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철제구조물 안에서 하청노동자의 임금인상과 하청노조를 인정해 줄 것을 요구하며 30일째 스스로 몸을 가둔 유최안 민주노총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 부지회장이 21일 오전 경남 거제시 아주동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 파업 현장 안 구조물에 앉아 있다. 180㎝의 큰 체구인 그는 그동안 눕지도 일어서지도 못하고 있다. 거제/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대우조선해양이 집회에 참석하기 위해 조선소 안으로 들어가려던 하청 노동조합 간부의 출입을 막은 사실이 확인됐다. 현행법은 회사 소속 노동자가 아니어도 사업장 내 노조활동을 보장하고 있는데, 출입을 막는 예외상황에 대한 구체적 기준이 없어 노동자의 권리 행사가 사업주의 재량에 달려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3일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민주노총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조선하청지회)를 통해 확보한 대우조선해양의 공문을 보면, 조선하청지회 이김춘택 사무장과 안준호 부지회장 등 노조 간부 3명은 지난 8월31일부터 9월2일까지 경남 거제 옥포조선소에서 개최되는 하청노동자 집회에 참석하기 위해 8월30일 대우조선해양에 사업장 출입을 요청했다가 거절당했다. 이김춘택 사무장 등은 모두 대우조선 하청 노동자가 아닌 상근 노조 활동가와 해고 노동자여서 사업장으로 들어가려면 회사의 출입 허가가 필요하다.
대우조선해양은 최근 조성하청지회가 주도한 점거 농성을 이유로 이들의 출입을 불허했다. 현행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동조합법)은 사업장 종사자가 아닌 노동조합 조합원의 사업장 내 노조활동을 ‘사용자의 효율적인 사업 운영에 지장을 주지 않는 범위에서’ 허용하고 있는데, 대우조선해양은 지회 노조간부의 활동이 이런 예외상황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것이다. 대우조선해양은 “지회의 불법행위 등으로 당사에 막대한 손해가 발생했으며 그에 따른 피해가 아직 복구되지 않았다. 구성원 간 충돌과 안전사고 발생이 예상돼 출입 허용이 어렵다”고 밝혔다. 앞서 조선하청지회는 임금 인상 등을 요구하며 지난 6월22일부터 31일간 경남 거제 옥포조선소 제1도크 원유운반선 점거 농성을 벌인 바 있다.
문제는 이런 단서조항에도 불구하고, 구체적인 출입 허용 기준은 마련돼 있지 않다는 사실이다. 정부는 2021년 3월 개정 노조법 설명자료를 내고 “각 사업장 노사가 협의 하에 원칙을 세우라”고 밝혔다.
이 때문에 노동계에서는 대우조선처럼 원청 사업장이 하청 노조와 직접 교섭하지 않는 경우, 원청이 노동자의 출입 허용 범위를 좁게 해석할 여지가 크다고 우려한다. 권오성 성신여대 교수(법학과)는 “사업장 출입은 노동조합 단결권을 보장하는 권리로서 (쟁의행위 발생 시가 아닌) 평상시의 상황을 전제하고 그 정당성을 판단해야 한다”며 “단순 집회 참석을 쟁의행위와 연관 지어 제한하는 것은 ‘효율적 사업 운영’의 의미를 지나치게 확대해석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지난 6월 대법원 역시 집회 참석을 위해 대우조선해양 조선소 안으로 들어갔다가 건조물 침입죄로 기소된 조선하청지회 지회장과 금속노조 간부 등에 대해 “정당한 조합 활동”이라며 무죄를 선고한 바 있다. 김두현 김속노조 법률원 변호사는 “노사 관계가 늘 유동적으로 변하는데 그때마다 출입 여부를 법원을 통해 확인받아야 하는 건 비효율적이다. 정부가 최소한의 판단 기준을 제시해야 한다”고 밝혔다.
윤건영 민주당 의원은 “노조법 개정으로 노동조합 활동을 위한 사업장 출입은 합법적 활동이 되었다. 갈등을 해결하기 위한 노사 합의까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대우조선해양은 하청 노동자의 정당한 활동을 제재했다”며 “회사 측의 행태는 신뢰에 어긋나는 것으로 유감스럽다”고 말했다.
신다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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