용보험료율 중위값 2.6%(국제노동기구 2019년 보고서)와 견주면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그만큼 ‘적게 내고 적게 돌려받는’ 구조가 고착화 돼 있던 셈이다. 예를 들어 한국의 실업급여 보장 기간은 최대 9개월로 일본, 독일 등 다른 국가가 보장하는 1~2년보다 짧은데다 자발적 이직자는 재직 중에 고용보험료를 냈더라도 실업급여를 받지 못한다. 특수고용직 등 임금근로자가 아닌 이들은 오래도록 고용보험 혜택을 받지 못하다가 정부가 ‘전 국민 고용보험’ 정책을 통해 올해부터 이들을 고용보험 안으로 끌어들이는 중이다.
이런 상황에서 고용보험은 지난 2018년 적자로 전환한 뒤 적자 폭이 매년 확대됐다. 2017년 127만명 수준이던 실업급여 수급자 수는 2018년 139만명, 2019년 152만명으로 가파르게 늘다가 지난해 코로나19가 겹치면서 178만명까지 치솟았다. 고용보험 적자는 글로벌 금융위기 전후인 2007년~2011년에도 있었지만, 연간 적자 폭이 2조원을 넘어 공공자금관리기금까지 빌려온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 때문에 기금 재정 수지를 개선할 방안을 마련하라는 요구가 커졌다.
노사가 고용보험료를 더 내는 만큼 정부도 내년 조세 재정과 공공자금관리기금 예수금을 각각 1조3천억원씩 모두 2조6천억원 투입한다. 올해 공공자금관리기금에서 3조2천억원을 빌리고 조세 재정에서 1조654억원을 투입한 것과 견주면 공공자금관리기금 대출은 줄고 조세 재정 투입은 소폭 늘었다.
고용보험기금 지출은 한시적으로 운영하던 일부 사업의 예산을 삭감하거나 사업을 종료하는 방식으로 줄이기로 했다. 청년내일채움공제는 기존보다 지원 규모를 줄이고 노사합의 고용유지지원금은 아예 없애는 식이다. 정부는 이런 방식으로 연간 지출을 2조5384억원 줄일 수 있다고 본다. 이 밖에 고용보험기금에 편성돼 있던 400억원 규모 사업을 조세 지원 사업으로 옮기고 지난 7월 예고했던 실업급여 반복 수급자 실업급여 삭감안 등도 예정대로 추진해 700억여원을 줄인다는 방침이다. 다만 이는 정부가 발의하는 고용보험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해야 추진하는 것이어서 빨라야 2025년에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이런 계획을 통해 2022년 재정 수지가 흑자로 전환되고 2025년엔 2조5천억원까지 흑자 규모가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신다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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