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이하 화물연대)가 10일 오후 광주 서구 기아차 생산 공장 앞에서 화물연대 노조원들이 총파업 승리 결의대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화물기사는 법적으로 개인사업자라면서요? 자영업자가 (유가급등으로) 적자가 나서 당분간 문을 닫겠다는데, 강제로 손해보고 일을 하라는 건가요? 심지어 문을 열지 않으면 형사처벌까지 하겠다구요? 업무개시명령은 위헌을 떠나 상식을 벗어나는 조치라 그 동안 사문화됐던 겁니다.”
경제단체협의회가 12일 화물연대 파업 대응책으로 정부에 ‘업무개시명령’을 촉구(
▶관련기사: 경제단체들 “화물연대 업무개시 명령 검토해야”)한 데 대해,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화물연대)가 “상식에 어긋난다”며 이를 조목조목 반박하는 논평을 냈다.
화물연대는 이날 “화물노동자를 부리면서도 사용자 책임은 회피해왔던 자본이 이제는 정부더러 화물노동자에게 강제노동을 시키라고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앞서 한국경영자총협회 등 6개 경영자단체와 한국자동차산업협회 등 25개 업종별 협회 이날 공동입장문을 내어 “정부가 (파업의) 막대한 파급효과를 조기에 차단하기 위해서라도 업무개시 명령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화물자동차운수사업법 제14조는 운송사업자나 운수종사자가 정당한 사유 없이 화물운송을 집단 거부해 화물운송에 커다란 지장을 주는 경우 국토부 장관이 업무개시를 명령할 수 있도록 정했다. 다만 사용 사유는 “국가경제에 매우 심각한 위기를 초래하거나 초래할 우려가 있다고 인정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때”로 제한된다. 업무개시명령을 받은 화물기사 등이 정당한 사유 없이 이를 거부하면, 3년 이하의 징역이나 3천만원 이하 벌금에 처해지고 화물운송사업자 면허도 취소된다.
화물연대는 업무개시명령이 파업 무력화를 목표로 도입된 제도인데다 실제로 사용된 전례도 없다고 반박했다. 화물연대는 논평에서 “업무개시명령제는 2003년 화물연대 총파업 이후 화물노동자 파업을 무력화하기 위해 만들어진 악법이자 화물노동자에게 강제 노동을 시키고 파업을 제한하는 반헌법적 조치”이라며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실행한 적이 없는, 사실상 사문화된 조항이다”고 말했다.
화물연대는 특히 업무개시명령이 화물기사를 노동자로 보지 않고 개인사업자로 간주한 그간의 경영자단체 입장과도 모순된다고 비판했다. 화물기사는 노동자와 유사하게 노무를 제공하면서도 계약서상 자영업자로 분류하는 ‘특수고용직 노동자’인데, 경영계는 그간 이들이 노동자가 아니므로 사용자로서 단체교섭할 의무가 없다는 입장을 견지해 왔다. 이날도 경영자단체는 입장문에서 화물기사를 ‘운송사업자’라고 지칭하며 이들이 노동자가 아닌 자영업자라는 입장을 재차 강조해, 정부더러 자영업자에게 강제로 업무개시를 명령하도록 요구하는 자기 모순에 빠졌다.
화물기사들은 최근 유가 급등으로 사실상 적자를 보고 운송하는 상황이라고 알려져 있다. 그나마 안전운임제가 유가 인상분을 운임에 반영하고 있었는데, 이 제도가 올해 말 일몰되면 유가를 운임에 반영하도록 하는 강제력 있는 장치도 없어진다. 화물연대는 안전운임제 일몰제를 폐지하고 상설화할 것을 요구하며 지난 7일부터 무기한 총파업 중이다.
신다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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