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4월20일 이재갑 당시 고용노동부 장관이 화상회의를 통해 국제노동기구(ILO)에 3개 핵심협약 비준서를 기탁하고 있다. 사진 고용노동부 제공.
“미국 정부의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비준 계획은 어떻게 됩니까?”
지난 26일 9년 만에 열린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노동협의회에서 한국 정부가 미국 정부에 던진 질문이다. 자유무역협정에서 노동권 보호는 당사국의 의무다. 한국이 국제노동기구에 가입하며 약속했던 협약 비준을 30년 만인 지난해에 이행함에 따라, 노동권 보호와 관련해 ‘수세’에서 ‘공세’로 전환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한국 정부는 지난해 강제노동금지 등 3개 협약을 비준함에 따라 8개 핵심협약 가운데 7개를 비준한 반면, 미국은 2개 밖에 비준하지 않은 상황이다. 이에 미국 쪽은 “비준한 핵심협약의 숫자는 적지만 미국의 노동관련 법제를 통해 노동기본권을 보호하고 있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고용노동부는 26~27일 이틀동안 화상으로 한-미 자유무역협정 노동협의회를 열어, 자유무역협정의 ‘노동장’ 이행 성과를 공유하고, 협력 강화방안을 논의했다고 27일 밝혔다. 한미 미 자유무역협정의 제19장인 ‘노동장’은 공정한 경쟁 환경 조성을 목적으로 결사의 자유, 단체교섭권의 효과적 인정, 고용 및 직업상의 차별 철폐 등 양국 정부의 노동권 보호 의무를 규정하고, 이행사항 확인을 위한 노동협의회를 운영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양국 정부 노동부 국장급으로 개최되는 노동협의회는 협정 발효 이듬해인 2013년 개최된 뒤 9년 만에 열렸다. 바이든 정부 출범 이후 미국 정부는 노조와해 처벌 강화를 비롯한 노동기본권 강화를 강조하고 있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2022년 무역정책 아젠다’에서 “노동자들의 권리를 옹호하고, 바닥을 향한 경쟁을 중단하기 위해 무역파트너와 협력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번 노동협의회 개최 역시 이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이번 노동협의회에서 미국 정부는 한국 정부에 형법과 집회시위에 관한 법률 등을 통해 노조 간부를 구속한 점에 대해 질문했다. 앞서 지난해 11월 캐서린 타이 미국 무역대표부 대표는 안경덕 노동부 장관을 만나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의 구속 수감에 대한 우려를 나타내기도 했다. 이 밖에도 한국 국적의 원양어선 이주노동자들의 노동권 보호 증진 조치에 대한 정보공유를 요청했다.
한국 정부 대표인 노길준 노동부 국제협력관은 “노동권 증진이라는 공동의 목표를 향한 이정표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고, 미국 정부 대표인 테아 리 미국 노동부 국제국 부차관보는 “노동권 증진을 위한 양국간 협력의 새로운 장이 열렸다”며 “생산적 논의와 지속적 협력이 이뤄지길 기대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