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22일 오전 서울 정동에서 열린 엠제트(MZ) 세대 노동조합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고용노동부 제공
근로시간 유연화와 직무·성과중심 임금체계 개편을 추진하는 고용노동부 이정식 장관이 이른바 ‘엠제트(MZ) 세대’ 노동조합 간부들과 간담회를 가졌다. 근로시간·임금체계 개편 공감대 확대라는 노동부의 의도와는 달리 노조들은 포괄임금제 폐지와 노동자들의 요구를 제대로 수렴할 수 있도록 근로자대표·노동조합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 개선 등에 목소리를 높였다.
22일 오전 서울 중구 ‘정동 1928 아트센터’ 컨퍼런스룸에서 열린 ‘엠제트 세대 노조 간담회’ 여는 발언에서 이 장관은 “엠제트 세대는 과거 일과 삶의 균형, 소통을 더욱 중시하고, 공정하고 자율적인 조직문화를 선호하는 만큼, 임금·근로시간 등 자신의 생활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노동 관련 제도에 대해 다양한 의견이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 장관은 또 직장인들이 주로 사용하는 사회관계망서비스인 ‘블라인드’의 설문조사를 인용해, “응답자의 85.6%가 현재 임금결정 기준이 공정하지 않고, 3명 중 2명은 근로시간을 자유롭게 조정할 수 없다고 답변했다”며 근로시간·임금체계 개편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러나 현장에서 나온 목소리는 결이 달랐다. 오세윤 민주노총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화섬노조) 네이버지회장은 “노동자들의 건강을 위해 주 52시간 노동상한제가 시행됐지만, 포괄임금제를 사용하는 기업들은 근로시간을 기록하지 않고 장시간노동이 지속되고 있다”며 포괄임금제 폐지 필요성을 강조했다. 곽영찬 화섬노조 엘아이지(LIG)넥스원 사무연구직지회장도 “방위산업의 특성상 일선 군부대 격오지에 1년에 200일씩 출장을 가고, 국가에 제출하는 사업계획서 제출에 임박해 한두달 동안 과도한 업무를 하지만 제대로 보상받지 못하는 등 포괄임금체 폐해가 만연하다”며 “창의성와 혁신은 잠을 자고 쉬어야 나올 수 있다. 장시간노동 제한과 포괄임금제 폐지가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정부가 근로시간·임금체계 개편을 추진하면서 ‘노사 자율’을 전제로 하고 있지만, 노조 간부들은 ‘노동자들이 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조건’이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유준환 엘지(LG)전자 사람중심 사무직노동조합 위원장은 “임금체계가 성과 중심으로 된다고 해서 저절로 공정해지지 않고, 공정하지 못하다면 연공서열 임금체계보다 더 좋지 않다”며 “불합리한 것이 있을 때 이의를 제기할 수 있어야 하는데, 회사가 원하는 사람을 근로자대표·근로자위원으로 내정해서 결정한다면 자율적으로 합의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복수노조 사업장에서 조합원 숫자가 더 많은 노조(교섭대표노조)에 교섭권을 부여하고, 소수노조는 제대로 교섭할 수 없는 교섭창구단일화제도의 문제점 지적도 잇따랐다. 김한엽 금호타이어 사무직노조 위원장은 “교섭권이 없는 소수노조다 보니, 직원들의 의사를 제대로 반영할 수 있는 방법이 없고, 노조 활성화도 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장관은 “포괄임금제와 관련해서는 정부가 어떻게 해야 공짜 노동을 없앨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다”고 밝히는 한편, 근로자대표제에 대해선 “근로자대표가 노동자 의견을 대변할 수 있도록 경제사회노동위원회에서 노사정이 합의한 내용이 입법에 반영돼야 하고, 근로자대표의 민주성과 정당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박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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