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남은 김용균들: 2022년 187명의 기록
④ 움직이지 않는 몸
사장 호출받고 견인차 몰다 전봇대 충돌
부러진 목뼈 신경 건드려 전신마비
꼬박 6년 입원 뒤 집에 왔지만
간병인에 의지한 채 ‘좁은 방’ 삶
④ 움직이지 않는 몸
사장 호출받고 견인차 몰다 전봇대 충돌
부러진 목뼈 신경 건드려 전신마비
꼬박 6년 입원 뒤 집에 왔지만
간병인에 의지한 채 ‘좁은 방’ 삶
차량 운행 중 전봇대와 충돌하는 교통사고를 당해 전신마비 판정을 받은 정민수씨가 병원에서 처방받은 한달치 약이 비닐봉지 가득 담겨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일터에서 죽음을 가까스로 피했지만 노동력을 100% 잃은 중장해 1~3급은 1만1533명(2022년 4월 기준)이다. 이 중 20~30대 청년은 187명(1.6%)으로 2018년 12월 충남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숨진 스물네살의 김용균처럼 열악한 노동 환경에서 무리하게 일하다가 다쳤다. 청년 산업재해는 오랫동안 살아가야 할 피해자에게도, 그들을 돌봐야 하는 가족에게도 크나큰 고통이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는 산재의 경영자 책임을 줄이는 방향으로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을 개정하겠다고 나섰다. <한겨레>가 ‘살아남은 김용균’ 187명을 기록하며 ‘일터에서 죽지 않고 다치지 않을 권리’를 다시 말하는 이유다. <한겨레>는 네 차례에 걸쳐 살아남은 김용균들의 목소리를 전한다. 그 마지막은 견인차 운전을 하다 사고로 온 몸이 마비된 청년의 이야기다. 187명의 사고 경위를 담은 별도의 인터랙티브 페이지도 만들었다.
박봉 탓 휴업급여 200만원 남짓뿐
간병비에 비급여 치료까지 빠듯
“장해 1급 받아도 생계난 뻔해” 민수씨가 공업사와 근로계약을 맺은 노동자였기 때문에 산재보험을 적용받을 수 있었다는 게 그나마 다행이었다. 회사와 근로계약을 맺지 않은 채 자기 소유의 견인차로 일하는 운전기사들은 산재보험 적용 대상이 아니다. 원칙적으로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은 노동자가 일하는 모든 사업 또는 사업장에 적용되기 때문이다. 고용계약 없이 위탁 등의 방식으로 일해온 특수고용노동자(특수형태근로종사자)는 오랜 기간 산재보험의 사각지대로 남아 있었다. 코로나19 등으로 배달노동이 급증하자 국회가 산재보험법의 전속성 요건을 폐지해 배달 등 플랫폼노동자를 비롯한 63만명이 추가로 산재보험에 가입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사설 견인차 운전기사는 여전히 그 대상이 아니다. 방과후 교사, 전세·셔틀버스 운전기사 등도 마찬가지다. 최명선 민주노총 노동안전보건실장은 “현재 특수고용노동자는 250만명으로 추정된다. 이 중 산재보험 가입자는 80만~90만명 정도다. 최소 150만명 이상의 사각지대가 있는 것이며 통계에 잡히지 않는 수까지 고려하면 그 규모는 더 클 수 있다”고 말했다.
정민수씨는 집에서 가장 중요한 것으로 환자용 전동 침대와 휠체어, 스마트폰을 꼽았다. 민수씨 침대 가장 가까운 곳에는 필요한 것들이 바로 손에 닿을 거리에 놓여 있다. 백소아 기자
■ 전속성 폐지됐지만…아직 남은 산재보험 사각지대
원칙적으로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은 노동자가 일하는 모든 사업, 또는 사업장에 적용된다. 하지만 고용 계약 없이 위탁 등의 방식으로 일해온 특수고용노동자(특수형태근로종사자)는 오랜 기간 산재보험의 사각지대로 남아 있었다.
대표적인 것이 배달플랫폼 노동자다. 이들은 두 곳 이상의 사업장에서 일하는 경우 한 사업장에서 월 소득 115만원 이상을 벌거나 93시간 이상 일을 해야 하는 ‘전속성’ 요건을 충족하지 못해 산재보험 적용대상에서 제외됐다. 하지만 코로나19 등으로 배달 노동이 급증하면서 ‘라이더’ 등의 산재보험 미적용 문제에 대한 지적이 이어지자 국회는 지난 5월29일 전속성 요건을 폐지한 산재보험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고용노동부는 내년 7월부터 시행되는 개정안으로 63만명이 추가로 산재보험에 가입할 수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하지만 사각지대는 여전히 남아 있다. 견인차를 운전하다 교통사고로 전신이 마비된 정민수(가명·36)씨의 동료들 역시 사각지대에 해당한다. 민수씨는 공업사와 근로 계약을 맺었기 때문에 산재 보험이 적용됐지만, 사설 견인차 운전기사는 적용 대상이 아니다. 간병인, 가사노동자, 방과후 교사, 전세·셔틀버스 운전기사 등도 마찬가지다. 최명선 민주노총 노동안전보건실장은 <한겨레>에 “현재 특수고용노동자 숫자는 250만명으로 추정된다. 이중 산재보험 가입자는 80만~90만명 정도다. 최소 150만명 이상의 사각지대가 있는 것이며 통계에 잡히지 않는 수까지 고려하면 그 규모는 더 클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전속성은 폐지됐지만 산재보험 적용 직종이 너무 제한적이다. 전면적인 직종 확대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정환봉 김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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