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오전 서울 정동 민주노총 사무총국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 집행에 나선 국가정보원 수사관들과 민주노총 활동가들이 대치하고 있다. 민주노총 제공
국가정보원과 경찰이 민주노총과 산별노조 전·현직 활동가에 대한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 압수수색에 나섰다.
경찰청·민주노총의 설명을 종합하면, 18일 오전 국정원과 경찰은 서울 정동 경향신문사 민주노총 사무총국과 서울 당산동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을 찾아 소속 활동가 책상·캐비넷 등에 대한 압수수색을 벌였다. 이외에도 전국금속노동조합 부위원장을 지낸 기아자동차지부 소속 조합원 자택에 대해서도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압수수색 영장에는 압수수색 대상자들의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 사실이 적시돼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국정원은 제주·경남지역의 민주노총 활동가가 북한 공작원과 회합한 혐의 등에 대한 수사를 벌인 바 있는데, 이번 압수수색 집행 역시 이와 비슷한 혐의인 것으로 알려졌다.
압수수색 대상자와 이들이 사용하고 있는 책상·캐비넷 등에 한정된 압수수색인데도 국정원과 경찰이 많은 인력과 사다리차·에어매트 등 경찰 장비를 동원해 영장 집행에 나선 데 대해, 민주노총은 “공안탄압”이라고 반발했다. 이 때문에 국정원·경찰 수사관들과 민주노총 활동가들이 2시간 남짓 대치하기도 했다. 한상진 민주노총 대변인은 이날 낮 12시20분 열린 기자회견에서 “국정원과 경찰이 압수수색이 아니라 체포영장을 집행하는 것처럼 과도하게 대응하는 것은 분명한 의도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윤석열 대통령이 아랍에미레이트에서 말실수하고,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의 문제점 등이 언론에 나와야 하는데, 민주노총에 대한 압수수색으로 이런 것들이 싹 사라졌다. 이것이 우연인지 아닌지는 국민들이 판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보건의료노조도 성명을 내어 “노조가 변호사 입회 아래 압수수색에 협조하겠다는 뜻을 밝혔음에도, 수십명의 기관원(국정원)과 경찰을 동원해 위압감을 조성했다”며 “정권이 국가정보원을 동원하여 노동조합 활동을 탄압하면서 대대적으로 여론 몰이를 하기 위한 것으로, 노동운동에 대한 대대적인 공안탄압을 시작한 것이라 판단한다”고 밝혔다. 소속 조합원이 압수수색 당한 금속노조 기아차지부도 “회계장부를 빌미로 노동조합을 부패세력으로 만들더니 이제는 간첩이라며 민주노총을 조사하겠다고 사무실을 습격했다”며 “노동조합에 대한 침탈 때, 기아차지부는 즉각 총파업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태우 기자 ehot@hani.co.kr 고병찬 기자 kick@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