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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노동

노란봉투법, 세계서 유례 없다?…“ILO 기본협약에 부합” [뉴스AS]

등록 2022-09-17 06:00수정 2022-09-17 18:10

노란봉투법과 ILO 국제노동기준 비교
지난 14일 서울 국회 앞에서 열린 노조법 2·3조 개정 운동본부 출범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이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14일 서울 국회 앞에서 열린 노조법 2·3조 개정 운동본부 출범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이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원청기업에 하청노조와 단체교섭할 의무를 부과하고, 기업들이 노조의 쟁의행위에 대해 과도한 손해배상청구를 제한하는 내용의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을 두고 여당과 경영계의 반대가 거세다.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고, 위헌적이라는 주장이다.

하지만 경영계 등의 주장과 반대로, 국제노동기구(ILO)의 ‘결사의자유’ 기본협약 해석을 보면, 노란봉투법이 오히려 국제노동기준에 부합한다고 볼 여지가 크다. 국제노동기구는 결사의 자유에 관한 협약 87호와 단체교섭에 관한 98호를 바탕으로 ‘하청노동자들이 원청 사용자를 상대로 노동3권을 행사할 수 있어야 하고, 노동조건을 실질적으로 결정할 권한을 가진 원청에 단체교섭을 요구할 수 있으며, 이를 위해 파업까지도 가능하다’고 일관되게 밝히고 있기 때문이다. 앞서 한국 정부는 지난해 ‘결사의자유’ 기본협약을 비준했고, 협약은 지난 4월 발효돼 국내법과 같은 효력을 가진다.

ILO와 노란봉투법 “하청노동자 단체교섭권 보장해야”

17일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국제노동기구 결사의자유위원회는 그동안 여러 차례 원청기업을 상대로 한 하청노조의 단체교섭권과 단체행동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취지의 결정을 내렸다. “원청회사에 대해 단체교섭 목적의 인정을 요구하는 파업은 불법이 아니다”(2008년), “노동조합과 하청·파견노동자의 고용조건을 결정할 수 있는 자(원청기업) 사이의 단체교섭은 항상 가능해야 한다”(2012년) “정부가 할 일은, 하청이 법에서 규정된 결사의 자유 보장의 적용을 회피하는 하나의 수단으로 이용되지 않도록 보장하는 것, 그리고 하청노조가 노동조건의 개선을 추구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것이다”(2012년) 등의 결정이 대표적이다.

이는 현재 발의된 노란봉투법 법안과 맥락을 같이 한다. 현재 발의된 대부분의 노란봉투법 법안은 노조법 제2조의 사용자 정의규정을 “노동자의 노동조건이나 수행업무에 대해 사실상의 영향력·지배력을 행사하는자”도 포함하도록 개정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현재는 하청노조가 원청기업을 상대로 단체교섭을 요구하며 파업 등의 쟁의행위를 하면 ‘불법파업’ 논란이 끊이지 않지만, 노란봉투법 취지대로 원청기업에 단체교섭 의무가 부과되면 하청노동자들은 ‘법의 테두리’ 안에서 노동조건 향상을 위한 단체교섭과 단체행동권 행사가 가능해진다.

앞서 2010년 대법원 역시 하청노동자의 노동조건에 영향력·지배력을 행사할 수 있는 원청기업은 하청노동자에게 부당노동행위를 해서는 안되는 ‘사용자’에 해당한다고 판결한 바 있다. 대법원 사법정책연구원이 지난 4월 발간한 보고서 ‘결사의 자유에 관한 국제노동기구 기본협약 비준과 노동법의 쟁점’(연구책임자 김동현 부장판사·이하 보고서) 역시 지배력을 행사할 수 있는 원청기업을 사용자로 보는 것을 “괜찮은 대안”으로 평가하고 있다.

‘불법파업 면죄부’ 아니라, ‘합법파업 권리 보장’하자는 법

노란봉투법은 경영계의 주장처럼 ‘불법파업에 면죄부’를 주자는 것이 아니라, 헌법상 권리인 ‘노동3권’ 행사가 가능하도록 ‘합법파업 권리’를 주는 것이다. 노조법 제3조는 단체교섭·쟁의행위로 인해 사용자가 손해를 입더라도 노조·노동자에게 배상을 청구할 수 없도록 규정하는데, 법원은 목적·수단·절차 등의 세부적인 기준을 모두 충족해야 ‘합법적’ 쟁의행위로 판단한다. 정리해고에 반대하는 파업도 불법 쟁의행위로 해석되는 실정이다.

국제노동기구 결사위원회는 한국 정부에 여러 차례 “파업 목적에 대한 좁은 해석을 배제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정부는 2013년 전국철도노동조합의 철도민영화 방침에 따른 구조조정에 반대하는 파업도 불법으로 봤는데, 결사의자유위원회는 “파업권이 단체협약의 체결을 통해 해결될 수 있는 노동분쟁에만 한정돼서는 안 되며, 조합원의 이익에 영향을 주는 경제·사회적 사안에 대한 불만을 표출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렇게 ‘합법파업’의 범위가 넓어지면 민·형사상 면책이 가능하다.

정의당 비상대책위원장인 이은주 의원이 지난 15일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열린 노란봉투법 발의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의당 비상대책위원장인 이은주 의원이 지난 15일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열린 노란봉투법 발의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ILO, 정당하지 않은 쟁의행위 제재도 “신중해야”

폭력·파괴행위가 수반된 파업은 한국이든 국제노동기구든 용인되지 않는다. 현재 국회에 발의된 노란봉투 법안들 역시 폭력·파괴행위가 동원된 파업에 대해 기업이 손배소를 내지 못하도록 막고 있지 않다. 다만, 노조법 제3조를 개정해 손배소를 내더라도 개별 조합원이 아닌 노동조합에 내라는 것이다. 나아가 노조의 존립이 불가능해질 정도로 과도한 손배소는 제한하자는 것이 노란봉투법의 취지다.

다만 국제노동기구는 ‘정당하지 않은’ 쟁의행위를 제재하더라도,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2017년 국제노동기구 결사의자유위원회는 코레일이 철도노조에 낸 손배소에 대해 “거액의 손배소가 노조의 자유로운 운영에 미칠 수 있는 중요한 영향에 대해 우려를 표명한다”고 밝힌 바 있다. 사법정책연구원의 지난 4월 보고서 역시 “손배소의 목적이 노조활동을 위축시키기 위한 목적이 있다거나 청구금액이 노조 활동을 위축시킬 정도로 크다면, 청구의 당부(정당성)을 인정함에 있어 신중한 자세가 필요해 보인다”며 노란봉투법 입법 움직임에 “주의하여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이용우 노동위원장은 “국제노동기구는 결사의자유 기본협약을 근거로 하청노동자들의 노동3권 보장해야 하고, 기업의 손배소가 쟁의행위 탄압 수단으로 기능해서는 안된다고 일관되게 밝히고 있다는 점에서 노란봉투법이 국제노동기준에 정확히 부합하고 경영계와 여당의 주장이 국제노동기준에 반하는 것”이라며 “한국이 기본협약을 비준한 상황에서 이에 대한 후속조처 차원에서라도 노조법 개정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밝혔다.

박태우 기자 eh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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