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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노동

[단독] 8년 만의 실태조사…미용 스태프 시급 6287원 “교육비 또 떼여 빠듯”

등록 2021-11-11 04:59수정 2021-11-11 07:33

[청년유니온, 2013년 이후 첫 조사]

스태프 “돌아가고 싶지 않은 기억”
하루 10시간 갈아넣고 월 129만원
교육비·가발비로 수십만원 떼가

출퇴근 헤어디자이너가 프리랜서?
‘특고 노동자’ 계약 4대보험 배제
시급도 7697원 최저임금 밑돌아
한겨레 자료사진
한겨레 자료사진

“돌아가고 싶지 않은 기억.”

2년간 서울의 한 프랜차이즈 미용실의 스태프로 일했던 김민지(21·가명)씨가 최근 <한겨레>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그는 매장 청소와 미용품 세척, 디자이너 개인 심부름을 하며 하루 10시간을 일하고도 한 달에 144만원을 받았다. 본사 교육비와 가발 재료비 등으로 한 달에 30만원 넘는 돈까지 내고 나면 생활비가 거의 없었다. “최소한 노동에 대한 정당한 대가라도 받았으면 좋겠어요. 밥은커녕 화장실도 못 가고 일했는데 이런저런 이유를 대면서 임금 줄이고 무급 청소까지 시킬 땐 너무 서러웠어요.”

<한겨레>는 청년유니온이 지난 9월 한달 간 만29살 이하 미용실 스태프 333명과 헤어디자이너 172명의 노동 환경을 조사해 분석한 ‘2021 미용실 스태프&헤어디자이너 근로조건 실태조사 분석 결과’ 보고서를 입수했다. 2013년 같은 단체가 198개 매장 전화 문의와 종사자 인터뷰를 통해 미용업 실태조사를 한 후 8년 만의 재조사다. 이번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한 설문조사다. 두 조사를 직접 비교하긴 어렵지만, 미용업 종사자 실태조사가 거의 없는 상황을 고려하면, 현재 미용업의 노동 환경 처우를 가늠하는 단서가 될 수 있다.

2021년 미용업 종사자의 노동 환경은 2013년과 견줘 얼마나 달라졌을까. 2020년 말 통계청이 발표한 ‘2019년 서비스업조사’를 보면, 이·미용산업 매출은 6조2440억원으로, 2013년 5조4571억원을 벌던 데서 15% 이상 성장했다. 그러나 2021년 미용 스태프(인턴)의 평균 시급은 6287원으로 올해 최저임금 8720원의 72% 수준에 그쳤다. 지난 2013년 조사된 스태프 평균 시급(2971원)이 당시 최저임금 4860원의 61.1%이었던 데 비하면 개선됐지만, 여전히 법정 최저임금을 크게 밑도는 수준이다. 월 평균 임금은 129만7천원이다. 미용업의 최저임금 위반은 공공연한 사실이지만, 업계에서는 ‘스태프는 노동자가 아니라 교육생’이라고 주장하고, 노동부는 최저임금을 지키도록 계도하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

스태프의 1주 평균 노동시간은 48시간으로, 2013년 64.9시간 일한 것과 견줘 노동시간이 줄었다. 다만 코로나19로 대면영업이 줄어들어 비자발적으로 노동시간이 줄어든 효과를 감안해야 한다. 스태프는 일정 기간 후에 고용계약이 바뀔 수 있다는 점에서 기간제 노동자로 분류된다.

※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그만둔다고 위약금 물리고 ‘노동시간 적립’

사실 계약서상의 스태프 소득은 129만원보다는 높다. 하지만 ‘교육비’와 ‘재료비’ 명목으로 사업주가 가져가는 수십만원을 제하고 나면 손에 쥐는 돈은 크게 줄어든다. 머리 손질을 배울 때 내는 수강료와 가발 사용료 명목인데, 매달 이렇게 공제되는 금액의 규모는 월 평균 22만3천원에 달한다. 이런 ‘유료’ 교육의 내용을 보면 ‘매장 내부 교육을 받는다’는 응답이 전체의 8.1%, ‘교육이 사실상 없음’이라는 응답이 6.9%였다. 나머지 74.8%는 ‘매장 외부 및 내부 여러 형태로 교육을 받는다’고 답했지만, 수십만원에 합당한 가치가 있는지 알 수 없고, 교육의 질도 매장마다 제각각이다.

부당한 이유를 들어 임금을 깎거나 공짜 노동을 시킨다는 응답도 많았다. 청년유니온 설문조사에 제출된 주관식 응답을 보면 “목표 매출에 미달하면 원장이 벌금을 걷는다”거나 “매장 청소가 미진하다는 이유를 들어 원장이 벌칙수단처럼 공짜 노동을 몇 시간씩 시킨다”는 답변이 있었다. ‘노동자에게 임금 전액을 지급해야 한다’는 근로기준법 43조의 사업주 의무 위반에 해당할 수 있다.

사업주가 자의적으로 ‘노동시간 적립제’를 운영하며 추가 수당을 주지 않으려 한 정황도 있었다. 한 응답자는 “근무일인데도 원장님이 ‘일이 없다’며 강제로 쉬게 하고는 휴무일에 불러내어 ‘전에 쉰 만큼 노동시간을 마이너스로 적립했으니 이를 복구하라’며 근무를 지시했다”고 답했다. 근로기준법은 노동자가 노무를 제공하기로 정한 날(소정근로일)에 사업주 사정으로 일을 못하게 될 경우 당일 임금의 70%를 휴업수당으로 지급하고, 휴무일에 일을 시키면 가산수당이 더해진 150%를 지급하는 것을 사업주 의무로 정하고 있다. 하지만 이 응답자는 그런 보상을 전혀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스태프가 부당한 처우를 못 견디고 그만두면 위약금을 걷는 사업주도 있었다. 333명 전체 스태프 응답자 가운데 27명(8.1%)이 ‘위약금을 낸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이는 고용계약 불이행을 이유로 위약금이나 손해배상금을 내도록 하는 고용계약을 체결할 수 없도록 정한 근로기준법 20조 위반이다.

헤어디자이너도 출퇴근 지정돼 있는데 프리랜서?

청년유니온 설문조사를 보면, 열악한 노동 처우를 견디고 승급시험까지 통과해 ‘스태프의 미래’인 헤어디자이너로 올라가도 시급은 7697원이었다. 여전히 올해 최저임금 8720원을 밑돈다. 월 평균 임금은 214만7천원이었으며, 1주 평균 노동시간은 53시간에 달했다. 이들은 계약서상 프리랜서인 ‘특수고용노동자’로 여겨져, 4대 보험과 퇴직금을 받을 가능성이 희박하고 직장 내 괴롭힘을 당해도 법의 보호를 받을 수 없다.

그러나 헤어디자이너가 일하는 면면을 보면, 근로기준법 적용을 받는 노동자만큼이나 사용자에게 종속돼 있다. 객관식 답을 보면 응답자의 95.9%(165명)가 출퇴근 장소와 시각이 정해져 있다고 답했다. 주관식 응답엔 ‘지각비’를 걷거나 ‘전 직원 스타벅스 커피 쏘기’ 같은 벌칙을 받았다는 이들도 많았다. 휴가 사용도 사업주의 엄격한 통제를 받는다. 이는 사용자가 근무시간과 장소를 지정하고 취업규칙을 적용하는지 등을 근로기준법 적용 기준으로 삼는 그간의 법원 판례에 상당 부분 부합한다. 다만 이제까지 판례를 보면 헤어디자이너를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라고 하급심 판단도 있었지만, 지난 9월 독립성이 있는 디자이너의 경우 근로자로 인정하지 않는다는 대법원 판단도 나왔다.

정부는 2013년 미용 프랜차이즈 기업을 대상으로 첫 근로감독을 실시한 이래 2014년과 2015년, 2017년 세 차례 더 미용업을 대상으로 한 기획 감독을 실시했다. 총 1843개 미용실 가운데 948개소(51.4%)의 법 위반 사실을 적발했다. 주로 최저임금 위반이나 임금 체불, 근로계약서 미작성 관행 등이었다. 다만 소규모 사업장이 많고 도제식 교육이 뿌리내린 미용업 특성 탓에, 감독만으로는 관행 개선에 한계가 있다고 노동부 관계자는 설명했다.

그러나 미용산업의 열악한 노동처우가 알려진 지 10여년이 흘렀음에도 당국의 개선 노력이 부족하다는 비판을 피하기는 어렵다. 과거 미용업 노동실태를 조사한 바 있는 김종진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선임 연구위원은 “감독 횟수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업계를 좌지우지하는 대형 프랜차이즈 미용실 업주들을 정부가 정기적으로 만나야 한다”며 “전국 매장의 서비스를 표준화하는 본사가 노동의 표준화를 못할 리 없는데 정부가 쏟는 관심과 의지가 부족했다”고 말했다.

조사를 진행한 김영민 청년유니온 사무처장도 “미용업 등 20대 초반 고졸 여성이 많은 산업의 경우 사회가 종사자 목소리에 제대로 귀 기울이지 않아 열악한 노동실태가 좀처럼 개선되지 않는다”며 “미용 프랜차이즈 본사를 비롯해 고용노동부 당국의 책임 있는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신다은 기자 down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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