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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노동

노동부 “산별노조, 집단탈퇴 막지 말라”…노동계 “힘빼기” 반발

등록 2023-02-09 17:32수정 2023-02-10 02:47

노동부 산별노조에 시정명령 착수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26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노동조합 재정 투명성과 관련해 브리핑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26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노동조합 재정 투명성과 관련해 브리핑하고 있다. 연합뉴스

산별노조 지부·지회가 상급 노조를 집단으로 탈퇴할 수 없도록 하는 ‘집단탈되 금지’ 규약에 대해, 정부가 시정명령 절차에 착수했다. 노동부는 이 조항을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위반으로 판단했는데, 노동계는 대법원 판례를 근거로 위법이 아니라고 주장하며 정부가 노조 힘빼기에 나섰다고 비판했다.

9일 고용노동부는 “상급단체 집단탈퇴를 금지하는 규약 등을 근거로 지부·지회의 조직형태 변경을 방해하는 부당한 사례들에 대해서 노동위원회에 시정명령을 요청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노동부가 문제 삼은 규정·규약은 ‘(지부나 지회 등이) 해당 단위 총회를 통한 집단탈퇴는 불가하다’고 규정한 민주노총 소속 금속노조와 사무금융노조의 규약이다. 조직형태 변경을 공약으로 내세울 경우 노조 임원 선거에 나서지 못하도록 한 전국공무원노조의 선거관리 규정도 대상이 됐다. 노조법은 노조 규약이 관련 법령에 어긋나는 경우 행정관청이 노동위원회의 의결을 얻어 시정을 명령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노사법치주의’를 내세운 윤석열 정부는 산별노조의 집단탈퇴를 막는 규약을 ‘불법·부당한 관행’으로 규정한다. 노동조합의 가입과 탈퇴는 자유로워야 하는데, 산별노조가 자체 규율로 이를 막는 건 위법하다는 인식이다. 최근엔 금속노조 포스코지회 조합원들이 집단으로 금속노조를 탈퇴하려다 ‘규약 위반’을 내세운 금속노조에 의해 일부 임원이 제명됐다. 한국은행노조도 2020년 7월 사무금융노조 탈퇴를 집단으로 결의했으나 이를 인정하지 않은 사무금융노조 쪽이 지난달 밀린 조합비 1억8000여만원을 내라는 소송을 제기해 논란에 휘말렸다.

반면 노동계는 노동부의 시정명령 요청이 산별노조의 특수성을 무시한 조처라고 반발한다. 산별노조는 기업노조와 마찬가지로 법적으론 그 자체가 하나의 노조이므로 집단으로 탈퇴를 결정할 수 있는 건 산별노조뿐이라는 얘기다. 관리의 편의를 위해 설치한 조직에 불과한 지부나 지회는 법적인 권한을 행사할 자격이 없다는 주장이다. 다만 개인적으로 산별노조를 탈퇴하는 것은 가능하다.

법원도 산별노조와 상관없이 지부·지회가 독자적인 규약을 제정하고 회사쪽과 단체협약을 맺는 등 독립·자율적으로 운영되는 경우 예외적으로 집단 탈퇴 결의가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2016년 금속노조 집단탈퇴 무효를 다툰 발레오전장지회 사건에서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산별노조의 지회 등 이더라도, 외형과 달리 독자적인 노조 또는 노조와 유사한 독립한 근로자단체로서 법인 아닌 사단에 해당하는 경우엔 소속을 변경하고 독립한 기업별 노조로 전환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

금속노조 등은 대법원 판결이 ‘제한된 조건이 충족된 경우’ 예외적으로 지부·지회가 탈퇴를 결의할 수 있다는 내용임에도 노동부가 이를 지나치게 확대해 산별노조를 무력화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금속노조는 이날 “법원 판결은 최소한 독자적 규약과 집행기관을 가지고 독립한 단체로서 활동해 비법인 사단으로서의 실체를 가질 수 있는 경우에만 예외적으로 조직형태 변경 결의를 통한 기업별 노동조합으로 전환할 수 있다는 것”이라며 “하부조직의 실제 운용 상황에 대한 고려 없이 하부조직 집단탈퇴를 막는 건 무조건 위법이라는 노동부 주장은 오히려 대법원 판결에 반한다”고 짚었다.

결국 정부의 조처는 산별노조의 틀을 헐겁게 만드는 쪽으로 작동할 것이라고 노동계는 우려한다. 권두섭 민주노총 법률원 변호사는 “노동시장 이중구조의 원인이 기업별 교섭 체제에 기인한 탓도 있는데, 산별교섭을 촉진하지는 못할 망정 산별교섭을 더 어렵게 하고 있어 황당할 따름이다”고 말했다.

전종휘 기자 symbi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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