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택배노동조합 CJ대한통운본부가 오는 28일부터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하기로 결정한 가운데 23일 서울의 한 CJ대한통운 지점에 택배 차량이 멈춰 서 있다. 연합뉴스
민주노총 전국택배노동조합 씨제이(CJ)대한통운본부가 오는 28일부터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회사 쪽이 과로사 방지를 위한 사회적 합의 이후 합의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고, 택배요금을 인상하면서도 택배기사들에게 그 몫이 공정하게 분배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택배노조는 23일 오후 서울 정동 민주노총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씨제이대한통운본부가 28일부터 무기한 전면파업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이날 새벽부터 오전 11시까지 진행된 쟁의행위 찬반투표에서 재적인원(2500명)의 91.6%인 조합원 2290명이 투표에 참여해 찬성률 93.6%로 쟁의행위가 가결됐다고 노조는 밝혔다. 아울러 지난 12일 진행한 비조합원 설문조사(982명 참여)에서는 74%가 노조 파업 지지 의사를 밝혔다고 노조는 전했다.
노조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과로사 방지를 위한 사회적 합의에 따라 택배노동자 처우개선을 위해 사용해야 하는 택배요금 인상분으로 씨제이대한통운이 추가이윤을 벌어들이고 있다”며 “국민에겐 택배요금을 인상하고, 택배노동자들의 수수료를 삭감하면서 자신의 배만 채우고 있다”고 밝혔다.
23일 오후 서울 정동 민주노총에서 열린 ‘CJ대한통운 총파업 찬반투표 결과 및 향후 계획 발표’ 기자회견에서 진경호 전국택배노조 위원장이 투표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6월 노사정이 참여한 ‘택배기사 과로사 대책을 위한 사회적 합의기구’는 택배기사의 장시간 노동의 원인이 됐던 택배 분류업무를 올해 안에 택배기사의 업무에서 제외하도록 하고, 택배사들은 분류인력 확보를 위한 인력투입 또는 비용을 부담하기로 했다. 당시 노사는 분류인력 투입과 고용·산재보험 가입을 위한 직접 원가 상승분을 170원으로 파악한 바 있다. 노조는 “씨제이대한통운이 지난 4월 택배비를 건당 170원 인상했는데, 이 가운데 51.6원만 사회적 합의 비용으로 사용하고 나머지는 씨제이대한통운의 영업이익으로 둔갑시키고 있다”고 주장한다. 내년 1월 예정된 요금 100원 추가 인상분도 “70~80원은 원청 이익으로 가져가려 한다”고 노조는 덧붙였다. 요금인상분에서 분류작업비용, 고용·산재보험 비용 등을 제한 씨제이대한통운의 초과이윤이 3121억원에 달한다고 노조는 주장한다.
이에 반해, 회사쪽은 노조가 주장하는 수치는 검증되지 않았다고 맞선다. 씨제이대한통운 관계자의 설명을 종합하면, 지난 4월에 인상된 택배요금은 건당 140원 수준이며, 인상된 택배요금의 절반 남짓은 택배기사들에게 돌아가게 돼있으므로 3121억원을 회사가 모두 가져갈 수 없다고 한다. 또한 내년 예정된 100원의 추가인상분도 분류업무와 고용산재보험 부담금으로만 쓰이는 비용이라고 강조했다. 씨제이대한통운은 “사회적 합의 이행을 위한 회사의 노력을 폄훼하고 근거 없는 수치와 자료를 기반으로 한 일방적인 주장에 깊은 유감을 표하며, 정상적인 경영 활동에 대한 왜곡과 비방은 즉각 중단돼야 한다”고 밝혔다.
박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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