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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노동

“연례행사 치르듯이 총파업” 민주노총 내부서도 쓴소리

등록 2021-12-14 16:42수정 2021-12-15 19:14

96~97 ‘노개투’ 총파업 25주년
민주노총 정책연구원 토론회
“총파업이 수단 아니라 목표돼”
“관성적인 투쟁방식 쇄신해야”
지난 10월20일 민주노총 총파업에 참가한 조합원들이 서울 서대문네거리에서 집회를 열고 있다. 윤운식 선임기자 yws@hani.co.kr
지난 10월20일 민주노총 총파업에 참가한 조합원들이 서울 서대문네거리에서 집회를 열고 있다. 윤운식 선임기자 yws@hani.co.kr

‘거침없는 총파업’. 서울 정동 민주노총 건물 곳곳에 붙어있는 슬로건이다. 지난해 12월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이 선거에서 주되게 내세웠던 ‘공약’이기도 하다. 민주노총은 코로나19 방역을 이유로 정부가 집회를 금지한 지난 10월20일 총파업 투쟁을 벌였고 이 때문에 노동계 안팎에서 많은 논란을 빚었다. 민주노총 내부에서 10·20 총파업에 대한 평가가 진행중인 가운데, ‘총파업의 관성화’에 대한 우려가 민주노총 내부에서 나왔다.

14일 민주노총은 1996~1997년 ‘노개투(노동법개정투쟁) 총파업’ 25주년을 맞아 ‘민주노총 총파업의 진단 및 과제’ 토론회를 열었다. 96~97총파업은 김영삼 정권이 정리해고 도입 등이 담긴 노동법 개정안을 통과시키려 하자 이에 반대하며 조직된 총파업이다. 민주노총 조합원의 80%가 넘는 40만명이 한번 이상 총파업에 참여했고, 국민적 지지를 얻으며 사회적 반향 역시 컸다. 이 때문에 김영삼 정권과 국회는 날치기 통과됐던 근로기준법 등 법률을 폐지하고 재개정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96~97 총파업의 성과를 짚고, 1998년 국제통화기금(IMF) 위기 이후 2019년까지의 민주노총이 벌였던 30번의 총파업 성과에 대해 살폈다. 발제를 맡은 박용석 민주노총 정책연구원장은 “가장 조직화된 운동집단으로 자리잡고 있는 민주노총이 노동자·민중의 불만과 저항을 표출하는 수단으로 총파업을 선택한 것은 사회적 책임을 다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고 성과를 짚었다. 특히 2016년 11월 ‘촛불항쟁’ 때 이뤄진 총파업에는 22만명이 참가하는 등 박근혜 정권 퇴진 투쟁에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도 나왔다.

하지만 ‘총파업’이 주는 무게감에 견줘 지나치게 관성화됐다는 비판도 뒤따랐다. 박 원장은 “일부 연도를 제외하고는 총파업 투쟁 계획이 연례 행사인 것처럼 계속 포함되고, 총파업이 당위적 수준에서 논의되는 경우가 많았다”며 “총파업이 전술적 목표가 아니라, 총파업 자체가 전략적 목표가 되는 경우도 있었다”고 평가했다. 박 원장은 “총파업의 논의·실행 준비단계에서 조합원 다수의 결의와 실천이 수반될 수 있는 절차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토론자로 참여한 박석운 한국진보연대 상임대표는 “총파업은 노동자들이 생산을 멈추는 방식으로 자본에 타격을 줘 정치적 효과를 극대화시키는 방식인데, 어느 순간부터는 노동자들의 규모있는 투쟁을 모두 총파업 투쟁으로 명명하는 관행이 일반화됐다”며 “‘뻥파업’으로 매도되는 총파업이나 기존의 관성적 투쟁방식을 쇄신하는 실험과 실천방안이 강구돼야 한다”고 말했다.

노중기 한신대 교수도 “민주노총이 ‘총연합단체’로서 다른 해야할 일이 있음에도, 우리가 싸우고 있다는 사실을 대중에게 드러내기 위한 사업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관성적으로 투쟁사업을 하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며 “민주노총이 투쟁기구가 아니라 정책역량과 교섭역량을 키우기 위한 장기적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태우 기자 eh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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