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21일 오전 경남 거제시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 파업 현장 내 독 화물창 바닥에 가로, 세로, 높이 각 1m 철 구조물 안에서 유최안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 부지회장이 농성을 하고 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대우조선해양이 “파업으로 470억원의 손해가 발생했다”며 하청 노동자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한 가운데, 파업 기간 동안 조선소에서 생산계획을 채우지 못한 작업 75만시간과 시간당 가공비 단가 6만3113원을 곱한 금액을 모두 ‘피해’로 산정한 것으로 나타났다. 노조의 ‘점거’는 조선소의 일부 구역에서만 진행됐는데, 파업 기간 조선소의 모든 공정에서 작업목표 시간을 채우지 못한 책임을 노조 파업에 돌린 셈이다.
대우조선이 전국금속노동조합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이하 노조) 임원 5명을 상대로 낸 손배소 소장을 31일 확인해보니, 대우조선은 6월2일부터 지난달 22일까지 파업 투쟁을 벌인 기간 동안 목표량을 채우지 못한 작업시간을 모두 점거에 따른 손해라고 주장했다. 앞서 노조는 6월2일 임금 인상을 요구하며 합법 파업을 시작했고, 조선소 내 주요 거점을 점거하다가 사실상 효과가 없자 6월22일부터 제1도크(배를 만드는 작업장) 점거농성으로 바꿨다.
대우조선의 점거 손해 계산법은 조선업의 ‘생산용 시수’(맨아워)를 근거로 한다. 노동집약적 성격이 강한 조선업은 특정 작업을 완성하는 데 소요되는 노동시간을 시수로 표시한다. 가령 배 한 척을 만드는 데 50만시간의 노동시간이 들면 ‘1척당 50만시수’로 계산하는 식이다.
대우조선은 파업이 이뤄진 6월2일~7월22일 동안 전체 조선소의 목표 생산용 시수가 229만시수였다고 밝혔다. 하지만 회사 전산시스템상 실제 일한 것으로 기록된 시수는 154만시수에 그쳐 노조의 파업으로 인해 손해를 본 시수가 75만시수라는 주장이다. 여기에 직간접 노무비·생산경비 등으로 책정되는 시간당 가공비 단가(비생산 노무비·기타경비 제외) 6만3113원을 곱했더니 473억여원의 ‘피해액’이 집계됐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계산법은 점거와 무관한 작업 지연까지도 피해로 집계한다는 비판을 받는다.
쟁의행위 손배소 문제 해결을 위해 출범한 시민단체 ‘손잡고’의 송영섭 법제도개선위원(변호사)은 “현장에서 작업 시수를 맞추지 못하는 덴 장비 고장과 부품 조달 미흡, 사고 등 다양한 이유가 있다. 단지 목표 시수를 맞추지 못했다는 이유로 ‘모자란 시간은 모두 점거 행위로 인한 손실’이라고 주장하는 건 오직 점거 손실 외에 다른 변수가 없음을 입증할 때만 가능한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뿐만 아니라 대우조선이 집계한 목표 시수는 적법한 절차를 거쳐 파업한 기간을 포함해, 생산을 계속했던 4개 도크의 모자란 작업량까지 모두 합산한 것이다. 이김춘택 조선하청지회 사무장은 “점거 이전에도 인력난이 워낙 심각해 사실상 목표량을 맞추지 못하는 날들이 많았다”고 설명했다.
대우조선은 사태 발생에 대한 자사의 책임을 쏙 빼고서 ‘하청 노조의 점거 행위는 불법 쟁의행위’라는 주장도 펼쳤다. 대우조선해양이 하청 노동자들의 “단체교섭 당사자가 아닌”데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시행령이 금지하는 ‘선박 점거’를 했다는 이유다. 이에 대해 하청 노조를 대리하는 김두현 금속노조 법률원 변호사는 “대우조선이 노동조합법상 사용자이거나 적어도 하청노조와 대화해야 할 의무가 있는데도 이를 저버리고 손해 발생을 뻔히 예상하면서 지속적으로 대화를 거부했다”며 “손해 발생의 실질적 원인은 대우조선에 있다”고 말했다.
신다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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