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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노동

“가사노동자서 100만원짜리 식모 된 기분…평가절하에 분노”

등록 2023-03-27 16:21수정 2023-03-27 17:52

조정훈 의원 등 발의 ‘가사근로자법 개정안’
외국인 노동자 차별·돌봄노동 평가절하 비판
“노동자 자긍심 심어주고 격려 못해줄망정”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한국노총 전국연대노동조합 가사·돌봄유니온에 속한 가사 노동자들이 가사근로자법 개정안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한국노총 전국연대노동조합 가사·돌봄유니온에 속한 가사 노동자들이 가사근로자법 개정안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속상했어요. 가사근로자법도 생기고 우리 일에 대한 인식도 나아지고 있다고 느꼈는데 갑자기 식모가 된 것 같은 기분이었습니다. 왜 최저임금보다 가치가 낮은 일로 여기나요. 왜 외국인을 차별 하나요.”

5년차 가사관리사로 맞벌이 가족의 청소와 반찬 등 가사노동을 책임지는 임아무개(72)씨는 한국인이지만 외국인 가사노동자에 대해 최저임금 적용을 제외하는 ‘가사근로자법 개정’에 반대한다고 했다. 외국인 가사노동자를 ‘저렴하게’ 고용하도록 한다는 발상이 국적을 떠나 가사노동의 가치 자체를 ‘평가절하’ 한다고 보기 때문이다. 임씨는 “맞벌이 가정에서 어질러진 장난감을 치우면서 ‘나 덕분에 집에 오는 게 스트레스가 아니다’라는 고용주의 말을 들으면 힘이 난다”며 “내가 가사노동자로서 하는 일은 정말 중요한 일”이라고 말했다.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 등이 발의한 ‘가사근로자법 개정안’과 관련해 외국인 노동자 차별과 더불어 가사노동의 가치를 평가절하한 문제가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27일 한국노총 전국연대노동조합 가사·돌봄유니온은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개정안이 “차별과 편견을 확대하는 시대 역행적인 법안”이라며 조 의원 등이 발의한 개정안 철회를 촉구했다. 임씨도 기자회견에 참석해 “가사돌봄, 아이 돌봄에 종사하는 노동자, 그리고 외국 여성 노동자를 무시하는 행태에 대해 즉각 반성하라”며 동료들과 기자회견문을 읽었다.

조 의원 등이 발의한 개정안은 가사노동자에 근로기준법, 최저임금법 등을 적용하도록 한 가사근로자법 6조를 고쳐, ‘외국인근로자인 가사근로자는 최저임금법 적용이 제외되는 가사사용인으로 본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조 의원은 개정안을 설명하며 “최저임금 적용을 없애면 월 100만 원의 외국인 가사도우미 도입이 충분히 가능하다”고 했다. 이명희 한국가사노동자협회 활동가는 “현장 노동자의 자긍심을 심어주고 격려는 못해줄망정 (가사·돌봄 노동자를) 100만원짜리 노동자로 평가절하하니 분노스럽다”고 말했다.

참석자들은 무엇보다 이 개정안이 가사근로자법의 입법 취지를 훼손하는 것이라고 항의했다. 최영미 가사돌봄유니온 위원장은 “가사근로자법은 국적에 상관없이 가정에서 돌봄에 종사하는 모든 노동자들이 다른 노동자와 똑같이 대우받고 당당하게 일할 수 있기 위해 만든 법”이라며 “정치적 욕심으로 함부로 건드릴 법이 아니”라고 말했다. 노동자들이 10여 년 동안 요구한 끝에 2022년 6월부터 시행된 이 법은 가사노동자를 정부 인증 기관에 속하도록 하고, 최저임금과 4대 보험 적용을 보장하는 진일보한 내용을 담고 있다.

방준호 기자 whor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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