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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노동

법원 “YTN ‘프리랜서’ 작가·PD는 노동자”…편법고용에 경종

등록 2021-12-23 13:37수정 2021-12-24 02:32

서울서부지법, 노동자성 인정 판결
노동위도 “방송작가는 노동자” 판정 잇따라
지난 22일 서울 을지로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앞에서 열린 방송작가유니온과 권리찾기유니온의 ‘방송노동자 노동자지위확인 공동진정’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이 상징의식을 하고 있다. 방송작가유니온 제공
지난 22일 서울 을지로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앞에서 열린 방송작가유니온과 권리찾기유니온의 ‘방송노동자 노동자지위확인 공동진정’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이 상징의식을 하고 있다. 방송작가유니온 제공

방송사들이 근로기준법의 노동자와 똑같이 일을 시키면서도 ‘프리랜서 계약’을 맺는 고용관행에 책임을 묻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법원과 노동위원회에서 직종을 가리지 않고 방송사 ‘프리랜서’들의 노동자성이 인정되는 가운데 방송사들의 ‘편법고용’ 관행이 근절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서부지법 민사11부(재판장 함석천)는 와이티엔과 프리랜서 계약을 체결하고 일하는 컴퓨터그래픽(CG) 디자이너 12명과 편성 피디(PD) 3명이 낸 ‘근로자지위확인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이들이 ‘와이티엔의 노동자’ 지위에 있음을 확인한 것이다.

판결문을 보면, 이들은 짧게는 2년 4개월 길게는 9년 가까이 와이티엔 회사가 아닌 와이티엔의 ‘디자인센터장’ ‘사이언스국 편성기획팀장’ 개인과 ‘업무도급계약’ ‘업무위임계약’ ‘프리랜서 업무도급계약’ 등의 계약을 1년 단위로 체결하고 일했다. 그래픽 디자이너들은 뉴스에 들어가는 자료 영상, 증강·가상현실 그래픽 제작 등의 업무를 맡았고, 편성 피디들은 ‘와이티엔 사이언스’의 편성 제작업무를 맡았다.

재판부는 이들이 와이티엔의 ‘상당한 지휘·감독’을 받으며 일한 노동자에 해당한다고 봤다. 그 근거로는 근무시간과 장소의 구속과 상급자의 지시를 받아 일했으며, 업무 실수나 지각 등에 대해서 경위서를 제출하는 등 회사의 복무규율을 따라야 했다는 사실을 들었다. 특히 재판부는 “원고들이 수행한 업무가 (계약의 상대방인) 팀장의 업무 등 특정 업무에 한정된 것으로 보일 수 있지만, 그 업무는 팀이 맡은 전반적인 업무를 포괄하는 넓은 범위의 것으로 사실상 회사의 호봉제·연봉제 노동자와 유사하다”며 “본질적으로 외부 용역으로 처리하기 부적합한 경우가 상당하다”고 봤다. 계약의 명목은 ‘프리랜서’지만 사실상 와이티엔의 호봉제·연봉제 ‘정규직’ 노동자와 똑같이 일했다는 것이다.

이들이 체결한 계약서에는 “본 계약은 근로계약과는 무관하다”는 문구가 포함돼있고, 올해부터 근무장소도 호봉제·연봉제 노동자와 분리됐다. 하지만 법원은 이런 사실들이 “근로의 실질과 무관하게 원고들의 노동자 지위를 인정하지 않으려는 조치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들이 와이티엔에 2년 이상 근무했다는 점을 들어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무기계약직(기간의 정함이 없는) 노동자’에 해당한다고 못박았다.

판결이 확정되면 와이티엔은 이들을 ‘무기계약직 노동자’로 인정해야 한다. 와이티엔 관계자는 23일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판결의 구체적인 내용을 확인해 향후 대응을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소송에서 원고들을 대리한 이용우 변호사(법무법인 창조)는 “이번 판결은 청주방송 고 이재학 피디 투쟁 이후 방송사 비정규직 문제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진 가운데, 메이저 방송사의 프리랜서 문제에 대해 법원이 노동자성을 집단적으로 인정한 첫 사건으로 방송사의 불법적 고용형태에 경종을 울렸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방송사들이 방송작가·아나운서·피디 등 직종을 따지지 않고 ‘프리랜서’로 고용하는 관행이 만연한 가운데, 최근 이들을 ‘노동자’로 인정하는 법적 판단이 잇따르고 있다. 지난 3월엔 중앙노동위원회가 문화방송(MBC) 보도국 방송작가의 부당해고 구제신청 사건에서 노동자성을 인정했고, 지난 9일 전북지방노동위원회도 한국방송(KBS) 전주총국 방송작가의 노동자 지위를 인정했다. 방송작가 노동자성 사건을 대리하고 있는 김유경 노무사(돌꽃노동법률사무소)는 “방송사들이 30~50%를 프리랜서 등 비정규직으로 고용하고 있는 실정에서 노동자성을 인정 받는 사례는 앞으로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며 “방송사들이 노동자성 인정에 관한 법적 대응을 지속할 것이 아니라 고용방식을 개선할 대승적 고민을 해야 할 시점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고용노동부는 지난 4월부터 지상파 3사 보도국 시사교양분야 방송작가들의 노동자성 인정에 관한 근로감독을 시행하고 있으나, 아직 결과가 나오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지난 22일엔 최근 ‘계약해지’된 문화방송 시사교양프로그램 ‘뉴스외전’ 방송작가 2명과 광주문화방송 아나운서 1명이 노동자성을 인정해달라며 서울지방고용노동청에 진정했다. 노동부 관계자는 “근로감독 결과는 이른 시일 안에 발표할 예정”이라며 “방송작가들의 노동자성 판단과 그에 따른 후속 조처에 관한 내용이 담길 것”이라고 말했다.

박태우 기자 eh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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