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6일 충남 천안시 동남구 청당동 천안동남경찰서 주차장에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후보 유세 버스가 세워진 모습. 전날 천안 시내 도로에 주차된 이 버스에서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추정되는 사고가 발생해 버스 운전기사와 선거운동원 2명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연합뉴스
고용노동부가 국민의당 유세차량 내 일산화탄소 중독 사망 사고와 관련해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여부를 검토하는 가운데, 국민의당이 유체차량 관리업체를 실질적으로 관리하는 ‘원청’인지가 쟁점으로 떠올랐다. 국민의당이 원청이라면 하청 노동자인 버스기사에게 사고가 일어나지 않도록 안전 조처를 취했어야 하기 때문이다. 국민의당이 원청이라면, 당직자 등의 규모에 따라 중대재해처벌법도 적용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17일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국민의당 유세차량 기사들은 유세 기간 동안 차량 이동 동선과 정차 시간 등에 관한 지시를 국민의당 당원에게 일상적으로 받았다. 유체차량 관리업체인 ㅇ업체의 지시는 거의 받지 않았다. 유세차량 기사 ㄱ씨는 “기사들마다 각자 배치된 국민의당 당원 담당자가 있어서 수시로 그들의 지시를 받아 차량을 서울 시내 특정 장소로 이동하거나 정차했다”며 “ㅇ업체는 처음 업무를 시작할 때 ‘당원들이 가라는 대로 가고 지시를 잘 따르면 된다’고 전달한 뒤 따로 연락 온 적이 없다”고 말했다. 국민의당 당원들은 유세차량을 일종의 ‘이동 휴게실’처럼 쓴 정황도 있다. ㄱ씨는 “당원들이 유세를 하다가 추워지면 차량 안으로 들어와 1시간 가량 쉬곤 했다”고 덧붙였다.
이런 정황은 국민의당이 원청으로서 유세차량을 얼마나 실질적으로 지배하고 운영했는지 판단하는 근거가 된다. 중대재해처벌법은 특정사업을 하청업체에 외주화했다 하더라도, 하청 노동자의 일터가 ‘원청이 실질적으로 지배·운영·관리하는 시설·장비·장소’라면 원청이 하청 노동자의 안전을 확보할 의무가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국민의당이 유세차량 관리업체에 업무를 온전히 일임했다면 안전확보 의무가 없지만, 실질적으로 지배력을 행사했다면 이야기가 달라지는 셈이다.
법조계에서는 국민의당을 원청으로 보아야 한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손익찬 일과사람 변호사는 “단순히 광고 설치용 간판으로만 유세차량을 쓴 게 아니라 그 안에서 당원이 쉬기도 하고 기사들에게 이동 동선을 지시하기도 했다면 ‘장비를 운영’했다고 보는 게 맞다”며 “유세도 일종의 사업인데 사업주가 이를 위해 노무를 제공 받았다면 업체의 안전 관리 역량을 평가하는 등 원청의 안전 의무를 다했어야 한다”고 말했다. 권영국 법무법인 해우 변호사도 “선거 유세를 하는데 운전기사에게 지배력을 행사하는 주체가 국민의당이 아닌 차량 관리 업체라면 그게 더 이상하지 않느냐”며 “국민의당은 원청이고 유세 차량은 원청이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설비라고 봐야 한다”고 해석했다. 그는 “중대재해처벌법이 원청의 안전 확보 의무 범위를 ‘장소’로 한정하지 않고 ‘시설·장비·장소’로 넓힌 것은 이런 사고에 대비하기 위함”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전형배 강원대 교수(법학전문대학원)는 “중대재해처벌법이 정하는 원청의 안전보건확보 의무는 전담 조직을 갖추는 등 보다 체계화된 의무인데 선거 차량을 빌려서 운영한 것을 가지고 이런 의무를 적용하기는 무리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산안법상 원청의 안전 보건 확보 의무는 사내 하청업체처럼 원청의 실질적 지배력이 강한 사업장에 한정된다고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국민의당이 원청이라 하더라도 곧바로 중대재해처벌법이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중대재해처벌법은 2024년1월 말까지 50인 미만 사업장의 법 적용을 유예했기 때문이다. 현재까지 파악된 국민의당의 유급 당직자는 35명으로,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대상인 50인 이상 사업장 기준을 밑돈다. 정당의 선거사무소 선거사무원 가운데 급여를 받는 사무원이 15명을 넘긴다면 중대재해처벌법이 적용된다. 앞서 대법원은 2007년 정당에서 운영하는 선거사무소의 선거사무원이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바 있다. 당시 대법원은 “선거사무소는 근로기준법에서 정한 사업장에 해당하며, 관할 선거관리위원회에 신고를 마친 선거사무원이라고 해도 일급제로 금원을 지급받기로 약정하고 선거후보자의 지시·감독을 받아 소정의 근로를 제공했다면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라고 판단했다.
한편, 고용노동부는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관련자를 소환해 구체적인 업무 형태와 계약 관계를 파악하고 있다. 고용부 관계자는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여부와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신다은 기자
downy@hani.co.kr 박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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