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서울 중구 로얄호텔에서 열린 ‘디지털시대, 일하는 방식의 새로운 모색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이 토론하고 있다. 전종휘 기자
윤석열 정부의 ‘노동개혁’ 초안을 마련 중인 미래노동시장연구회 토론회에서 현재 유명무실한 근로자대표제를 활성화하는 게 급선무라는 지적이 나왔다. 노동시간과 임금체계 개편 등 노동 현장의 핵심 조건을 바꾸는 데는 노동자들 동의가 필수적인 탓이다.
미래노동시장연구회는 29일 서울 중구 한 호텔에서 ‘디지털시대, 일하는 방식의 새로운 모색 토론회’를 열었다. 연구회는 고용노동부가 노동시장 개혁 우선 추진과제인 노동시간 제도와 임금체계 개편을 논의하기 위해 지난 7월 발족한 연구모임이다. 이날 토론회에 발제자로 나선 권오성 성신여대 교수와 김희성 강원대 교수는 모두 노동개혁 과정에서 바뀌는 제도에 대한 현장 노동자의 의견을 모으는 기구로써 근로자대표제도를 활성화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현재 14%대에 그치는 노조 조직률로는 노동자들을 대표하는 기구가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구체적인 내용에선 두 발제자의 의견 차이가 컸다.
권오성 교수 “근로자대표 선출방식·임기 법제화해야”
우선 권 교수는 “우리의 경우 근로자대표라는 기표만 존재할 뿐 (과반 노조가 없는 경우) 근로자대표가 누구인지, 어떻게 선출하는지, 임기는 얼마인지 등 근로자대표 제도의 실질적인 내용은 공백 상태”라고 지적했다. 현행 근로기준법은 근로시간·연장근로·휴일 변경 및 각종 유연근로제 도입 등과 관련해 근로자대표와의 서면 합의를 요구하나, 근로자대표의 자격과 선출방식 등에 관해선 규정하지 않는다. 이 때문에 노동 현장에선 실질적인 근로자대표가 없거나 형식적인 경우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권 교수는 “근로자대표 제도의 민주적 정당성이 담보되고, 그런 민주적 정당성이 적절한 기간마다 갱신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선 최소한 근로기준법에 근로자대표의 선출방식 및 근로자대표의 임기에 관한 조항이 도입돼야 한다”며 “근로자대표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채 이뤄지는 근로시간 유연화는 어떤 미사여구를 붙이든 사용자의 재량권 확대, 즉 기업의 사적 권력의 확대에 기여할 것이란 혐의를 지우기 어렵다”고 짚었다.
김희성 교수 “직무·부서별 부분대표제도 고려를”
반면 김 교수는 “기존의 경직된 근로자대표제를 개선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사무연구직 등 선택적근로시간제를 선호하는 직무나 부서별로 노사합의를 거쳐, 1년 이내의 범위에서 선택적근로시간제의 정산 기간을 자율 설정하는, 이른바 ‘부분근로자대표제’ 도입 주장은 그래서 매우 의미 있다”고 말했다. 사업장 전체 노동자를 대변하는 노동조합이나 근로자대표의 경우 특정 직무나 부서 문제에 경직적 태도를 보이기 쉬우니 작은 단위별로 근로자대표를 쪼개는 게 제도 운용에 더 효율적일 수 있다는 주장이다.
전종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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