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니 쉘든 오스트레일리아 상원의원이 의정 활동을 하는 모습. 쉘든 의원 제공
“낮은 운임이라는 바닥을 향한 경쟁을 멈추는 유일한 방법은 산업계가 최저 운임 기준에 동의토록 하는 것이다. 오스트레일리아도 곧 연방 정부 차원에서 안전운임제를 다시 도입하기로 했다.”
토니 쉘든(61) 오스트레일리아(호주) 상원의원은 1일 <한겨레>와의 전자우편 인터뷰에서 저가 경쟁에 내몰리는 화물 노동자에 최소한의 수입을 보장해주는 것만이 노동자는 물론 도로를 달리는 모든 이들의 안전을 보장하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쉘든 의원은 13년 동안 호주운수노조 사무총장을 지내다 2019년 뉴사우스웨일스 주의 노동당 소속 상원의원에 당선됐다. 안전운임을 지키기 위한 투쟁을 30여년 해왔다. 뉴사우스웨일스에선 50여년 전부터 안전운임제를 시행하고 있다.
정부·화주·운수사·노조 8월 원탁회의에서 합의
쉘든 의원은 “화주는 물론 운수업체, 운수노조, 노동자들이 지속 가능하고 강제력 있는 최소 기준인 안전운임제를 지지하고 있다”며 “지난 2월엔 뉴사우스웨일스 산업관계위원회가 아마존플렉스 같은 (플랫폼 기반) 배달 기사들에게까지 안전운임을 확장키로 결정했고, 9월엔 퀸즐랜드도 음식 배달을 포함한 택배 노동자에게까지 안전운임을 적용키로 했다”고 소개했다.
이런 움직임은 연방정부로도 확산했다. 오스트레일리아 연방정부는 잇단 대형차량 사고의 원인이 화물 노동자의 저임금에 있다고 보고 2012년 안전운임제를 도입했으나 운임요율 결정에 4년이 걸렸고, 2016년 들어선 보수당 정부가 시행 2주 만에 제도를 폐지했다. 이후 지난 5월 앤서니 앨버니지 노동당 소속 총리 정부가 들어섰고, 운수노조와 운수업체, 화주, 정부 등이 모인 원탁회의에서 8월에 ‘안전하고 지속가능하며 공정한 도로운수업에 대한 원칙’에 합의했다.
“화주, 소비자 아닌 고용주…낮은 운임 과속·과로 불러”
셸던 의원은 합의 내용에 대해 “전통적인 운송을 비롯해 주문형 운송, 승차공유 플랫폼 노동까지 적절하고 구속력 있는 운임 기준을 만들고 유지하는 독립기구를 지지하는 내용이 담겼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연방의회는 지난해부터 세차례에 걸쳐 안전운임제 재도입의 적절성을 조사한 결과 안전운임제가 필요하다는 결론에 이르렀고, 내년 상반기께 관련 법을 제정할 전망이다. 이는 한국 정부와 재계가 오스트레일리아를 안전운임제 폐지 국가로 선전하는 것과는 완전히 양상이 다르다.
화주 단체나 운송사들이 안전운임제를 반대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쉘든 의원은 “이번 원탁회의에는 콜스와 울워스 같은 호주 최대 소매업체는 물론 린폭스, 톨 같은 주요 운수회사, 각 주의 운수회사협회 등이 다 들어갔다”며 “이들은 최저 운임 기준이 지속가능하고 안전한 작업 관행을 보장한다는 걸 알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또 화주는 고용주가 아닌 소비자라는 산업계 주장에 대해선 “경제적 의미에선 화주가 화물 노동자의 진정한 고용주다. 이들이 낮은 운임을 명령한다. 화물 노동자는 시장가격을 결정하는 데 거의 힘이 없다. 그러니 가장 빠르고 길게 일할 의지가 있는 이들이 그 일을 얻고 도로 위 안전과 생명이 위험에 빠지는 것이다. 안전운임제 작동을 위해선 화주가 작동 방정식의 일부로 들어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쉘든 의원은 “호주와 한국이 안전운임제에 대한 국제 기준과 표준을 함께 만들길 진심으로 바란다”며 인터뷰를 마쳤다.
전종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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