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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노동

하청노조, 원청과 교섭해도 파업은 못한다? “중노위 궤변”

등록 2023-01-01 16:52수정 2023-01-01 23:08

대우조선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서
“단협체결·단체행동권 불인정” 판단
지난해 7월19일 오후 경남 거제시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 파업 현장을 찾은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왼쪽)이 제1도크 안 선박에 설치된 가로·세로·높이 1m의 철제 구조물 안에서 농성 중인 유최안 민주노총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 부지회장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지난해 7월19일 오후 경남 거제시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 파업 현장을 찾은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왼쪽)이 제1도크 안 선박에 설치된 가로·세로·높이 1m의 철제 구조물 안에서 농성 중인 유최안 민주노총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 부지회장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중앙노동위원회(중노위)가 하청 노동조합의 단체교섭 요구를 원청인 대우조선해양이 거부한 것은 ‘부당노동행위’라고 인정하면서도, 하청 노조의 단체협약체결권과 단체행동권은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하청노조가 원청과 교섭은 할 수 있지만, 근로조건 등과 관련해 구속력 있는 단체협약을 체결하거나 파업 등 쟁의행위는 하지 못한다는 뜻이다. 중노위의 이런 판단은 ‘단체협약체결권이 단체교섭권에 포함된다’는 대법원 판례와도 어긋나 비판이 제기된다.

지난달 30일 중노위의 자료를 보면, 중노위는 전국금속노동조합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조선하청지회)가 원청 사용자인 대우조선해양을 상대로 낸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 사건에서 “‘노동안전 등 원청이 실질적인 지배력을 미치는 하청 노동자의 노동조건’에 대해 교섭을 요구하는 경우에는 원청 사업주가 하청 사업주와 함께 성실히 교섭에 응하여야 한다”면서도 “하청 노동자와 원청 간 명시적·묵시적 근로계약관계가 없는 이상 하청노조의 원청을 상대로 하는 단체협약 체결권·단체행동권은 인정될 수 없다”고 판정했다.

앞서 조선하청지회는 지난해 6월 경남 거제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 도크 점거파업 전인 같은해 4월 성과급·노동안전 문제에 하청 노조 참여 등을 논의하기 위해 대우조선해양에 교섭을 요구했지만 회사가 이에 응하지 않자 경남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을 냈다. 경남지노위는 같은해 6월 조선하청지회의 구제신청을 전부 기각했지만, 중노위는 노동안전 등에 관련해서는 대우조선이 교섭을 거부한 것이 부당노동행위라고 판정한 것이다.

문제는 중노위가 원청의 단체교섭 의무를 인정하면서도 “하청노조의 단체협약 체결권·단체행동권은 인정될 수 없다”고 명시한 것이다. 노동계와 법조계는 단체교섭권과 단체협약체결권, 단체행동권은 노동3권으로 유기적으로 연결돼있다고 보고 있다. 1998년 헌법재판소는 “단체교섭권에는 단체협약체결권이 포함돼 있다고 봐야 한다”고 판단했고, 앞서 1993년 대법원 역시 “단체교섭 권한은 있으나 단체협약 체결권은 없다고 한다면, 계약조건을 협상할 권한은 있으나 계약을 체결할 권한은 없다고 하는 것과 같아 법률상 의미있는 권리라고 볼 수 있을런지조차 의문스럽다”고 밝힌 바 있다.

정기호 민주노총 법률원장(변호사)은 1일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단체교섭이 제대로 안될 경우 단체행동 한다는 것은 헌법이 보장하는 노동3권(단결권·단체교섭권·단체행동권)의 당연한 논리적 귀결”이라며 “단체교섭은 할 수 있는데 단체협약 체결과 단체행동은 불가능하다는 것은 궤변”이라고 비판했다. 이김춘택 조선하청지회 사무장도 “원청 대우조선이 단체교섭 의무가 있는지를 확인해달라고 구제신청을 했는데, 뜬금없이 단체협약 체결과 단체행동은 불가능하다는 판정이 나왔다”며 “윤석열 대통령이 임명한 김태기 중노위원장의 입김이 반영된 것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앞서 김 위원장은 지난달 <월간 노동법률>과의 인터뷰에서 원·하청 노동자의 격차 해소 문제와 관련해 ‘원청 노조’의 역할을 강조하면서 “파업을 전제로 한 단체교섭 가지고는 해결이 안 된다. 파업이 벌어지는 순간 신뢰가 사라지고 적대적 관계가 될 수밖에 없다. 때문에 원하청 (단체)교섭으로 끌고 가는 것은 허무맹랑한 소리”라고 밝힌 바 있다.

박태우 기자 eh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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