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노총이 1일 서울 여의도 한국노총회관에서 토론회를 열어 임금체계 개편 관련해 논의하고 있다. 전종휘 기자
청년들도 근속연수에 따라 임금이 오르는 호봉제 같은 연공급 임금체계 대신 직무성과급제를 도입하는 것에 대해 반대 의견이 훨씬 많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1일 한국노총은 여론조사 전문기관 에스티아이에 의뢰해 전국 만 18살 이상 1천명을 대상으로 윤석열 정부가 도입하려는 직무성과급제에 대한 의견을 물은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결과를 보면 “윤석열 정부가 직무성과급제로 임금체계 개편을 추진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18∼29살 응답자 48.2%가 반대한다고 답했다.
찬성은 27.9%(잘 모르겠음 23.9%)에 그쳤다. 30대에서도 찬성 의견은 30.2%였던 반면, 반대한다는 답은 55.2%에 달했다. 청년 집단이 모든 연령대 평균(찬성 33.3%, 반대 50.7%)보다 직무성과급제 도입에 더 부정적 인식을 갖고 있다는 얘기다.
직무성과급제가 노동시장 이중구조 개선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란 응답이, 도움이 될 거란 응답의 두 배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윤석열 정부 주도로 직무성과급제가 도입된다면, 정규직과 비정규직, 대기업과 중소기업 및 업종 간에 조성된 임금 격차 해소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에 전체의 30.5%가 “도움이 될 것”이라고 답했다. 18∼29살의 27.5%, 30대의 31.7%가 도움될 것이라고 답해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란 응답(18∼29살 58.3%, 30대 61.0%)의 절반에 그쳤다.
이지현 한국노총 대변인은 “이번 실태조사 결과는 엠제트(MZ)세대조차 직무성과급제의 평가 공정성에 대해 신뢰하지 못하는 것으로 분석된다”며 “엠제트세대를 핑계로 직무성과급제를 도입하려는 노동부 시도는 중단돼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노총은 이날 여론조사를 토대로 서울 여의도 한국노총회관에 토론회를 열었다. 발제를 맡은 박용철 한국노동사회연구소장은 “전체 사업체 164만 곳 중 임금체계가 없다(취업규칙·사규에 기본급 등이 명시돼 있지 않음)는 응답이 61.4%에 이르는 100만 곳으로, 우리나라 임금체계 문제는 연공급이 아니라 임금체계가 없다고 응답한 사업장들”이라고 짚었다. 두 번째 발제를 맡은 박명준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도 “2차 노동시장부터 각 직종을 포괄하는 산별 임금체계를 구축하고 이를 현실에서 노동조합의 힘을 통해 관철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종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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