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오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최저임금위원회 회의실에서 제4차 전원회의가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정부 들어 첫 최저임금을 업종별로 구분적용(차등적용) 하자는 안건이 최저임금위원회(최저임금위) 표결 끝에 부결됐다. 내년에도 예년처럼 업종과 무관하게 단일 금액이 적용된다.
최저임금위는 지난 9일 열린 3차 전원회의에 이어 16일 열린 4차 전원회의에서도 업종별 구분적용 안건을 심의했고, 이날 표결에 부쳐 최종 부결했다. 이날 표결 결과를 보면 각 9명씩 전체 27명인 사용자·공익·근로자위원 가운데 찬성 11표, 반대 16표다. 사용자위원와 근로자위원은 회의 시작 후 업종별 구분적용에 찬성과 반대를 각각 표명했기 때문에 사실상 표결 결과는 공익위원 표로 결정된 것으로 풀이된다. 이날 노사는 오후 3시부터 오후 12시33분까지 약 9시간33분가량 논의를 이어갔다. 예년에도 2~3차례씩 업종별 구분적용 심의를 진행하긴 했으나, 이 안건으로 자정 가까이 심의한 것은 이례적이다.
최저임금 업종별 구분적용은 1988년 제도 시행 첫해 한 번 시행된 이래 다시 시행된 적이 없다. 매년 안건으로 올라왔으나 2015년까지는 표결 없이 노사가 의견 합의를 봐 부결했다. 2016년부터는 표결에 부쳤음에도 한 번도 적용되지 않았다. 지난 2017년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최저임금 제도개선 태스크포스(T/F)도 업종별 구분적용을 하면 저임금 업종의 낙인효과로 노동자 수급이 어려워질 수 있고 업종별 최저임금을 정하는 데 참고할 통계자료도 부족하다고 봐 ‘부적합하다’고 결론을 낸 바 있다. 사용자위원들도 이런 사정을 잘 알지만 차후 최저임금 인상률 줄다리기를 염두에 두고서 매년 관행적으로 구분적용을 요구해 왔다.
해외의 사례를 봐도 업종별로 최저임금을 구분하는 경우는 드물 뿐더러 국가 단위 최저임금보다 낮은 수준으로 업종별 최저임금을 정하는 곳은 없다. 지난해 6월 최임위가 발간한 ‘주요국가의 최저임금 제도’ 보고서를 보면, 조사대상 40개 국가 가운데 업종별 구분적용을 하는 곳은 멕시코·벨기에·스위스(제네바주)·브라질·일본·호주 등 6곳에 불과했다. 더욱이 이들 국가 대부분은 국가 최저임금 단위보다 높은 수준으로 특정 업종의 최저임금을 정하고 있다. 업종별 최저임금의 수준 결정 주체 역시 ‘산업별 노사 단체협약’이다. 경영계의 주장처럼 ‘사용자의 지불능력이 떨어져서’ ‘국가 단위 최저임금보다 낮은 수준으로’ 업종별 최저임금을 정하는 국가는 없는 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올해는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 “지역별·업종별 차등 적용에 대한 전향적인 검토가 시작돼야 한다”(지난해 8월 자영업 비상대책위 관계자 면담)고 발언한 데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도 지난 13일 ‘최저임금의 업종별 구분적용 쟁점 검토’ 자료를 내어 업종별 구분적용의 필요성을 재차 강조하면서 해당 안건에 무게가 실릴 지 관심이 모아졌다. 경총은 이 자료에서 “2017년 제도개선 티에프 결과에 경영계는 동의한 적이 없고 그 때와 지금은 (지난 5년 간의) 최저임금 급등으로 노동시장 상황이 크게 달라졌다”며 업종별 구분적용의 필요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이날도 노사는 모두발언에서 첨예한 입장 차를 보였다. 박희은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지금도 최저임금보다 못한 임금을 받으며 살아가는 숙박·음식점업 종사자들이 최저임금 차등 적용의 대상이 될까 불안해한다”며 “이미 결론이 난 사안을 해마다 반복해 사회적 갈등을 양산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반대로 류기정 경총 전무는 “소상공인들이 한계 상황에 도달해 최저임금 업종구분을 반드시 해야 한다고 절규하고 있다”며 “올해는 대표적으로 생산성이나 지불능력이 떨어지는 업종을 대상으로 최저임금을 구분 적용해서 반드시 시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저임금위는 △최저임금 결정 단위(시급·월급 표기) △최저임금 업종별 구분적용 △최저임금 인상 수준의 세 가지 안건을 올해 순차적으로 심의한다. 최저임금 결정 단위를 시급·월급 병기하기로 하고, 업종별 구분적용 안건도 이날 부결된 만큼, 다음 회의부터는 최저임금 인상 심의의 가장 중요한 의제인 최저임금 인상 수준을 논의한다. 노동자위원과 사용자위원이 각각 요구안을 제시하고 공익위원 중재 하에 그 차이를 좁혀나가는 방식으로 논의가 진행된다. 8월5일까지는 고용노동부 장관이 법에 따라 최저임금을 고시해야 해 최저임금위의 인상률 심의는 늦어도 7월 중순까지 마무리돼야 한다. 올해 최저임금은 지난해보다 5.1% 오른 시급 9160원(월급 191만4440원)이다.
신다은 기자
downy@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