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 유최안 부지회장이 6월24일 화물창 바닥에 가로·세로·높이 1m의 철 구조물을 안에서 용접해 스스로를 가둔 채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금속노조 선전홍보실 제공
하청 노조의 파업 및 점거농성에 대해 지난달 470억원의 손해배상 소송을 낸 대우조선해양이 지난 3월에도 하청 노조 집회로 소음 등 피해를 입었다며 10억여원의 손배소를 제기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미 노사 간 합의가 이뤄진 지 11개월이나 지난 데다 노조의 임금인상 요구가 본격화하던 시점에 무리한 손배소를 제기했다는 점에서, 대우조선이 쟁의행위를 억누르기 위한 수단으로 손배소를 악용한 게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21일 <한겨레>가 확보한 소장을 보면, 대우조선은 하청 노동자들이 소속된 민주노총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와 노조 간부 4명을 상대로 지난 3월 10억4708만2525원의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냈다. 조선하청지회가 지난해 4월7일∼4월22일 조선소 안에서 매일 파워공 처우 개선을 요구하며 집회를 열어 소음과 공정 작업 지연을 야기했다는 주장이다. 하청 노사는 한 달에 걸쳐 협상한 끝에 4월말 처우 개선에 합의하고 갈등을 봉합했다. 하지만 대우조선은 11개월 뒤인 지난 3월 돌연 이 집회로 인한 손해를 배상하라는 소송을 냈다. 노조가 임금인상 투쟁 수위를 다시 올리던 시점이었다.
소장을 보면, 대우조선은 △하청노조 간부들이 회사 허가 없이 현장을 출입했고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채 연설했으며 △120데시벨 이상의 부부젤라를 집회 도중에 불었다며 감염병예방법 위반 등에 따른 ‘불법 쟁의행위’라고 주장했다. 또 집회 소음과 소란 등이 작업에 방해됐다며 작업 대기 비용과 공정 만회 비용, 시설 보호인력 고용 비용은 물론, 노조 출입 방지용 차벽(차량 임대) 비용까지 더한 10억여원을 피해액으로 청구했다.
대우조선 쪽은 “손해배상청구권 소멸시효가 3년이라 그 안에만 (소송)하면 된다. 소송이 늦어진 데 별다른 사유는 없다”고 밝혔다. 유최안 조선하청지회 부지회장은 <한겨레>와 통화에서 “지회는 연초부터 4월에 임금인상 투쟁을 본격화하기로 계획했고 그에 맞춰 인상 요구안도 만들어둔 상태였다. 회사도 이를 알고서 3월에 손배소를 제기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소장을 검토한 윤지영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변호사는 “회사가 노조의 ‘불법행위’를 주장하지만 그 행위가 어떻게 10억원의 피해로 이어졌는지 인과관계를 입증하기는 매우 어려워 보인다”며 “그런데도 소송을 낸 건 노조 활동 차단 목적이 컸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우조선은 지난달에도 조선하청지회의 파업 및 조선소 점거 농성(6월2일~7월22일)과 관련해 470억원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 당시 일일 매출액 감소분 등을 모두 집계해 “8천억원 규모 피해를 봤다”고 주장했으나, 피해를 부풀렸다는 논란이 인 뒤 소 청구 금액을 대폭 줄였다. 대우조선의 손배소를 계기로 최근 기업의 쟁의행위 손배소 청구에 제한을 두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노란봉투법) 요구가 커지고 있다.
신다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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