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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노동

노란봉투법 운동본부안 발표…“폭력행위 손해배상 면책 안해”

등록 2022-10-18 20:49수정 2022-10-19 02:44

90여개 단체 참여…입법청원운동 예정
18일 국회 소통관에서 열린 노란봉투법 제정 촉구 ‘손배사업장' 긴급 기자회견에서 정의당 이은주 의원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18일 국회 소통관에서 열린 노란봉투법 제정 촉구 ‘손배사업장' 긴급 기자회견에서 정의당 이은주 의원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노동조합과 시민사회단체가 노동자 파업 등 쟁의행위에 대한 기업의 무분별한 손해배상 소송(손배소)을 막고, 합법적 단체교섭 및 단체행동 범위를 넓히자는 취지의 ‘노란봉투법’안을 마련했다. 국회에서 발의된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에 담긴 ‘노조 계획일 경우 폭력·파괴 행위로 발생한 손해에 대한 조합원 개인에 손배 청구 금지’ 등 재계가 문제 삼아온 핵심 조항은 포함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재산권 침해’를 내세운 노란봉투법 반대 명분은 약해질 것으로 보인다.

18일 ‘노조법 2·3조 개정 운동본부’(운동본부)는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그동안 의견 수렴 및 법률 검토를 통해 마련한 개정안(운동본부안)을 발표했다. 운동본부는 대우조선해양이 파업 하청노동자들을 상대로 470억원의 손배소를 낸 사건을 계기로 지난 9월 출범했으며,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을 비롯해 파업 노동자에 대한 거액의 손배소 문제 해결을 위한 시민단체 ‘손잡고’·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등 90여개 단체가 참여하고 있다.

운동본부안은 큰 틀에서 더불어민주당(6건)과 정의당(2건)이 발의한 개정안과 유사하다. 그러나 폭력·파괴 행위라도 노조 계획에 따른 것이라면 조합원 개인에겐 손배를 청구하지 못하게 하거나, 노조 규모에 따라 손배 청구액에 상한을 두는 조항은 제외했다. 권두섭 운동본부 정책법률팀장(변호사)은 “노란봉투법은 시설물 파괴 등에 대한 손배소를 제한하자는 취지가 아닌데도 그동안 불필요한 논란이 많았다”며 “(쟁의행위에 대한) 대법원 판례 취지에 맞게 법안을 만들었다”고 강조했다.

내용을 구체적으로 보면, 쟁의행위 범위를 지금보다 넓혔다. 현행 노조법은 노동쟁의(노사 간 분쟁상태)에 따라 발생한 파업 등 쟁의행위로 인해 사용자가 손해를 입더라도 배상을 청구할 수 없다. 그러나 정리해고 같은 ‘권리 분쟁’은 노동쟁의로 보지 않기 때문에 정리해고 반대 파업은 불법 쟁의행위로 여겨진다. 이러한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노조법 2조에 규정된 노동쟁의 정의를 ‘근로조건 결정에 관한 주장의 불일치’에서 ‘노동조건과 노동자 지위, 노동관계 당사자에 관한 사항, 노동자의 경제적·사회적 지위 향상에 관한 주장 불일치’로 확대했다. 운동본부 정책법률팀 박현희 노무사는 “노동쟁의 범위를 확대하면 노동위원회 조정대상도 넓어진다”고 짚었다. 노사 간 주장 불일치로 노동쟁의가 발생하면 노·사·공익 3자로 구성된 준사법적 성격의 합의제 행정기관인 노동위원회에 조정을 신청할 수 있는데, 그동안 노동쟁의 범위에 속하지 않던 정리해고·구조조정 등은 조정 신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노동쟁의 범위가 확대되면 노사 분쟁을 조정할 수 있는 공적 기회가 늘어날 수 있다.

노조 와해를 목적으로 한 손배소 남용 방지 조항도 보강됐다. 사용자의 부당노동행위 등 불법행위로 발생한 쟁의행위에 대해선 손배소를 제한하고, 상대방을 괴롭힐 목적으로 손배·가압류 소송을 남발하는 ‘소권 남용’ 금지가 대표적이다. 권두섭 팀장은 “노동자를 상대로 거액의 손배소를 낸 뒤 (노동자가) 노조를 탈퇴하면 소를 취하하는 사례가 있었는데, 법원도 이러한 ‘소권 남용’에 대한 문제의식은 있었지만 (이를 금지하는) 명확한 규정이 없었다”며 “법원이 ‘소권 남용’이라고 판단하면 (손배소를) 각하할 수 있는 근거를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운동본부는 이번에 마련한 법안을 국회에 발의할 수 있도록 민주당·정의당과 협의하는 한편, 입법청원운동도 진행할 예정이다. 운동본부는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같은 사용자단체나 국민의힘도 적극적으로 토론에 나서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박태우 기자 eh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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