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천800여명 업무복귀.물류수송난 장기화 대비
파업 이틀째를 맞고 있는 한국철도공사 노조는 2일 오전 공권력 투입설이 전해지자 지역별 거점농성에서 산개투쟁으로 전환하고 파업 장기화를 대비했다.
파업이 장기화 조짐을 보이면서 화물등 물류 수송이 차질을 빚고 열차를 이용하지 못한 승객들이 버스 등 대체교통편으로 몰려 혼잡을 이루는 등 불편도 극대화됐다.
◇ 거점농성 해산..산개투쟁 전환 = 2일 오전 파업농성장에 대한 공권력 조기투입 방침이 알려지자 노조 지도부는 서울과 대전, 부산 등 지역별로 벌여오던 거점농성을 풀고 `산개투쟁'으로 전환했다.
지도부는 이날 오전 회의를 거쳐 조합원들에게 "10여 명씩 조를 이뤄 지역별로 산개투쟁을 벌이라"는 지침을 내렸으며 이에 따라 서울 이문동 차량기지를 비롯해 대전, 부산, 영주 등에서 농성하던 조합원들은 일제히 흩어졌다.
서울 이문동 차량기지에서 농성 중이던 조합원 6천여 명은 이날 오전 10여 명씩 조를 짜 농성장을 빠져나온 뒤 석계역 방향으로 이동했으며 대전 철도차량정비창에서 농성을 벌였던 조합원 2천여 명도 지부별로 대전 인근에서 민박을 잡거나 찜질방 등으로 흩어지는 등 산개투쟁을 준비했다.
경북 영주 국민체육센터에서 농성을 벌이던 철도공사 영주지역본부 소속 조합원 2천여 명도 이날 오전 10시 45분께 농성장을 나와 해산했으며 10여 명씩 조를 짜 소속 노조지부로 이동했다.
한 노조 관계자는 "협상이 결렬되고 경찰의 공권력 투입 가능성이 커지면서 불필요한 충돌을 막고 안전하게 파업을 유지하기 위해 `산개투쟁'으로 전환한 것"이라고 전했다.
◇ 조합원 복귀율 소폭 증가 = 2일 노사협상이 결렬됨에 따라 철도공사는 이날 오후 파업 가담자에게 최종 명령인 업무복귀 3호를 발령했다.
철도공사는 `업무복귀 명령'을 통해 파업 참가자들은 오후 3시까지 근무지로 복귀할 것을 명령하는 한편 이를 어기고 파업에 동참한 직원에는 고소.고발 등 사법처리는 물론 법령 및 사규에 따라 파면 등 엄중 문책키로 했다.
이러한 가운데 파업 참가자들 사이에서는 고참 기관사 등을 중심으로 "파업 명분이 없다"는 등의 의견이 나오면서 업무 복귀 의사를 사측에 이미 밝힌 노조원도 적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공사에 따르면 이날 낮 12시 현재 이번 파업에 참가한 조합원 1만3천206명(총 조합원 2만5천510명) 가운데 14.0%인 1천846명이 업무에 복귀했다.
철도공사 관계자는 "오후 3시까지 최종 업무복귀 명령을 내린 만큼 오후 들어 업무복귀 인원이 크게 늘 것으로 보고있다"며 "이용객 불편을 덜려고 KTX는 12편, 일반여객은 6편, 수도권 전동차는 66편을 증차해 운행 중"이라고 말했다.
한편 경찰은 파업 돌입 첫날인 1일 노조 지도부 11명에 대한 체포영장과 농성장에 대한 압수수색영장까지 발부받아 조기 진압에 대비하고 있던 상태였으나 노조의 농성 해산에 따라 대규모 공권력 행사는 불필요하게 됐다.
그러나 전국에 흩어진 일부 소규모 농성장에 공권력이 투입될 가능성은 남아 있다.
◇ 열차 운행률 저조..불편 지속 = 파업 이틀째를 맞은 전국의 주요 역사에는 이미 파업사실을 알고 있는 시민들이 대거 발길을 돌려 오히려 평소보다 한산한 모습이었다.
이날 KTX 경부선은 상.하행선 각각 24회씩 운행돼 평소 운행의 48% 수준이었으며 상.하행선 각 28회씩 운행되던 새마을호(경부선)는 4회 운행에 그치는 등 파업의 여파로 열차운행이 평소의 절반 수준에도 못미치고 있다.
그러나 이미 전날 파업소식을 접한 시민들은 미리 예약한 승객이 아닌 한 기차역을 찾지 않아 대전역의 경우 이날 이용객은 평소의 20% 수준에 불과했다.
부산 고속버스터미널은 하루 46회 운행하던 서울행 버스편을 1일 하루만 40편을 증편한 데 이어 2일에도 30편 이상을 증편할 예정이다.
하루 2천500여 명이 이용하는 부산터미널에는 1일 하루 4천500여 명이 찾은 데 이어 2일에도 오전부터 출발 1시간 이전 시간대까지 모든 버스표가 매진되는 등 크게 붐볐다.
부산역 대합실은 열차 감축운행에 따라 예약승객만 역사를 찾아 평소보다 한산한 모습을 보여 대조를 이뤘다.
전주 고속버스터미널은 평소보다 10% 가량 승객이 늘어나 주말까지 파업이 이어질 경우 추가 배차도 고려 중이다.
국철 1호선과 분당선, 안산선 등 수도권 내 주요 전철도 운행횟수가 줄고 배차간격이 늘면서 교통 혼잡이 이어졌다.
하루 이용객 7만-8만 명인 수원역은 이날 국철 1호선 상.하행선의 운행횟수가 160편에서 절반인 81편으로 줄었으며 의정부역과 평택역도 운행횟수가 줄면서 배차간격이 2배 가까이 벌어졌다.
소속기관사 104명 전원이 파업에 동참한 분당선은 출퇴근시간대 배차간격이 4분에서 12분으로, 낮시간은 7.6분에서 20분으로 늘었으며 안산선과 일산선, 경의선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 물류수송 파업 장기화 대비 = 철도파업으로 동해안과 단양, 제천지역에 위치한 시멘트업체들은 물류수송에 차질을 빚으면서 파업 장기화에 대비하고 있다.
라파즈한라는 철도 수송 분담률이 낮고 전국의 분공장에 재고가 아직 남아 당분간은 차질이 없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으나 파업에 따라 화물열차 27량의 발이 묶여 있는 상태인 만큼 장기화 대비책 마련에 들어갔다.
한 달에 2만5천-3만t을 수송하는 삼척 동양시멘트 공장도 철도파업이 장기화 될 경우 해상수송과 차량수송을 연계하는 구체적 대비책을 마련했다.
시멘트 주 산지인 충북 단양과 제천지역도 화물차량 수송편이 눈에 띄게 줄어들어 시멘트 수송에 차질을 빚고 있다.
제천역의 경우 화물열차 운행이 1일 98회에서 14회로 줄었고, 하루 1만t의 시멘트를 철로수송에 의존하던 단양의 성신양회공업과 한일시멘트 단양공장, 제천의 아시아시멘트 등은 파업 때문에 이날 화물열차 수송이 대부분 중단됐다.
시멘트 업체 관계자는 "업체마다 파업에 대비해 준비를 했지만 화물열차 수송이 전면 중단돼 차질을 빚고 있다"며 "파업이 장기화될 수록 시멘트 수요자도 제때 공급을 받지 못해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김병조 기자 kbj@yna.co.kr (서울.대전.광주.부산=연합뉴스)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