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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노동

중노위 “현대제철, 하청 노동자들과 ‘산업 안전’ 단체교섭 해야”

등록 2022-03-25 18:44수정 2022-03-25 19:02

지난해 씨제이대한통운 판정 이어
실질권한 원청에 하청노조와 교섭의무 부과
지난 2일 현대제철 당진제철소 도금 포트에서 노동자가 빠져 숨진 사고가 발생했다. 고인은 사진 오른쪽에 쪼그려 앉아 작업하다 포트에 빠져 숨졌다. 전국금속노동조합 충남지부 제공
지난 2일 현대제철 당진제철소 도금 포트에서 노동자가 빠져 숨진 사고가 발생했다. 고인은 사진 오른쪽에 쪼그려 앉아 작업하다 포트에 빠져 숨졌다. 전국금속노동조합 충남지부 제공

원청이 하청 노동자의 ‘산업 안전’을 실질적으로 확보할 권한을 가졌다면 하청 노동자와 단체교섭해야 한다는 중앙노동위원회 판정이 나왔다. 중노위가 원청의 하청 노동자 단체교섭 의무를 인정한 건 지난해 6월 씨제이(CJ)대한통운 판정 이후 두 번째다.

중앙노동위원회는 24일 “현대제철이 하청 노동자와의 단체교섭에 응하지 않은 것은 부당노동행위이므로 교섭에 응해야 한다”고 판정했다고 25일 밝혔다. 지난해 9월 전국금속노동조합 현대제철 비정규직지회가 현대제철을 상대로 낸 ‘단체교섭 거부에 따른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을 인용한 것이다. 앞서 지난해 11월 충남지방노동위원회는 “현대제철과 비정규직지회 조합원 사이에 명시적이거나 묵시적인 고용관계가 형성되지 않았다”며 신청을 기각했으나, 중노위는 초심을 뒤집었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동조합법)상 노조와 단체교섭을 정당한 이유 없이 거부하거나 해태(고의로 게을리)하는 행위는 ‘부당노동행위’로 판단한다.

중노위는 현대제철 비정규직지회가 제시한 교섭 사안 가운데 ‘산업 안전 확보 의무’를 현대제철과 하청업체가 함께 진다고 판단했다. 현대제철 공장에서 일하는 하청 노동자의 안전을 확보할 의무는 하청 뿐만 아니라 원청도 져야 할 몫이고 또 그럴 권한도 있다고 본 것이다. 사내 하청 노동자가 형식적으론 하청 소속이어도 실제 일하는 사업장은 원청 소유인데다, 안전 확보에 필요한 각종 설비 개선 투자는 본사 결정 없이 이뤄지기 힘든 구조라는 점 등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중노위는 현대제철 비정규직지회가 교섭 사안으로 함께 제시한 정규직과의 차별 해소와 불법파견 해소, 자회사 전환 의제는 교섭 의무가 있는 사안이라고 보지 않았다.

원청이 하청 노동자와 단체교섭할 의무가 있다는 노동위원회의 판단은 지난해 6월 중노위가 전국택배노동조합이 씨제이대한통운을 상대로 낸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을 받아들인 이후 두 번째다. 당시 중노위는 작업 환경 개선 등 택배노조가 제시한 6개 교섭의제 모두에 대해 씨제이대한통운이 교섭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했지만, 이번 판정에선 산업 안전에 한해서만 교섭 의무를 인정했다는 차이가 있다.

중노위는 씨제이대한통운 판정에 이어 이번에도 원청의 하청 노동자에 대한 단체교섭 의무가 단순히 고용관계에만 한정되지 않는다는 판단을 명확히 했다. 중노위는 씨제이대한통운 판정 때도 “간접고용 관계일지라도 원청 사용자가 하청 노동자의 노동조건에 실질적인 권한을 행사하는 영역이 있다면 그 영역에 대해 원청의 단체교섭 당사자 지위를 인정할 수 있다”는 입장을 냈다.

현대제철은 중노위 판정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준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중앙노동위원회가 초심과 반대되는 판정을 해 매우 안타깝다. 제도적으로 보장받는 모든 절차를 통해 충분히 관련 사실에 대해 소명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현대제철 비정규직지회는 이날 입장문을 내어 “원청이 하청 노동자의 사용자가 아니니 교섭 의무가 없다는 주장은 이제 설 자리가 없다”며 “현대제철은 불필요한 소송과 공방을 이어가지 말고 노동조합과 교섭이라는 법이 보장한 대화의 틀 안에서 갈등을 푸는 지혜를 보여야 한다”고 밝혔다.

신다은 기자 down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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