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고된 산재, 현대중공업의 교훈]
‘중’-종잇조각이 된 예방조치들
재재하청 거듭하며 ‘공기 압박’
안전절차 복잡, 일단 뛰어들어
‘중’-종잇조각이 된 예방조치들
재재하청 거듭하며 ‘공기 압박’
안전절차 복잡, 일단 뛰어들어

지난 한 해 산업재해 사고로 사망한 노동자는 882명이다. 매일 두세명이 일터에서 목숨을 잃었으나 그들이 왜 죽음에 이를 수밖에 없었는지, 무엇이 위험을 촉발했고, 왜 방치했는지는 알 길이 없다. 죽음의 날짜와 상황을 담은 짧은 기록만이 남을 뿐이다.
왜 같은 일터에서 비슷한 사고가 수십년 동안 끊이지 않는가. 이 질문의 답을 찾기 위해, 산재 전문가들로 구성된 연구팀이 대표적인 산재 다발 사업장인 현대중공업에서 2014년 이후 발생한 사망사고 35건을 질적으로 분석한 ‘현대중공업 중대재해 사고백서 Ⅰ’을 펴냈다. 전주희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연구원, 박다혜 금속노조 법률원 변호사, 강태선 세명대 교수 등으로 구성된 ‘현대중공업 중대재해 사고조사 연구팀’이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의 발주로 작성한 연구용역 보고서다. 각 사고의 재해조사의견서와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 조사 보고서, 법원 판결문 등을 한데 모아 사고를 일으킨 우발적 상황과 그것을 만든 구조적 원인을 찾는 데 집중했다.
<한겨레>는 최근 단독 입수한 이 보고서를 통해, ‘위험의 외주화’라는 문제제기를 넘어 외주화가 산재 사고를 초래하는 현장의 메커니즘을 세 차례에 걸쳐 심층보도한다. 연구팀이 밝힌 것처럼 “과거의 이력을 기록하고 그 대응을 추적하는 작업이 현재의 위험에 대응하기 위한 매우 중요한 참고자료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까다로운 장비 지원 절차
시간이 돈이 되는 구조

미숙련자 교육도 없이 투입
5년 전에도 올해도…‘재하도급 금지 준수’ 안건에만 오를 뿐
헛도는 현대중 산업안전보건위 노사, 사고 때마다 “물량팀 근절을”
매번 같은 대책…이행 경과는 없어
하청 아우른 ‘협의체’ 확대 제안도 “물량팀(재하도급 업체) 특성상 안전보다 생산을 우선시해 사고 위험이 매우 높다. 물량팀 운영을 전면 금지할 것.” 두 달 만에 세 건의 산업재해 사망 사고가 발생한 2016년 8월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노조)가 산업안전보건위원회(산보위)에 낸 안건이다. 현대중공업은 이에 대해 “도급계약서의 ‘재하도급 금지’ 조항에 의해 사내 협력사의 물량팀 활용을 금지한다”고 답했다. 원청이 1차 하청업체와 계약할 때 재하도급을 금지하도록 안내하고 있어 재하도급이 본사와 무관하다고 선을 그은 것이다. 같은 안건은 지난해 또 올라왔다. 노조는 물량팀 실태조사를 실시하고 재해가 발생한 공정을 직영화하자는 의견을 냈다. 회사는 “재하도급 금지 조항의 지속적 관리를 통해 물량팀이 근절되도록 한다”는, 4년 전과 비슷한 답변을 내놨다. 같은 안건은 지난 5월 용접 도중 추락해 사망한 장아무개(40)씨 사고 뒤에도 제출됐다. 이번엔 노사의 협의 결과란이 아예 비어 있었다. 산보위는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라 노사가 산재 예방대책을 심의·의결하는 협의기구지만 형식적 운영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현대중공업 노사도 중대재해 때마다 임시 산보위를 열어 장비 대여 절차 개선과 재하도급 근절, 미숙련자 안전교육 필요성을 논의했으나 그때마다 나온 대책은 ‘표준작업지도서 개정’과 ‘재하도급 금지 조항 지속 관리’, ‘출입증 관리와 연계해 교육 후 배치’ 등에 그쳤다. 구체적인 이행 기록도 없었다. ‘현대중공업 중대재해 사고백서 Ⅰ’을 보면, 2014년 이후 전체 산재 사고 35건 가운데 14건은 산보위 개최 여부를 확인할 수 없었다. 2016년 10월 발생한 사고에 대한 산보위가 이듬해 1월 열리기도 했다. 산안법상 산보위를 열지 않거나 협의 사항을 이행하지 않았을 때 부과하는 과태료는 최대 500만원에 불과하다. ‘현대중공업 중대재해 사고조사 연구팀’은 “노사 협의가 안 된 사항에 대해 회사가 거부한 이유와 추가 논의 여부를 기록하고 회사가 이행 계획만 밝힌 경우엔 그 경과도 기록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산보위 이력 관리는 내년 1월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을 계기로 더욱 중요해질 전망이다. 중대재해처벌법은 경영책임자가 안전보건조처를 이행하지 않아 중대재해가 발생한 경우 처벌할 수 있도록 만든 법인데, 경영책임자가 산보위 안건을 어떻게 처리했는지가 판단 자료로 쓰일 수 있다. 같은 사업장 내 노사끼리 개최하는 산보위를 사내 하청 노사까지 아우르는 협의체로 넓힐 필요도 있다. 최상준 가톨릭대 교수(의학과)는 “정규직 노조가 사내 하청 노동자 의견까지 모아 구체적인 재해 예방 안건을 제시해야 하고 원청도 이를 하청 대표와 논의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신다은 기자 downy@hani.co.kr
헛도는 현대중 산업안전보건위 노사, 사고 때마다 “물량팀 근절을”
매번 같은 대책…이행 경과는 없어
하청 아우른 ‘협의체’ 확대 제안도 “물량팀(재하도급 업체) 특성상 안전보다 생산을 우선시해 사고 위험이 매우 높다. 물량팀 운영을 전면 금지할 것.” 두 달 만에 세 건의 산업재해 사망 사고가 발생한 2016년 8월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노조)가 산업안전보건위원회(산보위)에 낸 안건이다. 현대중공업은 이에 대해 “도급계약서의 ‘재하도급 금지’ 조항에 의해 사내 협력사의 물량팀 활용을 금지한다”고 답했다. 원청이 1차 하청업체와 계약할 때 재하도급을 금지하도록 안내하고 있어 재하도급이 본사와 무관하다고 선을 그은 것이다. 같은 안건은 지난해 또 올라왔다. 노조는 물량팀 실태조사를 실시하고 재해가 발생한 공정을 직영화하자는 의견을 냈다. 회사는 “재하도급 금지 조항의 지속적 관리를 통해 물량팀이 근절되도록 한다”는, 4년 전과 비슷한 답변을 내놨다. 같은 안건은 지난 5월 용접 도중 추락해 사망한 장아무개(40)씨 사고 뒤에도 제출됐다. 이번엔 노사의 협의 결과란이 아예 비어 있었다. 산보위는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라 노사가 산재 예방대책을 심의·의결하는 협의기구지만 형식적 운영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현대중공업 노사도 중대재해 때마다 임시 산보위를 열어 장비 대여 절차 개선과 재하도급 근절, 미숙련자 안전교육 필요성을 논의했으나 그때마다 나온 대책은 ‘표준작업지도서 개정’과 ‘재하도급 금지 조항 지속 관리’, ‘출입증 관리와 연계해 교육 후 배치’ 등에 그쳤다. 구체적인 이행 기록도 없었다. ‘현대중공업 중대재해 사고백서 Ⅰ’을 보면, 2014년 이후 전체 산재 사고 35건 가운데 14건은 산보위 개최 여부를 확인할 수 없었다. 2016년 10월 발생한 사고에 대한 산보위가 이듬해 1월 열리기도 했다. 산안법상 산보위를 열지 않거나 협의 사항을 이행하지 않았을 때 부과하는 과태료는 최대 500만원에 불과하다. ‘현대중공업 중대재해 사고조사 연구팀’은 “노사 협의가 안 된 사항에 대해 회사가 거부한 이유와 추가 논의 여부를 기록하고 회사가 이행 계획만 밝힌 경우엔 그 경과도 기록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산보위 이력 관리는 내년 1월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을 계기로 더욱 중요해질 전망이다. 중대재해처벌법은 경영책임자가 안전보건조처를 이행하지 않아 중대재해가 발생한 경우 처벌할 수 있도록 만든 법인데, 경영책임자가 산보위 안건을 어떻게 처리했는지가 판단 자료로 쓰일 수 있다. 같은 사업장 내 노사끼리 개최하는 산보위를 사내 하청 노사까지 아우르는 협의체로 넓힐 필요도 있다. 최상준 가톨릭대 교수(의학과)는 “정규직 노조가 사내 하청 노동자 의견까지 모아 구체적인 재해 예방 안건을 제시해야 하고 원청도 이를 하청 대표와 논의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신다은 기자 down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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