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산업인력공단이 지난해 주관한 세무사 2차시험의 일부 문항 채점에 문제가 있었다는 고용노동부 감사 결과가 나왔다. 고용노동부는 해당 문항을 재채점하라고 권고했지만, 수험생들은 전면 재채점을 요구하며 여전히 반발하고 있다.
4일 노동부의 한국산업인력공단(이하 공단) 특정감사 결과를 보면, 채점위원이 동일한 답안 내용에 대해 다른 점수를 부여하는 등 일관성 없게 채점한 사실이 확인됐다. 문제가 된 문항은 세법학 1부 ‘문제 4번의 물음3’이다. 논술형인 2차 시험은 전체 16개 문항마다 1명의 채점위원을 배정해 모든 수험생의 답안을 채점하는데, 공단은 채점 과정에서 이를 확인·검토하지 않아 채점 오류를 걸러내지 못했다. 해당 채점위원은 노동부 감사에서 “순간적으로 실수한 것 같다”고 밝혔다.
이에 노동부는 해당 문항에 대해 수험생 전원의 답안지를 다시 채점하라고 공단에 권고했다. 세무사2차 시험은 특정 과목 점수가 40점에 못 미칠 경우 ‘과락’으로 탈락하게 되는데, 채점 오류가 발견된 세법학 1부에서 과락한 응시생은 전체 응시생의 82.1%(3254명)이다. 재채점 결과에 따라 일부 수험생은 과락 합격선 위로 올라설 수도 있다. 국세청은 “재채점 결과가 통보되는 대로 신속하게 세무사자격심의위원회를 열어 추가합격을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해당 시험에 대한 논란은 회계학보다 세법학이 지나치게 어렵게 출제됐다는 문제제기가 나오면서 시작됐다. 세무사 2차시험은 20년 이상 세무공원으로 일할 경우 세법학 시험을 면제받을 수 있는데, 세무공무원 출신 수험생에게 특혜를 주기 위해 면제과목인 세법학을 어렵게 출제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실제 세법학에서 일반 수험생 과락자가 속출했는데, 그 결과 지난해 합격자 706명 가운데 세무공무원 출신이 33.6%(237명)을 차지했다.
이날 노동부는 세무공무원 출신 수험생에게 유리하도록 세법학을 어렵게 출제했다는 의혹이 사실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노동부는 “출제위원들은 외부의 영향력 없이 문제를 출제하고 난이도를 설정했고, 과목별 출제위원 전원이 문제별 난이도 적정성 및 오류 여부를 합동검토 하는 등 출제위원 단독으로 난이도 등을 조작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라고 밝혔다. 2차 시험 16개 문항 가운데 10개 문항이 예상 난이도와 실질 난이도가 불일치한데 대해, 노동부는 난이도 검토기능을 강화할 것을 권고했다.
노동부의 감사에도 수험생들의 불만은 사그라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수험생들은 세법학 1부의 재채점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세무사시험 제도개선 연대’는 이날 성명을 내고 “일부 재채점과 구제는 더 큰 불공정을 낳을 뿐이다. 세법학 1부 전체 재채점이 이뤄져야 한다”며 “불공정을 양산하는 경력직 세무공무원에 대한 시험면제 특혜제도는 철폐돼야 한다”고 밝혔다.
박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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