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16일 낮 서울 서대문네거리 인근에서 국민건강보험공단 고객센터 상담사들이 처우 개선을 요구하는 몸자보를 입고 건보공단의 직접고용을 촉구하며 청와대로 행진하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세 차례 파업에 나서 직접고용을 요구했던 국민건강보험공단(건보공단) 고객센터 상담사들이 공단의 ‘소속기관 노동자’가 된다. 상담사들이 지난 2월 직접고용을 요구하며 처음 파업에 나선 지 8개월 만이다.
21일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이날 공공운수노조 건강보험공단 본사에서 열린 사무논의협의회는 참석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건보공단 고객센터를 소속기관으로 전환하는 안건을 의결했다. 고객센터지부는 직접고용에 표를 행사했으나 다수결 결과를 받아들였다. 사무논의협의회는 건보공단과 정규직 노조, 고객센터 상담사 노조와 전문가 등 9명의 위원으로 구성되어 있다.
건보공단 고객센터 상담사들은 건강보험 관련 상담 서비스를 맡지만 건보공단이 아닌 민간위탁 기업에 소속된 간접고용 노동자들이다. 상담사들을 고용하는 민간위탁 기업은 건보공단이 책정한 1인당 인건비 약 220만원 가운데 180만원만 기본급으로 지급하고 나머지 약 40만원가량을 인센티브 형식으로 나눠 갖도록 해 상담사들을 극한 경쟁에 내몬다는 비판을 받았다. 고객센터지부는 지난 2월과 6월, 7월 세 차례 파업을 통해 공단 쪽에 인센티브 제도 폐지와 직접고용을 요구해 왔다.
소속기관화는 민간위탁기업이 아니라 본사의 별도 기관이 상담사들의 사용자가 된다는 점에서 공공기관 자회사 고용과 유사하다. 그러나 별도 법인으로 분리돼 이사회와 이사장을 따로 지정하는 자회사와 달리 소속기관은 공단 법인으로 분류돼 공단 이사회와 이사장의 의사결정을 따른다는 차이가 있다. 공단과 소속기관이 같은 법인에 속한 상태에서 공단 이사장이 주요 업무를 기관장에게 위임하는 형태여서 필요에 따라선 소속기관 노동자와 단체교섭할 가능성도 있다. 건보공단은 현재 일산병원과 서울요양원을 소속기관으로 두고 있다.
소속기관화가 되면 기존의 민간위탁 고용형태와 견줘 고용 안정성이 상대적으로 높고 노동자 몫이어야 할 도급비 일부가 민간 기업으로 돌아가는, 이른바 `중간 착취' 문제도 해결될 수 있다.
다만 소속기관이라도 건보공단 본사에 고용되는 것은 아니므로 본사 정규직과 동등한 복리후생 처우를 기대할 순 없다. 소속기관 노동자가 되면 본사와 별도의 직급과 임금체계, 인사 규정을 적용받게 된다. 본사 정규직 임금이 오르더라도 소속기관 노동자는 임금이 동결되는 결과도 있을 수 있다는 뜻이다. 이는 문재인 정부 비정규직 정규직화 이후 자회사로 전환된 사업장들의 공통된 문제점이기도 하다. 공단이 10년 넘게 핵심업무를 간접고용으로 외주화해 왔으면서도 본사가 아닌 소속기관 고용으로 정규직화 문제를 해결하는 선례를 남기게 됐다.
소속기관화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풀어야 할 민감한 과제들도 남아 있다.
우선 공단 쪽이 제한경쟁 채용을 제시할 가능성이 있다. 사무논의협의회 위원들은 지난 6월 소속기관화를 제안할 때 ‘2019년 민간위탁 보호 가이드라인 발표 이전 입사자’에 한해 제한경쟁 채용을 하는 게 어떻냐는 의견을 덧붙였다. 김용익 건보공단 이사장도 이날 자료를 내어 “노사전협의회에서 시험 등 공정한 채용절차와 더불어 필요한 제반사항 등을 구체화할 것”이라며 “상담사들의 처우개선 향상을 위해 계속 적극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반면 노조는 ‘제한경쟁 채용은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앞서 인천국제공항 등 정규직화를 추진한 공공기관이 청년 선호 일자리라는 이유로 경쟁 채용을 해 일부 노동자들이 불합격한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공단 정규직화의 구체적인 방법은 공단 노사와 전문가로 구성된 ‘노사전협의회’에서 논의한다.
공단과 상담사 노조는 인센티브 제도 폐지에 대한 견해차도 좁히지 못했다. 공단은 소속기관 전환을 준비하는 동안 민간기업 요구대로 인센티브 제도를 유지하자는 입장이지만 상담사 노조는 당장 인센티브 제도를 폐지하지 않으면 소속기관이 된 뒤에도 이 제도가 유지될 수 있다고 본다. 노조는 소속기관화 추진 과정에서 이런 요구를 지속할 방침이다.
신다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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