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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노동

처음으로 집단교섭에 성공…노조 “새로운 투쟁 3일차”

등록 2022-07-25 05:00수정 2022-07-25 07:13

투쟁종료 뒤 조선하청지회 첫 단합대회
‘백기투항’ 평가와 달리 “승리 축하”
희망버스 1500명도 거제로
“올해는 미비…내년엔 다시 쟁취할 것”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 조합원들이 23일 오후 경남 거제시 아주동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 서문 앞에서 열린 ‘7.23 대우조선 하청노동자 희망버스' 문화제에서 참가자들이 풍선을 흔들고 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 조합원들이 23일 오후 경남 거제시 아주동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 서문 앞에서 열린 ‘7.23 대우조선 하청노동자 희망버스' 문화제에서 참가자들이 풍선을 흔들고 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오늘이 (대우조선해양 하청노동자) 고용승계 쟁취 투쟁 3일 차인가요? 우리 조선하청지회의 완전한 승리를 위한 단합대회를 시작하겠습니다.”(강인석 부지회장)

24일 이른 아침 비가 내린 뒤, 오전 10시 무렵 경남 거제의 하늘은 맑게 갰다.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에서 언덕 하나를 넘으면 나오는 ‘옥포조각공원’에 민주노총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 조합원 60여명이 모였다. 지난 22일 대우조선 사내협력회사협의회와 투쟁 종료에 합의한 조선하청지회의 단합대회였다. 몰라보게 깔끔해진 차림으로 나타난 조합원들의 표정에서 웃음이 흘러나왔다. 투쟁 종료 3일 차, ‘노조의 백기투항’이라는 일각의 평가에 의한 좌절감이나 파업 51일간 지속된 긴장감·결연함과는 거리가 멀었다.

하청노사의 합의는 애초 요구였던 임금 30% 인상이 관철되지 못했고, 폐업한 업체 노동자들의 고용승계와 파업과정에서 발생한 민·형사 면책도 깔끔하게 합의되지 못했다. 아쉬울 법도 하지만 조합원들은 “처음으로 집단교섭을 통해 금속노조의 도장이 찍힌 단체협약을 체결했다”는 점에 큰 의미를 부여했다. 조선업 불황의 파고를 온몸으로 견뎌내면서 조선소를 지켰던 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노동조합이었고 단체교섭이었기 때문이다.

조선하청지회는 지난해부터 22개 업체를 상대로 임금 인상을 요구했지만, 개별 하청업체들은 ‘우리 업체만 올려주기 어렵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름을 밝히길 꺼린 조합원(49)은 “우리 사장이 명절이라고 ‘햄 세트’를 선물로 줬는데, 다른 업체 사장들이 ‘왜 줬냐’고 뭐라고 해서 그다음부터는 받지 못했다”고 했다. 조선하청지회는 협력업체 대표단이 참여하는 ‘집단(단체)교섭’을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지난달 2일부터 돌입한 파업은 수단과 목적, 방법까지 ‘합법적’이었지만, 요구는 관철되지 못했다. 지난달 22일 ‘도크 점거투쟁’에 돌입한 이유다.

조선소에서 23년간 일한 김기성(52)씨는 “하도급, 아웃소싱과 같은 대우조선의 구조가 어떤지 이제 만천하가 알게 되지 않았느냐. 그리고 유최안 부지회장을 구해야 했기 때문에 올해는 미비하지만, 내년에 또 쟁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생동(51)씨는 “원청지회는 역사가 35년인데도 임금 인상 협의할 때 힘이 든다고 한다. 우리가 이 짧은 기간에 이만큼 했던 것도 정말 대단하다”고 말했다.

대부분 50대를 넘긴 조합원들은 조선업의 미래를 걱정했다. 23년동안 대우조선을 지킨 신아무개(59)씨는 “처음부터 이렇게 교섭해서 서로 이런 피해 안 주고 끝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싶지만, 나한테는 (파업 참가에 대한) 후회가 정말 없다”며 “앞으로 조선업 호황을 만들 사람들도 하청노동자다. 내 아들 같은 사람들을 위해서 우리가 한몫 했다는 자부심을 느낀다”고 했다.

한편, 지난 23일 오후 2시30분께 거제 대우조선해양 서문 앞에는 전국 31개 지역에서 ‘7·23 대우조선 하청노동자 희망버스’ 38대를 타고 온 시민 1500명이 모였다. 충남 아산에서 직장동료 3명과 함께 희망버스를 타고 왔다는 허윤제(51)씨는 “흡족하진 않았지만 일단 합의가 이뤄진 데 대한 승리를 축하해야 하고, 앞으로 싸워야 할 일이 많으니 응원의 의미로 왔다”고 말했다.

거제/서혜미 기자 ham@hani.co.kr 박태우 기자 eh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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