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청업체 노동자 900여명과 불법파견 소송 중인 포스코가 소송을 제기한 노동자들에게만 자녀 ‘장학금’(학자금) 지원을 배제하자 포스코 사내 하청업체 노동조합이 국가인권위원회에 차별을 시정해 달라는 진정을 냈다.
금속노조 포스코 사내하청지회는 4일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포스코가 특정 노동조합 조합원에게 자녀 장학금을 지급하지 않는 것은 차별”이라며 이를 시정해 달라는 진정을 제기했다고 밝혔다.
포스코는 파견법상 파견이 금지된 제조업임에도 사내 하청업체 직원을 사실상 파견 온 직원처럼 사용해 파견법 위반(불법파견) 논란이 일었다. 직접고용했어야 할 노동자를 파견 노동자처럼 사용해 각종 노동자 보호 의무를 회피했다는 지적이다. 포스코는 2016년 사내 하청 노동자 16명이 제기한 고용 의사 표시 소송(근로자 지위 확인 소송)에서 1·2심 모두 패소해 불법파견 판단을 받았고 뒤따른 사내 하청업체 노동자 930명에게도 소송을 당했다.
사내 하청업체 노동자들이 포스코에 직접고용 및 본사와 같은 처우를 요구하며 노사 갈등이 커지자, 포스코는 지난 6월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중재 하에 사내 하청업체들과 함께 ‘포스코-협력사 상생발전 공동선언식’을 열고 공동 출연으로 ‘협력사 공동근로복지기금’을 설립한 뒤 사내 하청 노동자에게도 본사와 동일한 자녀 장학금 지원을 약속했다. 하청업체 노동자 입장에서는 그간 각 하청업체별로 받았던 장학금 지급 혜택이 기금으로 일원화된 것이다. 그러나 기금 쪽은 지난 9월 기금 집행을 앞두고 ‘근로자 지위 확인 소송을 제기한 이들에 대한 장학금 지급을 유보한다’고 하청업체 쪽에 통보했다. 지회에 따르면 이런 이유로 장학금을 지급받지 못한 인원은 374명이다.
지회는 소송을 제기한 민주노총 조합원을 자녀 장학금 지급 대상에서 배제한 것이 차별이라는 취지의 진정을 냈다. 근로자 지위 확인 소송을 제기한 이들은 모두 민주노총 조합원인데, 이들을 제외한 한국노총 조합원 및 비조합원은 자녀 장학금을 전부 지급 받았다는 것이다. 지회는 “특정 노조 조합원에게만 장학금을 지급하지 않는 행위는 불이익 처우가 분명하고 민주노총 조합원을 다른 노동자들과 달리 처우해야 할 어떤 합리적 이유나 법적 근거가 없다”며 “이는 특정 노동조합 조합원임을 이유로 한 차별이 명백하다”고 말했다.
기금 쪽 관계자는 “특정 노동조합을 배제한 것이 아니라 법원 판결이 나오기 전까지는 소송을 제기한 이들의 소속이 하청업체인지 포스코인지 불분명하기 때문에 잠정적으로 지급을 미뤄둔 것이고, 판결로 하청업체 소속 직원인 것이 확실해지면 지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포스코는 “협력사 공동근로복지기금을 출연했으나 기금의 운영은 포스코와 독립된 기금 이사회의 의사 결정 사항이라 포스코가 관여할 수 없는 부분”이라고 밝혔다.
신다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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