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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노동

쿠팡풀필먼트 ‘직고용 3위’의 그늘…기간제 고용은 1위인데

등록 2022-09-30 08:00수정 2022-09-30 14:50

대기업집단 ‘쿠팡’ 집중분석
서울 시내에서 로켓배송 중인 쿠팡맨 모습. 연합뉴스
서울 시내에서 로켓배송 중인 쿠팡맨 모습. 연합뉴스

국내 기업 직접고용 3위, 기간제 노동자 고용 1위.

29일 <한겨레>가 2022년 3월 말 기준 300인 이상 기업 3687곳의 고용형태 공시자료를 분석한 결과, 코로나19 팬데믹 장기화로 온라인 쇼핑·배달서비스 이용이 급증하면서 관련 기업의 인력 채용이 크게 늘었다. 그 중에서도 특히 설립 6년이 채 안 된 쿠팡풀필먼트서비스의 급부상이 두드러졌다. 대기업집단 쿠팡(쿠팡그룹)의 물류 자회사인 쿠팡풀필먼트는 정규직이 9004명으로 37위에 그치지만, 기간제 노동자가 2만8775명으로 압도적 1위를 차지했다. 이를 바탕으로 국내 대표기업인 삼성전자(11만7236명), 현대자동차(7만1308명)에 이어 직접고용(정규직·기간제·단시간) 3위에 올랐다. 간접고용(파견·용역·사내하도급)을 포함한 전체 고용도 4만1207명으로 5위다. 뿐만 아니라 기간제 노동자 2위 역시 쿠팡그룹 전자상거래 회사 쿠팡(1만3605명)이었다.

2014년 고용형태공시 제도 도입 초기에는 제조업의 사내하청 비율에 사회적 관심이 집중됐다. 8년이 지난 지금은 산업구조 변화와 함께 쿠팡그룹으로 대표되는 전자상거래·운수창고·택배업 고용 규모가 빠르게 커지고 있다. 다만 혁신 기업을 표방한 이들 기업의 고용창출 이면에는 고용안정성이 취약한 기간제, 근로조건이 열악한 간접고용 같은 질 낮은 일자리 확산 문제가 있고, 그 만큼 고용 관행에 대한 사회적 감시·감독·평가가 중요해졌다. <한겨레>가 지난 28일 76개 대기업집단에 이어 29일 쿠팡그룹 소속회사 중 상시 고용 300명 이상으로 고용형태공시 의무가 있는 쿠팡풀필먼트와 쿠팡을 별도로 분석한 이유다.

‘상시·지속’ 업무인데도 ‘기간제’ 채용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우원식 의원(더불어민주당)이 공개한 2014~2022년 고용형태공시 원자료를 보면, 2018년 직·간접고용노동자 6072명이었던 쿠팡풀필먼트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지난해 3만329명, 올해 4만1207명으로 4년 만에 고용규모가 7배 가까이 늘었다. 2018년 782명이었던 정규직이 9004명으로 늘었지만, 기간제는 같은 기간 5286명에서 2만8775명으로 훨씬 큰 폭으로 늘었다. 늘어나는 배송 물량을 감당하기 위해 일용직과 계약직을 채용했기 때문이다.

쿠팡풀필먼트는 애초 3·9·12개월짜리 ‘쪼개기’ 계약직을 고집했다. 2020년 물류센터 노동자 장덕준씨의 과로사가 사회적 논란이 되자 지난해 12월부터 근로계약 기간을 1년으로 늘렸다. 1년 뒤엔 재계약을 해야 하고 2년을 채워야 정규직(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된다. 고용노동부의 ‘기간제근로자 고용안정 및 근로조건 보호 가이드라인’은 2년 이상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상시·지속업무에 대해서는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을 체결할 것을 권고하는데, 쿠팡풀필먼트의 고용 관행은 이에 배치된다.

인천에 있는 물류센터에서 일해온 최형남(49)씨는 지난해 9월 1년 계약으로 입사했지만, 지난 8일 이유도 모른 채 재계약 불가 통보를 받았다. 최씨는 <한겨레> 인터뷰에서 “아내와 같은 날 입사해 같은 날 같은 일하고 같은 날 쉬었지만 아내는 재계약 되고 나만 탈락했다”며 “담당 매니저는 ‘회사 규정에 의해서 안됐다’고만 했다”고 말했다. 쿠팡풀필먼트는 “전환 심사 대상자들의 계약갱신 및 정규직 전환률은 약 85%에 달한다”면서도 구체적인 기준은 밝히지 않았다.이 역시 “합리적이고 공정한 기준, 방법 및 절차를 마련하고, 기간제 노동자가 알 수 있도록 공지해야 한다”는 노동부 가이드라인에 반한다. 민병조 전국공공운수사회서비스노동조합 쿠팡물류센터지회장은 “계약 갱신이나 전환 때마다 노동자들이 관리자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며 “불안정한 노동조건을 만들어 노동자들을 쉽게 통제하고 물량에 따라 자유롭게 고용을 조정할 목적”이라고 말했다.

‘쿠친’ 직접고용 자랑하더니…‘퀵플렉스’ 간접고용

일반적인 택배업체들은 택배기사를 특수고용노동자로 두고 물류센터는 하청을 준다. 하지만 쿠팡과 쿠팡풀필먼트는 택배기사와 물류센터 직원을 직접고용하며 ‘쿠팡’이라는 브랜드를 차별화하는 데 성공했다. 특히 쿠팡이 직접고용한 ‘쿠팡친구’(쿠친·옛 쿠팡맨)는 ‘로켓배송’으로 이커머스 시장을 장악한 쿠팡의 상징이었다.

하지만 쿠팡은 일반인에게 자가용 배송을 맡기는 ‘쿠팡 플렉스’에 더해, 올해 초부터 1톤트럭을 보유한 특수고용직 배송기사에게 건별 수수료를 주고 배송을 맡기는 ‘퀵플렉스’를 도입·확대하고 있다. 그토록 자랑하던 직접고용 배송원칙을 스스로 허물고 있는 것이다. 정진영 전국공공운수사회서비스노동조합 쿠팡지부장은 “아파트처럼 배송이 용이한 배송지는 퀵플렉스로 넘어가고 골목이 많은 다세대주택 처럼 어려운 곳은 쿠친이 맡는다”며 “쿠친은 배송이 늘고 잡무를 많이 해도 같은 월급인데 퀵플렉스는 일하는 만큼 돈을 더 받으니, 쿠친들이 이 월급 받을 바에야 퀵플렉스로 가는 게 낫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퀵플렉스의 도입은 쿠팡의 직접고용 감소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고용형태공시를 보면, 쿠팡은 올해 정규직 1만486명과 기간제 1만3605명 등 2만4091명을 직접고용했다. 2018년 직접고용 5871명에서 4배 남짓 고용규모를 늘려왔다. 쿠팡 역시 쿠팡풀필먼트처럼 1+1년 계약 뒤 정규직 전환이어서, 기간제 비율(2022년 기준 43.3%)이 높다. 그러나 쿠팡이 퀵플렉스를 확대하면서 쿠친의 이탈이 가속화되고 있다. 정진영 쿠팡지부장은 “쿠친이 지난 4월 기준으로 1만7천명이었는데, 최근 6천명 이상 줄어든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정 지부장은 “회사가 쿠친 채용을 홍보하는 단톡방에서 쿠친에게 퀵플렉스 계약 권유 메시지를 보내기도 한다”며 “사실상 쿠친을 퀵플렉스로 이탈시켜 쿠친을 최소화하려는 의도로 보인다”고 말했다.

‘최고대우’라며 ‘최저기준’ 적용

고객이 주문한 상품을 빠른시간 안에 배송하는 ‘로켓배송’을 내세운 쿠팡과 쿠팡풀필먼트는 야간노동을 포함한 24시간 운영으로 노동환경을 둘러싼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로켓배송에 필요한 분류·배송 속도전은 근골격계 질환을 위험에 놓여있다. 물류센터의 경우 혹서기·혹한기 노동의 문제점이 매년 제기돼왔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김영진 의원이 공개한 산업재해 신청 상위 20개 기업 명단을 보면, 쿠팡(음식배달 포함)은 지난해 1위, 지난 8월까지 2위를 기록했다. 쿠팡풀필먼트 역시 지난해 10위, 올해는 지난달까지 8위를 기록했다. 다른 상위권 기업은 교통사고가 잦은 음식배달이나 광업·제조업·건설업이 대부분인데, 운수창고업 가운데 유일하게 포함됐다.

근무강도가 세고 근무환경이 열악한 쿠팡과 쿠팡풀필먼트는 직원 처우가 “동종업계 최고 대우”라고 자부한다. 쿠팡풀필먼트는 “4대보험, 주휴수당, 휴식시간 보장, 통근버스 및 건강관리 프로그램 지원 등”을, 쿠팡은 “주 5일 근무, 연 130일 휴무, 연차 15일, 4대보험, 건강관리 프로그램 등”을 홍보한다. 그러나 통근버스·건강관리 프로그램을 제외하면 모두 노동관계법이 정한 최저한도에 불과하다. 지방의 한 광역시에서 2016년부터 쿠친으로 일하고 있는 ㄱ씨는 “이게 고용규모가 순위권이라는 기업이 자랑할 만한 조건인지 모르겠다”며 “입사 초엔 일이 힘들더라도 조금만 버티면 다 보상해 줄 것이라고 얘기했지만, 지금은 효율과 실적만 따질 뿐 쿠친으로서 비전이 안 보인다”고 말했다.

쿠팡노동자의 건강한 노동과 인권을 위한 대책위원회 권영국 대표(변호사)는 “쿠팡과 쿠팡풀필먼트는 직접고용 비율이 높다고 하지만, 기간제 활용을 통해 불안정한 고용을 상시화한 사업장으로 ‘좋은 일자리’라고 보긴 힘들다”며 “쿠팡과 쿠팡풀필먼트가 이러한 고용방식을 유지하고 고용규모를 계속 확대하면 우리 사회의 총 고용 측면에서도 불안정 일자리 확산의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태우 기자 eh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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