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21일 오전 경남 거제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 파업 현장 내 도크 화물창 바닥에 가로, 세로, 높이 각 1m 철 구조물 안에서 유최안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 부지회장이 농성을 하고 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대우조선해양이 51일간 파업과 31일간 옥포조선소 도크(배를 만드는 작업장) 점거농성을 한 하청노동자들을 상대로 470억원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낼 방침인 것으로 확인됐다. 대우조선해양이 점거농성에 따른 작업 중단으로 8천억원대 손해를 입었다고 주장한 데 견주면 적은 액수지만, 손해배상 액수를 적정하게 산정한 것인지에 대한 논란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23일 대우조선해양 관계자는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손해배상 청구액을 470억원 정도로 이사회에 보고했고, 그만큼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할 계획”이라며 “소송 대상은 노조(전국금속노동조합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가 아니라 집행부 개인”이라고 밝혔다. 손해배상청구액 산정 근거에 대해선
“(선박) 인도 일정을 준수하지 못해 발생한 지체보상금이나 매출 감소는 인도 시기가 돼야 알 수 있다”며 “점거 기간 중 회사가 불필요하게 지출한 고정비를 우선 손해배상 청구 대상으로 산정했다”고 밝혔다.
고정비는 인건비와 사내 용역비, 감가상각비, 연구개발비 등 생산에 드는 모든 비용을 말한다. 제조업체가 조업 중단으로 입을 수 있는 피해는, 제품을 생산하지 못해 발생한 매출 감소와 조업 중단과 관계없이 고정비를 회수하지 못한 손해가 있을 수 있다. 그동안 대법원은 회사가 제기한 쟁의 행위에 따른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 고정비 지출을 손해로 인정해왔다. 쟁의 행위가 발생하지 않아 생산을 정상적으로 할 수 있었다면, 이를 팔아 매출 이익을 얻고 이를 통해 앞서 지출한 고정비도 회수할 수 있으므로 쟁의 행위에 따라 조업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면 그 기간 동안 불필요하게 지출된 고정비도 배상 대상에 포함된다는 논리다.
그러나 조선업 같은 ‘수주산업’은 사정이 다르다. 쟁의 행위로 인해 일정 기간 작업을 하지 못했더라도 잔업·특근을 통해 계약상 인도 일정에 맞춰 선박을 선주에게 넘기기만 하면 매출이 정상적으로 발생해 이를 통한 고정비 회수가 가능하다.
더욱이 대우조선해양은 파업으로 인해 초대형 원유운반선(VLCC) 공정이 5주가량 지연됐다고 추산했으나, 지난달 22일 파업 종료 이후 잔업·특근으로 공정 지연이 5주에서 3.5주로 단축된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러한 속도라면 오는 11월 말로 예정된 선박 인도 일정을 준수해, 인도 지연배상금이 발생하지 않을 가능성이 커졌다.
조선하청지회와 노동계는 대우조선해양의 손배소 방침에 반발했다. 김두현 금속노조법률원 변호사는 “소장을 받아 검토해봐야겠지만 회사가 (손해배상을) 청구하겠다는 고정비는 선박을 정상적으로 인도한다면 발생하지 않을 손해”라며 “실제로 발생하지 않은 손해를 과도하게 주장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김춘택 조선하청지회 사무장은 “손배소가 회사의 경제적 손실을 회복할 목적이라기보다는 파업 노동자를 탄압하고 헌법이 보장한 노동3권을 포기하게 만드는 무기로 악용돼 온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라며 “국회에서도 노란봉투법(노동자의 단체행동에 대한 기업의 과도한 손배소와 가압류를 제한하는 법률)을 제정하겠다고 하는 만큼, 반드시 법제화될 수 있도록 우리 역할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태우 기자
ehot@hani.co.kr 안태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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