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서울 광화문 우체국에 택배노조 파업으로 인한 소포우편물 배달지연 안내문이 놓여 있다. 연합뉴스
다음 달부터 적용되는 위탁계약서의 ‘계약해지’ 조항 철회를 요구하며 내일 경고파업을 예고했던 택배노조 우체국본부가 우정사업본부(우정본부)와 잠정 합의했다. 양쪽은 논란이 됐던 계약 정지·해지 조항을 위·수탁계약서에서 빼고, 경고파업을 유보하기로 했다.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전국택배노동조합 우체국본부(우체국 택배 노조)는 17일 오후 2시부터 우정본부 및 우체국물류지원단과 임금(수수료) 교섭을 진행한 끝에, 노조가 문제 삼은 계약 정지·해지 조항을 계약서에서 뺀다는 내용의 잠정 합의안을 도출했다. 또 우정본부가 분류인력 투입 비용 부담 때문에 깎기로 한 택배기사 수수료 감액분도 종전에 우정본부가 제안한 111원에서 약 89원 수준으로 조정하는 방안에 합의했다.
이에 따라 우체국 택배 노조도 18일로 예고했던 경고파업을 유보했다. 전국 12개 지부에 속한 우체국 택배 노조 조합원은 2600명 가량으로, 전체 우체국 택배기사 3800여명의 약 68%에 해당한다. 이들이 실제 파업에 돌입하면 우체국 소포 배송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돼왔다.
우체국 택배 노조는 앞서 우정본부와 우체국물류지원단이 내달부터 우체국 택배기사들에게 적용하기로 한 물품위탁계약서의 ‘계약정지·해지’ 조항이 택배기사들을 쉬운 해고로 내몬다며 철회를 요구해 왔다.
노조가 문제 삼았던 위탁계약서 내용을 보면, 우정본부(위탁자)는 택배기사(수탁자)가 △차량에 고객 이미지를 저해하는 광고물·현수막 부착 △위탁물량으로 배정된 소포를 중량·부피 등 사유로 수수 거부 △우정본부의 서비스 개선 요청을 수행하지 않음 △업무 관련 정보 관리 소홀로 외부 유출 등 4가지 행위를 할 경우 계약을 정지하거나 해지할 수 있다. 택배기사가 이 가운데 한 가지를 1회 어기면 우정본부가 시정요청을, 2회 어기면 5일간 계약정지를, 3회 어기면 30일 간 계약정지를 할 수 있으며 4회 이상은 계약 해지도 가능하다.
이는 기존 계약서에 있던 ‘고객 정보 유출·정당한 사유 없는 배달 거부·중대 민원의 반복적 유발에 대해 즉시 계약을 정지하거나 해지할 수 있다’는 조항을 새로이 손질한 것이다. 우정사업본부는 “기존의 계약서 조항을 구체화한 것이고 오히려 개정안이 단계적인 조치를 규정해 위탁배달원에게 유리한 측면이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택배노조는 기존 조항과 견줘 현수막 부착, 서비스 개선 요구 등 해고 사유가 새로이 추가됐고 소포 거부 금지 조항도 기존의 ‘정당한 사유’가 아닌 ‘중량·부피 등’으로 명시해 규격을 벗어나는 상품도 거부하기 어려워지는 등 기존보다 해고 사유가 확대됐다고 반발했다.
양쪽은 우정본부 쪽이 계약서에 새로이 넣었던 4가지 계약 위반 행위 항목을 삭제하고 기존의 계약서 조항을 준용하되 협의를 거쳐 우편물이나 현관문에 노조 홍보물을 부착하는 것은 위반행위로 신설하기로 합의했다. 또 우정본부 쪽이 제안한 계약 정지·해지 조항을 적용하지 않는 대신 주의-경고-계약해지의 3단계로 징계 절차를 정하고 택배기사의 소명 겨회도 부여하기로 했다. 분류 인력 투입 비용에 따른 택배기사 수수료 삭감분은 조정을 거쳐 우정본부가 제안한 111원보다 더 줄이기로 했다. 우본은 배송 지연을 공지했던 것을 철회하고 중단하기로 했던 냉장·냉동 신선식품 등 접수를 도로 받는다.
신다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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