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영자총협회가 2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개최한 ‘최저임금제도 진단 및 합리적 개선방안 모색 토론회’에서 한국항공대 김강식 교수가 발제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정부’ 취임 첫해 최저임금 심의가 지난달 시작된 가운데,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가 또다시 최저임금을 업종 및 사업체 규모별로 다르게 적용하자고 주장했다.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걸 알면서도 경총이 매번 ‘업종별 차등 적용’ 주장을 꺼내는 건, 최저임금 인상률 심의를 앞두고 논의 주도권을 쥐기 위한 포석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경총은 2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최저임금제도 진단 및 합리적 개선방안 모색’ 토론회를 열고 최저임금의 업종 및 기업 규모별 차등 적용을 강조하는 전문가들을 한데 모아 의견을 들었다. 발제자로 나선 김강식 한국항공대 교수(경영학)는 “숙박음식점업의 (최저임금을 맞추지 못하는) 최저임금 미만율이 40.2%로 매우 높은 수준이고,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 33.6%는 최저임금을 받지 못하는 노동자”라며 “해당 업종과 사업체 규모에서 최저임금이 기능을 못하고 있다는 뜻이므로 최저임금을 차등 적용할 필요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장원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원도 이날 토론회에서 “기업들의 지불능력이 다양하기에 업종별 최저임금 차등을 고려해야 한다”며 같은 주장에 힘을 실었다.
그러나 최저임금을 감당하기 힘든 기업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단일 최저임금 무용론’을 주장하는 것은 지나친 논리 비약이라는 반박도 만만치 않다. 황선웅 부경대 교수(경제학)는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지금도 최저임금을 감당하기 어려운 사업체에 일자리안정자금과 근로장려세제 등을 지원하고 있는데 이런 제도의 적정성을 논의하는 것도 아니고 부분적인 문제로 전체 제도의 필요성을 부정하는 것은 지나치다”며 “이런 논리로 업종별 차등 적용을 하는 나라는 국제적으로도 찾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홍순광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정책국장도 “최저임금은 기업의 지불능력을 기준으로 설계된 제도가 아니라 노동자 생활안정에 필요한 최소한의 임금이 얼마냐를 기준으로 삼는 제도”라며 “최저임금 미만율이 높다는 건 해당 업종에 한계기업이 많다는 지표일 뿐 ‘최저임금을 다르게 적용해야 한다’는 근거로 사용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또 “요즘은 농업이든 숙박·음식점업이든 사람을 못 구해 최저임금보다 임금을 더 얹어서 부르는 형편”이라며 “최저임금 차등 적용을 하면 노동자들이 고임금 업종으로 빠져나가 (상대적으로 저임금) 업종의 구인난이 더 심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민주노총도 이날 논평을 내어 “최저임금 차등 적용 대상 업종을 선별하는 데 드는 사회적 비용을 고려하면 실질적 (비용 감소) 효과는 미미할 것”이라고 밝혔다.
경총이 해마다 요구하는 최저임금 업종별 차등 적용은 최저임금 제도 시행 첫해인 1988년에만 한시적으로 운영됐다. 지난 2017년 고용노동부 산하 ‘최저임금 제도개선 태스크포스(TF)’도 최저임금 업종별 차등 적용을 논의했으나 △저임금 업종 낙인효과 △업종별 임금의 합리적 구분 기준과 자료 부재 △최저임금 취지에 안 맞음 등을 이유로 부적합하다는 결론을 냈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도 최저임금 차등 적용 주장에 대한 취재진 질의에 “수차례 노사 이견 다툼이 있었으나 지금까지는 단일 최저임금으로 가는 게 맞다고 결정했다”고 답했다.
하지만 경총은 매번 업종별 차등 적용 주장을 꺼내고 있다. ‘지불 능력이 낮은 업종’이 있음을 꾸준히 부각하면 최저임금 인상 수준을 낮추자는 주장을 자연스레 제시할 수 있다. 최저임금 인상률은 개별 기업 노사 임금 협상의 참고자료가 되기 때문에, 최저임금을 지급하는 기업이 아니더라도 노사의 치열한 논쟁거리가 된다.
2023년도 최저임금을 심의하는 최저임금위원회(최임위) 2차 전원회의는 오는 17일로 예정돼 있다. 최저임금법에 따라 고용노동부 장관은 8월5일까지 최저임금을 결정해야 하므로, 늦어도 7월 중순까지는 최임위가 심의를 마쳐야 한다.
신다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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