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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노동

‘감전사’ 삼성전자서비스 수리기사 ‘실적압박’ 문자 받아

등록 2021-09-30 17:07수정 2021-10-01 02:38

삼성전자서비스지회 기자회견…“실적 압박이 사고 불러”
사고 전날 ‘실적미달 경위서 내라’ 문자에 당일 오전도 속 끓여
30일 오전 서울 정동 전국금속노동조합 사무실에서 삼성전자서비스지회 조합원들이 지난 28일 발생한 가전제품 수리기사 감전사와 관련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박태우 기자
30일 오전 서울 정동 전국금속노동조합 사무실에서 삼성전자서비스지회 조합원들이 지난 28일 발생한 가전제품 수리기사 감전사와 관련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박태우 기자

고객친절도, 재서비스율, 처리력, 멀티기술력, 초도수리율….

삼성전자서비스가 가전제품 설치·수리기사들의 실적을 평가하는 지표들이다. 이러한 지표는 임금인상이나 승진에 영향을 미친다. 지난 28일 서울 양천구 목동의 고객 집에서 세탁기를 수리하던 삼성전자서비스 윤아무개(44)씨가 감전돼 숨진 가운데, 윤씨의 동료들은 회사 쪽의 ‘실적 압박’이 사고를 불렀다고 주장했다.

전국금속노동조합 삼성전자서비스지회는 30일 오전 기자회견을 열고 “안전을 위협하는 실적 압박을 중단하고 인력을 충원하라”고 요구했다.

이날 고인과 함께 근무했던 김문석 지회 양천분회장은 “윤씨는 안전을 최우선으로 했던 친구”라며 “‘우리는 죽도록 일하는데 왜 이렇게 시간에 쫓겨야 되는지 모르겠다’는 얘기를 자주했다”며 울먹였다.

실제로 윤씨는 사고가 있기 며칠 전부터 실적을 채우라는 관리자의 압박을 받았다. 사고 전날에는 ‘실적이 미달됐으니 경위를 제출하라’는 문자메시지를 받기도 했다. 통상적으로 수리기사들은 한 시간 1건을 기준으로 하루 8건의 수리를 배정받는데, 윤씨는 이날도 “오전에 2건밖에 못했다”고 말하는 등 심한 실적 압박에 시달린 것으로 보인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기사들이 안전하지 못한 환경에서도 무리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지회의 주장이다. 특히 최근엔 가전제품 대형화 흐름에 따라 혼자서 제품을 옮기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윤씨 역시 비좁은 공간에서 전기코드를 뽑기 위해, 무거운 대형 드럼세탁기를 옮기는 와중에 배수호스가 깨져 감전된 것으로 추정된다.

실적 압박은 윤씨만의 문제가 아니었다는 것이 지회의 주장이다. 김 분회장은 “센터에서 ‘인원이 부족해 하절기보다 미처리가 심각하다’는 말을 했고, 시간대별로 기사별 실적을 공개하면서 노동자들을 독촉했다”며 “초도수리율(한 번 방문에 수리를 끝내는 비율)이 중요한 지표인데, 혼자서 할 수 없거나 힘든 작업도 무리하게 할 수밖에 없는 환경”이라고 말했다. 게다가 양천센터는 하루 수리 처리건수를 뜻하는 ‘처리력’을 높이겠다는 취지로 하루에 10건 이상을 처리하면 1만원, 11건을 처리하면 2만원을 지급하고 명단을 공개하는 제도를 ‘이벤트’ 형식으로 운영하기도 했다.

지회는 인력부족 문제도 지적했다. 윤종선 서울지회장은 “회사가 고객을 방문해 제품을 청소하는 ‘케어마스터’ 서비스를 지난해부터 시작하면서, 기존 수리물량을 나머지 외근인력이 처리해야 하는 과중함이 생겼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서비스 관계자는 “베테랑 직원의 안타까운 사고에 애통한 심정”이라며 “노조가 지적하는 운영상의 문제점을 경청하고 있고, 경찰 수사를 통해 파악될 정확한 사고 원인까지 함께 고려해 재발방지대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태우 기자 eh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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