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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노동

최저임금 심의 본격 시작…‘업종별 차등’ 놓고 첫날부터 신경전

등록 2022-04-05 17:11수정 2022-04-05 20:30

최저임금위 첫 전원회의 열려
‘업종별 구분적용’ 여부 쟁점될 듯

“ILO도 노동자 생계비 먼저 꼽지
사용자 지불능력 꼽지 않는다”
최저임금위원회 노동자위원인 이동호 한국노총 사무총장(오른쪽)과 사용자위원인 한국경영자총협회 류기정 전무가 5일 오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최저임금위원회 올해 첫 전원회의에 참석해 노동자위원인 박희은 민주노총 부위원장의 발언을 들으며 생각에 잠겨 있다. 공동취재사진
최저임금위원회 노동자위원인 이동호 한국노총 사무총장(오른쪽)과 사용자위원인 한국경영자총협회 류기정 전무가 5일 오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최저임금위원회 올해 첫 전원회의에 참석해 노동자위원인 박희은 민주노총 부위원장의 발언을 들으며 생각에 잠겨 있다. 공동취재사진

‘윤석열 정부’ 취임 첫해 최저임금 심의의 막이 올랐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가 ‘최저임금 구분적용’을 선거기간 중 강조해왔고, 경영계도 같은 요구를 할 것으로 보여 최저임금 인상 수준 만큼이나 구분적용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노동계와 사회단체들은 구분적용을 ‘최저임금 흔들기’라고 반발한다.

5일 오후 최저임금위원회(최임위)는 노동자·사용자·공익위원 총원 27명 가운데 24명이 참여한 가운데 2023년 적용 최저임금 심의를 위한 1차 전원회의를 열었다. 이날 전원회의에서는 초반부터 업종별 최저임금 구분적용 여부가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위원별 여는 발언에서 박희은 노동자위원(민주노총)은 “윤석열 정부가 임기를 시작하기도 전에 최저임금 제도의 목적과 취지를 무색하게 하는 발언을 하고 (이와 유사한) 경영계의 요구를 보면서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며 “업종별 최저임금은 (적용할) 근거가 전혀 없다”고 밝혔다. 반면 류기정 사용자위원(한국경영자총협회)은 “지금까지 법적으로 보장된 업종별 구분적용이 그동안 심도깊게 논의되지 않았다”며 “올해는 전향적으로 논의하는 최임위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최저임금 구분적용이란 최저임금의 수준을 사업의 종류(업종)에 따라 별도로 정하는 것으로 최저임금법에 규정돼 있다. 하지만 최저임금 시행 첫해인 1988년 이후 단 한번도 업종별로 차등 최저임금이 정해진 바 없다. 그럼에도 경영계는 사업주의 지불능력에 차이가 있다는 등의 이유로 구분적용을 주장하고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 관계자는 이날 <한겨레>와 통화에서 “일부 업종은 (최저임금을 맞추지 못하는) 최저임금 미만율이 매우 높은 상황인데, 이는 사업주의 지불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며 “업종에 따른 구분적용이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5일 서울시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2022년 최저임금위원회 1차 전원회의가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5일 서울시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2022년 최저임금위원회 1차 전원회의가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하지만 해외의 사례를 보면, 업종별로 최저임금을 구분하는 경우는 드물 뿐더러 국가 단위 최저임금보다 낮은 수준으로 업종별 최저임금을 정하는 곳은 없다. 지난해 6월 최임위가 발간한 ‘주요국가의 최저임금 제도’ 보고서를 보면, 조사대상 40개 국가 가운데 업종별 구분적용을 하는 곳은 멕시코·벨기에·스위스(제네바주)·브라질·일본·호주 등 6곳에 불과했다. 또한 이들 국가 대부분은 국가 최저임금 단위보다 높은 수준으로 특정 업종의 최저임금을 정하고 있다. 업종별 최저임금의 수준 결정 주체 역시 ‘산업별 노사 단체협약’이다. 경영계의 주장처럼 ‘사용자의 지불능력이 떨어져서’ ‘국가 단위 최저임금보다 낮은 수준으로’ 업종별 최저임금을 정하는 국가는 없는 셈이다.

때문에 업종별 구분적용 주장은 수년째 계속됐지만 번번히 ‘적용 불가’ 결론이 났다. 2017년 최임위가 전문가들로 구성한 제도개선 티에프(TF)는 업종별 구분적용에 대해 “최저임금 취지상 업종별 구분적용의 타당성을 찾기 어려우며, 저임금 업종에 대한 낙인효과 발생, 업종별 구분을 위한 합리적 기준이나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통계 인프라도 부재하다”는 이유로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을 다수의견으로 제시됐다. 정경은 민주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국제노동기구(ILO)도 임금 결정 원리의 첫번째로 노동자의 생계비를 꼽지, 사용자의 지불능력을 꼽지 않는다”며 “최저임금제도가 존재하는 이유가 사업주들의 ‘저임금 경쟁’을 방지하기 위한 것인데 최저임금을 밑도는 업종을 허용할 경우 해당 산업의 건전성을 저해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역대 최임위가 본격적인 임금수준 심의에 앞서 구분적용 여부를 결정해온 만큼, 업종별 구분적용이 이뤄질지는 6월말께 알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5월 임기 3년으로 문재인 대통령이 임명한 9명의 공익위원들이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엔 어떤 결정을 내릴지도 관심이 모인다. 지난해엔 27명의 최임위원이 구분 적용에 대해 반대 15표, 찬성 11표, 기권 1표를 행사해 구분적용이 부결됐다. 이날 전원회의에서 권순원 공익위원(숙명여대 교수)은 “공익위원의 거취에 대해 묻는 사람이 많지만, 한 사람도 사퇴하겠다는 말을 한 적이 없다”며 “공익위원으로서 직위가 유지되는 날까지 최선을 다해 심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태우 기자 eh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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