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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노동

[단독] 경력도 자격증도 없는 정운군에게 잠수 지시…그 자체가 불법이었다

등록 2021-10-11 16:47수정 2021-11-03 18:03

산업안전보건법, 지난해 3월 개정 이후 현장실습생도 적용
현장실습 요트업체, 홍정운군 잠수 작업 투입 자체로 산안법 위반
노동부, 요트업체 조사 착수했지만…개정된 법 이행 감시는 소홀
현장실습을 하다 숨진 특성화고 학생 홍정운(18)군의 추모 공간이 마련된 전남 여수시 웅천동 한 공원에서 10일 저녁 홍군의 학교 친구들이 추모를 하고 있다. 여수/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현장실습을 하다 숨진 특성화고 학생 홍정운(18)군의 추모 공간이 마련된 전남 여수시 웅천동 한 공원에서 10일 저녁 홍군의 학교 친구들이 추모를 하고 있다. 여수/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지난 6일 전남 여수의 한 요트업체에서 현장실습을 하다 숨진 고 홍정운(18)군이 지난해 3월 개정돼 같은해 10월부터 시행된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라 잠수 작업에 투입되는 것 자체가 불법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고용노동부는 해당 요트업체가 이 법을 위반한 것으로 보고 조사에 착수했지만, 사건 발생 전부터 현장실습 업체들이 이 법을 지키는지를 살피는 감시에는 소홀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11일 고용노동부 여수지청 관계자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현장실습산업체가 산업안전보건법 제140조를 위반한 것으로 보고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해당 조항은 ‘사업주는 유해하거나 위험한 작업으로서 상당한 지식이나 숙련도가 요구되는 그 작업에 필요한 자격·면허·경험 또는 기능을 가진 노동자가 아닌 사람에게 그 작업을 하게 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한다. 이를 위반하면 사업주는 3년 이하의 징역이나 3천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게 된다.

법 조항의 시행규칙인 ‘유해·위험작업의 취업 제한에 관한 규칙’을 보면, 홍군이 했던 ‘스쿠버 잠수장비에 의해 수중에서 행하는 작업’이 유해·위험 작업에 포함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작업에는 ‘잠수기능사보’ 이상의 자격을 보유했거나 직업능력개발훈련 또는 해당 규칙이 정하는 교육기관에서 교육을 이수한 사람 또는 3개월 이상 작업 경험이 있는 사람만 투입될 수 있다. 하지만 여수지청 조사 결과, 홍군은 이 조건 어디에도 해당하지 않는 것으로 파악됐다. 홍군 작업이 2인1조로 진행됐는지, 감시원이 배치됐는지, 사전 안전보건교육을 했는지 따지기에 앞서 애초부터 홍군이 이 작업을 하는 것 자체가 불법이었던 것이다.

애초 이 법 조항은 노동자에게만 적용됐다. 하지만 현장실습생이 임금을 목적으로 근로를 제공하는 노동자가 아니어서 노동관계법의 보호를 받지 못한다는 지적이 계속되자 산업안전보건법에 ‘현장실습생 특례’ 조항을 만들어 일터에서의 안전·보건에 관한 권리라도 지키게 하자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이에 국회는 지난해 3월 이를 반영해 법을 개정했다. 노동부는 이를 두고 “현장실습생이 참여하는 기업의 사업주(현장실습산업체의 장)에게 보호구 지급 및 추락방지와 같은 안전조치 및 보건조치 등 현장실습생의 안전 강화를 위한 의무가 부여되며, 의무 위반행위에 대한 감독 및 처벌 등 제재 조치도 적용되어 현장실습생의 안전사고 예방 조치의 실효성을 확보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노동부는 6개월의 유예기간을 거쳐 지난해 10월1일부터 시행된 이 법이 현장에서 제대로 지켜지는지에 대해서는 주의 깊게 들여다보지 않았다. 산업안전보건법을 보면, 노동부 근로감독관은 현장실습 참여·선도기업에 대해서도 사전에 근로감독할 권한이 있지만, 실상은 교육부가 먼저 점검한 뒤 법 위반 사항을 발견하면 그때야 근로감독을 나갔다. 교육부가 운영하는 점검단 구성원이 주로 현직 교사와 노무사 등이어서 산업안전 관련 위험요소를 포착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있다. 실제로 지난해 노동부가 교육부 요청으로 감독에 나선 현장실습 기업은 3곳에 그쳤고, 이마저도 임금체불 등 근로기준법 위반 정황과 관련된 내용이 전부였다 . 노동부는 이제까지 현장실습 기업 명단도 가지고 있지 않다가 홍군 사망 사고가 발생한 뒤에야 교육부에 명단을 요청했다.

이에 대해 노동부 관계자는 “현장실습 제도를 주로 교육부가 맡아오기도 했고 사전에 근로감독을 나가는 데 행정력 한계도 있어 적극적으로 근로감독을 하진 않았다”며 “원래도 현장실습에 참여하려는 기업이 많지 않은데 근로감독까지 한다고 하면 참여를 더 꺼릴 거라는 측면도 고려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다만 “현장실습 기업을 점검하는 교육부 쪽 인력에 산업안전 분야 교육을 시키고 전문성을 강화할 필요가 있었다”고 덧붙였다.

박태우 신다은 이유진 기자 eh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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