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2월24일 인천국제공항 1터미널 입국장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대한항공 승무원으로 일하다 코로나19로 강제휴직한 뒤 스스로 목숨을 끊은 승무원의 죽음이 ‘업무상 재해’로 인정됐다.
8일 근로복지공단과 고인의 유족을 대리한 노무법인 ‘산재’ 쪽의 설명을 종합하면, 고인은 지난해 코로나19로 인해 비행이 줄면서 순환근무에 들어갔다. 지난해 3~6월은 쉬고 7월에 복귀했지만 비행일수는 13일에 그쳤다. 휴직기간에도 임금은 지급됐지만 평소의 60%에 불과했다. 회사 취업규칙이 겸직을 불허하고 있어 쉬는 동안에도 다른 일을 하는 것이 불가능했다. 그러다 지난해 11월 스스로 목숨을 끊었고, 고인의 유족은 지난 3월 “고인이 정상적인 인식능력이 없는 상태에서 자살하였으므로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며 근로복지공단에 유족급여 지급을 신청했다.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질판위)는 고인의 극단적 선택이 “업무상 과도한 스트레스 요인으로 정상적인 인식능력이나 행위 선택능력, 정신적 억제력이 결여되거나 현저히 저하돼 합리적인 찬단을 기대할 수 없을 정도”에서 이뤄졌다고 판단했다. 질판위는 “고용유지 휴직과 겸직금지로 경제적 어려움이 가중됐을 것으로 판단되고, 복귀예측이 어려운 유급휴직기간 급격한 체중감량, 식이변화, 수면문제 등이 사망 직전 격어왔을 것으로 추정되는 우울증 발생과 악화에 연관성이 높을 것으로 보인다”고 판정 이유를 밝혔다.
고인은 생전에 우울증 관련 치료 이력이 없었다. 다만, 지난해 1월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시행령이 “업무상의 사유로 인한 정신적 이상 상태에서 자해행위를 하였다는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는 경우에도 업무상 재해로 인정할 수 있도록 개정돼 고인의 죽음도 업무상 재해로 인정 받을 수 있게 됐다.
고인을 대리한 조창연 노무사(노무법인 산재)는 “코로나19사태로 인한 강제휴직, 해고 등으로 고통받는 노동자들에게 국가적인 차원의 보상 및 위로가 이루어질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줬다고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박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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